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와 하이마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심사가 길어지고 있어 하이마트가 주주총회의 안건 상정을 미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마트는 ‘롯데효과’로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타며 순항하고 있다. 그 동안 하이마트는 기업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었으나 롯데쇼핑과 기업결합 계약을 맺은 후 바닥권을 탈출했다.
하이마트는 지난 9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개최한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10월31일로 연기하기로 결의했다. 회사 측은 “금일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및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해 의결하고자 했으나 참석주주들이 주주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롯데쇼핑, 하이마트 인수키로 계약
롯데쇼핑은 지난 7월6일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회장, HI컨소시엄 등 하이마트 3대 주주가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 65.25%(1540만주)를 1조248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두 달이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롯데와 하이마트의 기업결합이 늦어지고 있다.
원래 기업결합 심사는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30일 내 조사하고 통보하게 돼 있다. 사안이 중요하고 복잡할 경우 90일을 연장해 모두 120일 내에 조사와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하이마트는 ‘롯데하이마트’로 사명을 바꾸고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등 롯데 측 임원을 신임 임원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하이마트는 9월 26일 서울 대치동 본사 대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 변경과 신임임원 선임 등 2가지 안건을 상정해 승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하이마트 주주들이 기업결합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명 변경과 이사 선임 등은 성급한 처사라며 주주총회를 오는 10월31일로 연기하는 안건을 상정, 승인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오늘 올린 안건들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승인이 나야만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 아예 주총을 연기하는 안건을 올려 승인했다”며 “롯데는 유통 1등, 하이마트는 가전양판 1등이다보니 공정거래위원회가 꼼꼼하게 보는 것 같아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날 때까지 주총을 미뤘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아직 대주주가 아니므로 대주주인 하이마트 측의 결정에 따르고 있는 입장이다.
현재 롯데쇼핑은 계약금만 치른 상태다. 따라서 아직 하이마트의 최대 주주는 유진과 롯데쇼핑 2중으로 돼 있으며 공정위 심사가 끝나야 잔금을 치르고 인수가 종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자수 문제가 관건인데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있다”며 “독과점 기준이 되는 수평, 수직, 혼합 결합 등 시장 획정의 판단은 단정을 짓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는지가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수평 결합’은 동일한 가전 양판 경쟁사업자들간, 즉 전자랜드, 삼성전자와 LG전자 대리점 등과의 경쟁을 기준으로 독과점을 판단한다. ‘수직 결합’은 생산-유통 단계 등의 원재료 의존 관계로 판단하는 것이다. '혼합 결합'은 기타 그 외 결합을 일컫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러나 “경쟁제한성이 있고 없고를 인위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경쟁제한적인 효과가 있는 지 여부는 가격을 맘대로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롯데, 하이마트 인수 시 거대유통망 갖게 돼
공정위가 일단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롯데하이마트’는 가전 유통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쇼핑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가 마무리되면 전국 314개의 가전 유통점을 갖게 된다. 롯데쇼핑은 지금도 롯데마트를 통해 대형 가전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 12개 매장을 운영중이며 로드샵 전개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또 전국에 약 6450개에 달하는 세븐일레븐과 70개 롯데마트 점포, 340개에 달하는 롯데슈퍼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고 롯데홈쇼핑, 롯데카드 등과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
하이마트의 기업결합승인은 10월31일로 연기된 하이마트주주총회 일정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승인 심사 기한이 120일인데 11월까지 못 박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자료 징구기간은 빠지는데다가 현재 진척된 게 없어 언제 승인이 날지는 정확히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와 인수 계약한 하이마트 주가 연일 상승
하이마트는 그동안 기업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었으나 롯데쇼핑과 기업결합 계약을 맺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지연으로 인해 인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승세에 오른 하이마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후 7만원대의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선종구 전 대표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의 유경선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데 이어 지난 4월엔 회사의 공금 2408억원을 배임하고 18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 대표이사의 횡령혐의로 회사는 상장 9개월 만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고초를 겪었다.
상장폐지 위기를 넘긴 뒤에도 주가가 4만7000원대까지 뚝 떨어지며 바닥을 쳤던 하이마트는 지난 7월 유통공룡인 롯데쇼핑에 매각된 후 바닥권을 탈출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10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인 완료 후 롯데의 인력파견, 인수 시너지에 대한 홍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이는 하이마트 주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등 모든 소매채널의 가전상품 구매는 롯데하이마트로 단일화될 것이며 외형과 이익 증가 폭이 커 2016년까지 점유율 20%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수 마지막 단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하이마트의 주가는 상장 1년만인 지난 6월29일 4만7000원으로 공모가를 하회했지만 롯데쇼핑의 인수가 결정된 7월 이후 7만2000원대로 49.91% 상승했다.
장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