
가히 국제적 위상이라고 할 만한 인기에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가득 찼고, 선글라스를 끼고 입장한 싸이는 회견장을 둘러보며 놀라는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질문을 먼저 받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문을 연 싸이는 회견 내내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자신은 국제적인 성공을 겨냥한 의도나 노림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지만, 가수인데 웃겨서 성공했다면서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웃음 때문이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받아준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된 CNN인터뷰 질문이 다시 나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의 대답이 나왔다. 가수를 시작하고 12년, 국민 모두가 아는 인생 굴곡과 연관해 그는 ‘용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수를 접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국민이 나를 ‘용인’해줬기 때문에 6집이 나올 수 있었고, 강남스타일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면서.
유튜브 조회수 2억 6천만 건 돌파, 미국과 영국 차트 동시 석권, 무엇보다 이 성과가 영어라고는 ‘섹시 레이디’ 한 마디뿐인 한국어 노래로 이룬 것이라는 점이 놀랍다.
실시간으로 한국에 전해졌던 싸이의 활약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이미 맡고 있는 한국 활동 때문에 미국 소속사와 일정을 조정해 2주에 한 번 정도 미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자신의 한국어 랩을 매력적으로 여긴다며 이례적으로 영어로 노래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 최고의 화제는 단연 ‘빌보드 차트 1위 공약’이었다. 그는 가수들이 술자리에서 농담으로라도 그려본다는 ‘빌보드 차트 1위’에 현실적으로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인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도 기대하고 있다며 설레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를 탈의한 채 말춤을 추겠다는 뜨거운 공약을 걸었다.
월드스타라는 호칭이 듣는 사람에게도 민망하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싸이는 “앞으로 쓰실 기회가 있다면, 기자분들에게 부탁한다”며 자신을 ‘국제가수’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월드스타라는 호칭이 참 쑥스럽다면서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고 한다.
여느 월드스타들과 달리 정겨운 이목구비의 여백 많은 얼굴로 “서양에서 가장 동양적인 것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싸이, 유튜브 조횟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그는 정말 갈 데까지 가고 있는 중이다. 말춤을 추며 퇴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재킷이 덮고 있는 그의 원팩 속살을 볼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