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잘 돼 가지요?” “당연하지요”
- 정상회담, 북핵문제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 관심 집중 -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한국 시간 11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무기 보유 불용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한미동맹에 있어 이견이 없을 확인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2시간10분에 걸친 업무오찬과 회담을 갖고 “북한이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에 대해 다자안전보장, 에너지 실질적 지원, 궁극적으로 미.북간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날 한미 동맹관계 발전방향,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방안의 두 가지 핵심의제를
위주로 협의를 가졌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 2003년 5월 방미시 정상회담과 2003년 10월 방콕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 그리고 작년 11월 칠레에서의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에 이어서 이번이 네 번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외신에서 제기했던 북핵 유엔안보리 회부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한 한미양국의 대북 제재, 준군사적 대응 등에 대해서는 논의여부 자체도 알려지지 않고 있어 무성한 추측을 낳고 있다.
◆ 북한 핵포기시 "북.미간 정상적인 관계 가능"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지난 칠레 정상회담시 북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이 최근 6자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이 조속히 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반기문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또한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불용원칙 및 북행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양국 정상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한미 양측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난 3차 6자 회담에서 제시한 방안으로 “북한에 대해 다자안정보장과 에너지를 포함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북.미간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북미간 ‘정상적인 관계’를 나타낸 것은 북한의 핵포기의 댓가 즉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방식의 양국간의 수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보다 정상적 관계'의 의미에 대해 반 장관은 "북한과 미국도 핵문제가 해결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지킬 때 수교 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며 "미.북 간에 수교문제는 이를 협의할 단계가 아니므로 국가 간에 있을 수 있는 정상적인 관계를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 재확인했음에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북한 침공의사 없다”
외교적,평화적 북핵 해결의지 내비쳐
부시 대통령도 회담 후 언론브리핑에서 "지난해 6월 미국이 내놓은 대북 제안이 북한에 대한 유인책으로 가득 찼고 그것은 아직도 합리적이고 당위성 있는 제안이며 북한의 답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면서 북한의 반응을 기대했다.
양국 정상은 또 북핵 보유 불용과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말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침공,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분명히 밝혔다"며 "이제 북한이 화답해 국제사회의 책
임있는 일원으로 존중받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과) 만날때마다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으로 기본원칙에 있어서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고 또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긴밀히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고 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한국과 미국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전제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해선 6자회담이 필수적(essential)"이라고 직접 6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외교적 평화적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 美 , “北 6자회담 복귀 후 협상 진행에 따라 협의 가능”
반 장관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대북 유인책'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들어오기 전에는 회담 복귀 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문제는 6자회담 복귀 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본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어 "북핵 상황 악화를 전제로 한 조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외교 실무자간에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며 내주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서울에 올 예정인 만큼 그때 수석 대표간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미 동맹과 관련해서도 양국 정상은 한 목소리를 냈다. 노 대통령은 "혹시 한미간에 어떤 중대한 불협화음이 있지는 않은지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 부시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한 결과, 중요한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됐고 한미동맹은 돈독하고 앞으로도 돈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두가지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고 "한미동맹, 잘 돼가고 있다고 해도 괜찮겠냐"고 동의를 구했고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동맹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하고 솔직히 평가해 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답했다.
◆ 북핵사태 해결의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게 된 것인가?
이날의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천명,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했다는 것은 큰 의미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향해 침공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동시에 북한의 핵포기시 다자안전보장, 실질적 지원, 북미관계 개선과 수교 용의를 표명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의 중대한 전환점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의 거부 선언 이후 미국 행정부 내에서 유엔안보리 회부 등 북핵문제가 악화일로로 치닫았고, 대북 제재 조치가 심각한 상황전개로까지 증폭돼온 북핵 국면이 일단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해결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한 목소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의견일치를 강조한 것도 평화적.외교적으로 북핵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달초 뉴욕에서 가진 미국과의 접촉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6자회담 재개 여건이 호전됐다는 상황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기본원칙에 있어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이 "한미 양국은 같은 목소리로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은 양국이 북핵의 외교적 해결방식에 뜻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한미공조를 더욱 다져나갈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대북 제재는 동의했나?
그러나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원칙에는 같은 입장을 보였으나 오히려 언론의 관심은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 집중되고 있다.
정상회담의 핵심은 당연 북핵문제로 북한에 대해 강경카드를 뽑으려는 미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대통령 사이에 어떠한 절충이 오갔는지다. 이날 양국 정상은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재확인 했고, ‘북핵 불용’ 원칙을 함께 내세운 것은 상호 이견을 최대한 접근시킨 셈이다.
이처럼 노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준군사적 조치 같은 강경책을 뒤로 돌리긴 했지만 북한이 가까운 시일 안에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의 대책에 대해서도 양국이 논의 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결국 ‘외교적 노력이 소진’된 뒤 대북압박의 필요성에는 ‘이면 동의’했을 것이다.
또 남은 외교적 수단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취할 대북 경제지원 및 북·미관계 개선 등 몇 가지 대북 유인책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도 검토해볼 것을 준비해갔지만 실제로 제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의 한 언론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 8일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제재문제가 논의되느냐” “정상회담 준비 과정의 실무 접촉에서 그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등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고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북 제재조치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부분으로 다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이 언론은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의 지난 10일자 보도를 소개했다. 포스트는 이날 ‘서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노무현 대통령이 회담에서 ▲어떤 대북 군사조치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외교적 수단이 분명히 소진될 경우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준군사적 대응조치’까지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북한 제재조치’를 반대해 왔던 정부는 ‘어떤 제재조치에도 반대’에서 ‘군사조치 반대’로 바뀐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경제제재, 중국 통한 압박,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이번 회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북 제재 상황으로 전개되기 전까지는 공식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
하지만 한미의 외교적, 평화적 협상의 카드를 제시했지만 만약 북한이 6자 회담의 참석을 돌연 취소하거나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대북제재’ 조치가 어떠한 방법이 될 것인가.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번 회담이 한미간 대북제재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한다”며 만약 대북제재가 전개된다면 “경제적제재, 해상봉쇄 등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무력동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이러한 대북제재는 북한이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을 경우”라면서 “가능성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여러 추측과 관측 등이 무성하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북한이 회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다만 북한이 처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을 트집 잡아 남북관계를 갑자기 단절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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