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말 그대로 안개속이다. 세 후보 모두 오차범위 안팎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대접전 양상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일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 안철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0.8%, 안 후보는 47.7%를 각각 기록해 안 후보가 6.9%포인트를 앞섰다.
유무선 전화로 이뤄진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안 후보에 뒤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 문재인'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44.5%)는 문 후보(44.9%)에게도 오차범위 내에서 0.4%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박ㆍ문ㆍ안 후보의 3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37.0%, 안 후보 26.4%, 문 후보 22.5%의 순으로 조사돼 박 후보가 10% 안팎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보였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일 실시해 채널A가 3일 밤 밝힌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 박 후보는 43.7%, 안 후보는 48.2%로 집계됐다. 4.5%의 차이를 나타내며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안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47.4%를 기록한 박 후보가 44.5%의 문 후보를 2.9%포인트 앞섰다. 3자대결의 경우 박 후보 37.7%, 안 후보 26.6%, 문 후보 22.4% 등으로 나타나 한국리서치의 조사결과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리서치뷰가 지난 2∼3일 이틀간 1천명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P) 결과, 다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28.5%로 안 후보(27.4%)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가 지난9월 19일 출마선언을 한 이후 다자대결에서 문 후보에게 뒤지는 지지율이 나타난 것은 처음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박 후보는 역시 39.9%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53.4%로 박 후보(43.2%)를 10.2% 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나갔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도 문 후보가 51.4%로 박 후보(43.8%)보다 7.6% 포인트 높게 나왔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조사도 대접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문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결과를 보면 (이표본오차 95% 신뢰수준ㆍ오차범위 ±3.1%)야권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후보는 38.7%를 얻어 안 후보(40.1%)를 오차범위 내로 추격했다. 같은날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40.8%를 기록, 안 후보(41.0%)를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의 모습에 이들 세 후보는 각자 자신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해법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보낸 박 후보는 과거사 사과와 안 후보의 의혹 검증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힘입어 박 후보는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산·경남(PK) 민심 회복과 40대 유권자 공략이라는 숙제를 안겨줬다.
PK 지역 출신인 문-안 두 야권 후보가 전통적인 여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지지율을 높이며 여권의 권역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과거사 사과 직후 맞은 추석 연휴를 계기로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당 지지율이 압도적인 이곳에서 야권 후보들과의 판세가 팽팽해지면서 빨간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각각 거제·부산 출신인 문-안 후보가 지역 명문인 경남고·부산고 출신으로 지역 민심을 흔드는 등 여당의 수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거기다 저축은행 관련 부산 민심을 잡고, 동남권 신공항 공약도 전개해야 하지만 대구·경북(TK) 여론과도 상충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후보가 지난달 24일 부산 방문에 이어 열흘 만인 지난 4일 울산·부산 지역을 다시 찾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여기에 야권후보 선호도가 확연한 20·30대, 박 후보 지지도가 절대적인 50대 이상과 달리 부동층이 다수인 40대 유권자의 마음을 잡는 것도 큰 분수령이다. 추석 연휴를 계기로 40대 표심은 상당수 박 후보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문 후보가 추석 연휴 이후 안 후보의 호남 지지율을 바짝 추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호남 지지율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견고한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 문 후보측의 판단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방문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본다.”면서 “자신 있게 가자고 캠프의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 현상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문 후보는 추석을 앞두고 광주·전남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했고, 추석 직후 첫 공식일정도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마석 모란공원을 방문해 유신 피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행보를 하면서 박 후보를 압박하며 전통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와함께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하면서 중도층 흡수 전략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안 후보는 본격 개시된 각종 검증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대선후보로써 면모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거래가보다 낮추어 신고한 다운계약서 논란과 관련해서는 안 후보가 공식 사과했으나, 논문 재탕 및 표절 의혹에 대해선 이를 제기한 언론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사안별로 대응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
검증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하며 사안별로 차별대응의 방안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의대 박사학위 논문의 경우, MBC의 보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향후 검증공세에 대한 대응의 모습을 시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혹 제기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도 단점중에 단점이다. 5일 현재 현역 국회의원이 1명도 없기 때문에 국정감사 기간 중 새누리당의 검증 공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안 후보 측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검증공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 공세에 대한 반박을 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야권단일화와 관련,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추석을 거치며 안 후보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문 후보가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추후 있을 단일화 협상에서 문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당분간 양측 모두 단일화에 대해선 ‘전략적 함구’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물밑 협상에서의 주도권은 이미 문 후보측에 넘어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측은 추석 민심이 유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 후보측에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이 안 후보측 박선숙 총괄본부장을 지난 3일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같은 서로간의 탐색전과 함께 문 후보 측의 자신감이 나타났을 것도 예상되고 있다.
문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두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기보다는 어떤 의미에서 시대가 두 분을 불러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길 분들이라고 확신한다”며 단일화의 가능성을 밝혔고, 또 다른 관계자도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나 절충과정이 길어지는 것은 안 좋다”며 “국민들은 그것을 부패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