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안 되면 정권교체 포기

문-안 두 야권 후보가 새누리당 박 근혜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각각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3자 대결에서 박 후보를 뺀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야권 내에서는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승부수로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서서히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르면 10월 중순부터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11월까지는 독자 행보를 이어가는 내부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내달 25~26일 대선 후보 등록이 임박한 시점에서 막판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추석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적으로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박 후보와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위를 점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문 후보는 안 후보만큼은 아니지만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수치적으로 문-안 두 후보가 모두 단일화에만 성공하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3자대결 구도는 이같은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박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안 후보와 문 후보가 각각 2, 3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추석을 전후해 안 후보에 비해 문 후보가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3자 구도에서도 안 후보와 격차를 좀더 좁히며 단일화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직후만 해도 문 후보를 10~15% 포인트 가량 앞섰지만 추석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4~7%포인트 정도로 격차가 좁혀진 조사가 다수였고, 한 조사에서는 문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뒤지기도 했다.
실제로 두 후보 측은 아직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하지 않은 채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안 후보 입장에서는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 카드를 먼저 내밀 이유도 적어 보인다. 여기에 출마선언을 통해 `정당의 변화와 혁신, 국민적 동의'를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상태여서 민주당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명분은 없어 보이는 형국이다.문 후보 역시 안 후보가 현 단계에서 단일화 논의에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단일화에 집착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역량을 높이는 측면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거기다 소폭이지만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캠프 분위기는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입장으로 단일화 논의는 10월 하순 중에 물꼬가 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 한 관계자가 "추석 이후 3주 정도는 지나야 양 후보 간 경향성이 정리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오는 20일게 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이에대해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방법론을 두고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텐데 어떤 방법론이나 장단점이 있을 것이나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나 절충과정이 길어지는 것은 안 좋겠다"며 "국민들이 그것은 부패라고 볼 가능성이 높다.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국민들이 좋게 안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단일화의 시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밝히면서 "왜냐하면 그것은 양쪽 진영의 전략에 관한 문제일 텐데 다 일장일단이 있을 거 아닌가 싶다"며 "과거의 제 경험 등을 비추어보면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지지율이 큰 격차가 없이 팽팽하게 같이 가는데 아마도 이른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쭉 가는 것이 양쪽 진영의 전략가들이 그렇게 판단한다면 단일화를 하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쟁점은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상황을 봐야하지 않을까"라며 "다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다면 질질 끄는 협상 대신 11월초에 끝낼 수 있도록 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과 안 후보 측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지난 3일 안 후보 캠프 사무실 앞 노천카페에서 회동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사자들이 티타임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후보단일화 관련 논의들이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소리가 무성하다. 이와함께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서 안 후보 검증을 밝히고 있는 시점에서 국감 직전 회동이라는 점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단일화의 최대 변수는 역시 지지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월 중순까지도 문-안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며 상호 간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사례처럼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후보 간의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의 경우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안 후보와의 격차를 상당히 좁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의 지난 1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 43.7%, 안 후보 37.0%,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같은 날 조사에서는 문 후보 43.4%, 안 후보 47.9%,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지난 2일 조사에서 문 후보 38.4%, 안 후보 40.6%로 혼전양상을 띠고 있다.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이 혼전일 경우 양측의 경선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가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고, 결과에 이견이 없어 상대 지지층을 흡수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시점에 대해 함구령인 상황이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대선주자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단일화 시점을 11월까지 진행시킬 공산이 높아 보인다. 안 후보 캠프 내부에서 내달 중순까지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대선 최종 공약집으로 제시하는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 등 단일화 타결 시기는 생각보다는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지난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의 면담에서도 단일화 추진을 당부하는 이 여사의 발언을 경청하며 즉답을 피한 것이 이같은 상황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이는 대선 후보 등록 시기인 11월 중하순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을 제고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야권의 경쟁력 있는 후보로 자리매김하며 단일화 를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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