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 민철
  • 승인 2005.06.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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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 쌀협상 비밀문서 기밀 유출 ‘논란’ 예고
정부가 지난해 쌀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대해 기존 쌀 수입물량 국별쿼터(25%) 외에 신규 증량수입분에 대해서도 매년 0.3%씩 증량, 2008년까지 총 28%를 보장하기로 이면합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정부는 이에 “특정점유율을 보장하진 않았다”고 반박에 나서면서 강 의원과 외교부 사이에 갈등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 의원이 정부의 협상내용을 국회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국정조사와 관련한 비밀문서 기밀유출 논란을 낳고 있는 것. 이날 열린우리당과 외교부는 강 의원의 자료유출에 대해 국회의원이 비공개해야 할 것을 공개함으로 향후 미국과의 협상입장이 곤란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 “미국쌀 50% 점유율을 보장” 민노당 강 의원은 9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대미 협상과정에서 불공정 거래내용을 담은 이면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대정부 질문에 앞서 요약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신규수입물량의 시장점유율은 매년 0.3%씩 증량해 10년후 28%까지 보장하기로 돼있다”라며 주장. 강 의원은 "미국은 이번 쌀협상에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허신행 농림 장관이 ‘미국쌀 50% 점유율을 보장’한다는 이면합의 내용을 담아 미국 농무 장관에게 전달한 메모까지 한국에 제시하며 압력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22일 한승주 당시 주미대사가 미 무역대표부 농업담당 대사와의 고위급회담에서 `시장 점유율 보장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유념하면서 미국의 요청을 이행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할 것'이란 내용의 통보문을 전달했다"며 "이에 미국측은 `한국의 통보문안을 우리 요구에 대한 한국정부의 확약으로 받아들인다'고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밀려 애초 정부 방침을 전면 수정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는 국별쿼터를 허용했다"면서 아르헨티나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정부가 기존 `구제역 방역정책'의 원칙을 포기하면서 수입위험평가를 진행했다”고 주장했고, 중국 및 이집트 쌀 수입 허가와 관련해선 "입찰 규격과 방식을 변경하면서 수입을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공개적 답변 못한다" 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답변자로 나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요구를 무턱대고 수용한 것은 아니다"며 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강 의원의 첫 질문에서부터 "질의에 공개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좀 힘들다.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강 의원에게 자제를 요청해 질의 사이사이 강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강 의원은 "미국이 WTO에서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을 밝혀내야 부당한 요구를 안 할 것"이라고 준비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후 강 의원이 이탈리아 쌀 협상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김 본부장은 다시 "이것은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 EU국익에 대해 큰 영향을 준다"며 "국정조사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말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 전략을 다 밝히면 앞으로 DDA, FTA 등이 남아있는데 협상을 못한다"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규정을 위배하고 잘못 협상을 하면서 공명정대하게 밝히지도 않고 있는 점은 바로 잡아 시정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비밀유지 위배한 행위”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통해 “강 의원의 질문내용은 쌀협상 국정조사 과정에서 비밀자료 열람을 통해 취득한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이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한 것은 비밀유지를 위배한 행위”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오 부대표는 또 “쌀 협상의 상세내용은 외교상 기밀로써 이것이 대외로 유출될 경우 상대국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내며 “강 의원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고,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국익사항 공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쌀협상 국조특위가 채택한 국정조사 조계획서에 따르면 특위위원 등은 국정감사 조사에 관한 기밀유지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박홍수(朴弘綬) 농림장관은 "아르헨티나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정부가 기존 `구제역 방역정책'의 원칙을 포기하면서 수입위험평가를 진행했다"는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안에 따라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가 위험평가 절차에 대한 서류를 제시한다해도 우리가 제시한 8단계는 통과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강기갑 의원의 질문 내용에 대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에서도 강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경제관련 대정부질문에서 1차전을 벌인 강기갑 의원과 정부는 쌀 협상 문제를 놓고 새로운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강 의원은 쌀 협상과 관련한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쌀 협상 문제점에 대해 이미 수 개월 동안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강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에는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의원 및 사무보조자는 감사 또는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강 의원은 쌀 협상 이면합의와 잘못된 협상을 지적하기 위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하는 일임을 인지하고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폭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면책특권의 남용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을 지적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를 놓고 향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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