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1970년대 창작극 '물보라'
국립극단 1970년대 창작극 '물보라'
  • 민경범
  • 승인 2005.06.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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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국립극단은 '떼도적', '산불'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작품으로 오태석 작·연출의 '물보라'를 6월 9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 올린다.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의 일환으로 오르는 '물보라'는 1978년 국립극단 제88회 정기공연으로 초연된 이후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비약적 도약으로 국립극단이 이룩한 공전의 업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작품으로 초연 27년, 재공연 1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어느 작은 어촌에서 만선제를 벌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 안에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삶의 욕망과 죽음의 그림자를 표현, 한 편의 서사시를 그려내고 있다. '물보라'는 무엇보다 고풀이나 풍물패와 같은 전통연희와 토속문화가 현대연극 무대 위에 적극적으로 오른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진도씻김굿의 대가 박병천(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기능보유자)씨가 직접 출연해 ‘고풀이’를 실연하며, 그의 아들인 박환영(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을 비롯해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주자들이 시나위 반주팀과 소리꾼 등으로 출연해 보다 실감나는 무대를 선보인다. 무대는 온통 검은빛이다. 검은 바다와 검은 땅, 검은 폐선과 검은 당집 등 검정으로 물든 무대 위에 오직 사람들만이 흰옷과 알록달록한 장식들로 빛을 발한다. 특히 고풀이 장면에서는 천 송이의 흰 종이꽃들이 무대 위에 흩어져 흑백의 강렬한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1978년 용만 역으로 출연했던 전무송이 선주 역으로 다시 출연해 눈길을 끈다. 또 극의 중심이 되는 백치 여인 각시 역에는 떼도적에서 아말리아 역을 맡았던 이은정 각시의 남편이자 모자란 남자 일렬 역에는 박용, 각시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품고 사는 신기리 역에는 김종구, 각시와 모종의 관계를 맺지만 결국 각시의 칼에 찔려죽는 풍물패거리의 우두머리 용만 역에는 서상원이 맡는다. '물보라'에는 30여 명의 출연진 모두가 주인공이라 해도 될 만큼 마을사람 각각 개성을 가지면서 집단성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연출가 오태석과 출연자 전무송은 이번 '물보라'가 27년 전 초연작에 비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적인 짜임새의 표현이 보다 정돈되고,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자리 잡고 실연되는 고풀이와 풍물패, 토속적인 몸짓들은 현대극 못지않은 독특한 신선함으로 다가가 젊은 세대가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태석 작품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물보라'는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줄거리가 뚜렷하고 이해하기 쉬워 보는 재미가 크다. 2005년 새롭게 선보이는 '물보라'를 통해 전통소재 연극의 세련된 현대성을 발견하는 것 또한 관람의 큰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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