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어지간해서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무원이나 법조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이 음주운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어 화제를 모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 남편 심재환 변호사의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지난 10월 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음주단속에 적발된 심 변호사에게 운전면허 취소처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정희 전 대표 남편 운전면허 취소 처분
심 변호사는 지난 9월 25일 자정 무렵 서울 중구 회현동 도로에서 법인소유 차량을 몰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호흡측정을 한 결과,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 0.094%의 수치가 나오자 결과에 불복해 채혈측정 검사를 했다.
채혈측정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심 변호사의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114%로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넘겼다. 당시 심재환 변호사는 “아는 사람들과 막걸리 몇 잔을 마셨는데 이미 술은 다 깼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월 4일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치와 면허취소처분 사실을 심 변호사에게 통지하고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적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인천 남부 경찰서는 음주운전 중 행인 두 명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A(3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29일 0시 11분 무렵 인천시 남구 도화2동 선화여상 앞에서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를 끌고 가던 중 B(26)씨, C(27)씨 등 두 명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08%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부산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70대가 사고처리를 고민하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2일 오후 2시 10분 경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가게에서 이 가게 주인 김모(73)씨가 문틈에 연결된 줄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이웃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전날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해 6중 추돌사고를 낸 후 사고처리 문제로 괴로워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확보하여, 김 씨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에 귀감이 되어야 할 공무원들 또한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공무원 기강해이를 둘러싼 향후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이 심각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8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 출범 이후 직원 음주운전과 관련된 3명(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의 직원은 검찰로부터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자체 징계로 견책, 경고 등을 받았다.
공무원 징계 사유 1위 ‘음주운전’ 충격
설상가상으로 절주 사업과 관련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조차 직원들의 징계 사유 1위가 음주운전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5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민주통합당) 의원에 제출한 직원 징계 내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에는 지난해 2월 국립부곡병원 직원 A씨는 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체포돼 해임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4개월이 지난 후 이 병원과 국립공주병원 직원도 각각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감봉 1월 징계를 받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가 속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0월 5일 기획재정부가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범죄 수사 개시통보서, 범죄 처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30명의 공무원이 음주운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울에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송파와 강남 지역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승우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송파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모두 9,901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돼 시내 경찰서 중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됐다.
또한 송파경찰서의 뒤를 이어 강남경찰서가 8,818건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중랑경찰서 7,618건 ▲마포경찰서 7,290건 ▲강서경찰서 6,955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에 일어난 음주운전 측정거부 건수는 총 297건이며, 이 가운데 강남경찰서 지역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강남 및 송파 지역에서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가장 많다는 사실에 대해 유승우 의원은 “앞으로 음주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선정하여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단속 활동을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