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벤처활성화 보완대책’마련 그러나... 제2의 벤처거품 우려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6개월여 만에 보완해서 다시 내놨다.
보완대책에 따르면 창업한지 7년 이내인 기업에 대해 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탈)와 창업투자조합이 경영지배목적의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권확보가 제한돼있어 창업초기기업의 자금조달, 부실징후기업 구조조정 등에 애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현재 벤처캐피탈은 최초 투자한 날로부터 6개월 이상이 지난 기업에 대해 회생지원, 인수, 합병 등 구조조정을 위한 경우에만 최장 5년간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또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설립한 유한회사가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미국형 투자조합방식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모태펀드를 통한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확대와 함께 벤처기업에 대한 투·융자도 확대된다.
정부와 여당은 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정협의를 개최,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지원강화’와 ‘벤처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이같은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을 마련 올 하반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제2의 벤처거품의 물결이 도래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창업보육센터 지원 강화키로
창업보육 기능 확대로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지원이 강화된다. 이는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289개에 달하는 창업보육센터 중 성과가 없는 보육센터의 지정을 취소하고 다시 10개의 보육센터를 선정, 벤처캐피털에 위탁해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또 장기 보육이 필요한 분야의 보육센터 입주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조합에 대해서는 모태펀드의 출자비율을 30%에서 최고 5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모태펀드란 개별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각종 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에 투자하는 이른바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 및 경영환경 개선
또한 정부는 벤처기업의 역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규제를 완화하고 자생력 있는 벤처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현행법상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규모(지분 50%) 이상의 자금 공급이 불가능한 데다 부실징후 기업 구조조정, 다른 회사와의 인수합병(M&A)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창업한 지 7년 이하의 신생기업에 대해서는 창업투자회사나 창업투자조합이 경영지배를 목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 창업지원법 시행규칙을 개정키로 했다.
아울러 기존의 창투사 중심의 벤처기업 투자는 이해 상충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소규모 유한회사가 투자조합을 결성, 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또 국민연금이 올해 중 1500억원을 출자, 벤처투자조합 6개를 추가 결성하고 출자규모도 확대키로 했다.
◆또다시 벤처 거품 재연 우려
하지만 다양한 지원책이 무분별한 창업으로 이어지고 옥석 가리기에 실패해 2001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벤처 거품을 또다시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일부 벤처기업은 정부지원으로 자생력을 잃은 지 오래”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 정부지원에만 의존하고 증시에서 돈을 벌려는 벤처기업인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벤처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창업 초기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가 벤처기업에 대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성장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봐야 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벤처 창업이 활성화 된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코스닥 시장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도 자극해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 이어서 또 다시 나온 벤처 관련 대책이 자칫 벤처업계로 하여금 정부 대책에만 너무 의존하도록 해 오히려 자생력을 낮출 우려가 있다.
또, 벤처대책의 영향으로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 탄생한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지난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무분별한 벤처 육성책이 잘 보여줬듯이 또 다시 '벤처 거품'현상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벤처 창업이나 창업 초기단계에 있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여건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창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두 차례 가량 똑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출자를 꺼려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며 “창투사의 설립 자본금 규모가 줄어들고 창투사의 조합 출자 규모도 감소하는 추세지만 현재의 시장여건과 창투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기관들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시범적’ 시도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무리”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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