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법원이 애플이 제기한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영국 런던 법원에 ‘갤럭시탭이 애플의 디자인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결과 삼성의 완승. 이로써 삼성은 특허 소송에서 한수 위의 입지를 점령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애플은 영국 홈페이지와 주요 일간지에 자기 돈을 들여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지를 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태블릿PC 디자인 소송 삼성 완승
19일 삼성전자 및 외신에 따르면, 18일 영국의 항소법원은 ‘삼성전자 디자인 비침해 확인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애플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7월 18일(현지시각) 1심 법원은 판결을 통해 애플이 신문·잡지와 영국 내 공식 홈페이지 등에 ‘삼성의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공지하도록 한 바 있다. 다만 판결 직후 애플이 광고시기를 항소심 판결 때까지 유예해 달라고 법원에 낸 요청이 받아들여져 집행이 보류됐다.
그러나 이날 애플의 항소가 기각됨에 따라 애플은 7일 내인 25일까지 영국의 주요 신문과 잡지에 해당 내용을 광고해야 하며 영국 공식 홈페이지에도 1개월간 같은 내용의 공지를 게시해야 한다. 공지기간은 판결 후 7일내인 25일까지다.
업계에 따르면 자사 홈페이지에 경쟁사와의 소송 패소 결과를 게시하는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애플은 소송에서 진 것도 억울한 마당에 경쟁 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줘야 하는 자존심 상하는 판결에 암울한 분위기다.
특히 양사가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 지적재산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애플이 소송 상대방인 삼성의 주장을 자사 홈페이지에 싣는 것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준호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다른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나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가지고 무리한 주장을 함으로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태블릿PC의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애플에 완승을 거둔 셈이 됐다.
<영국 런던 소송 주요 경과>
▲ 2011년 9월 -삼성전자, 애플 디자인관련 비침해 확인 소송 제기
▲ 2012년7월9일 - 1심 판결 결과 삼성전자 디자인 비침해 확인 소송 승소, 애플 항소
▲ 2012년7월18일 - 영국 법원, 애플에 삼성이 디자인 침해하지 않았다는 광고 명령
▲ 2012년7월28일 - 영국 법원, 애플의 언론 광고 시기 항소심까지 유예 결정.
▲ 2012년10월18일 - 항소법원, 애플 항소 기각.
애플 안방 미국도 점령할 기세
악몽을 꾸던 삼성전자에게 미국에서도 반가운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배심원들의 ‘애플 편들기 판결’로 인해 판매금지까지 당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운명이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이 지난 1일 갤럭시탭10.1의 판금을 해제한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마저 일부 쟁점에 대해 삼성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은 것이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ITC의 예비판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법률전문사이트 그로클로(Groklaw)에 따르면, E.제임스 길디 ITC 판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침해 소송 예비판결에서 삼성이 프랜드 조항(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이라는 뜻의 특허기술 독점 방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길디 판사는 “삼성전자가 프랜드 조항을 위반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 삼성전자가 너무 많은 비용을 요구했다는 애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한 가격 수준을 애플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 8월 삼성이 완패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배심원 평결에 대해 법률적 오류가 있다는 주장도 나와 오는 12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탭10.1은 지난해 8월 독일, 10월 호주에서도 아이패드와 디자인 유사성 때문에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심지어 미국의 가처분 심리에서는 삼성전자 변호인이 ‘두 제품을 분간하기 어렵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호주에서 항고심을 통해 이를 뒤집었다. 미국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판매금지가 해제됐고, 독일에선 디자인을 일부 수정한 갤럭시탭10.1N을 새롭게 출시해 특허침해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다. 네덜란드와 한국에서도 이 제품의 판매금지를 요구한 애플의 신청이 기각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8월 일본 도쿄 법원은 핸드폰의 콘텐츠를 컴퓨터에 연결해 동기화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 미국 판매금지 해제에도 불구하고, 차별성을 강화한 갤럭시노트10.1이 이미 출시돼 있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같은 법원에 애플의 아이폰5가 자사의 표준특허 2건과 상용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19일 법원에 준비서면을 내면서 아이폰5에 대한 소송 추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번 본안소송에 대한 배심원 평결은 2014년 5월로 예정돼 있어, 업계에선 아이폰5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제3국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연승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 재판부의 결정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승소, 삼성전자 주가가 영향 줄까
영국 법원의 애플 항소 기각 판결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상승시킬 기폭제가 될 지 여부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각기 다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삼성전자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광고 자체가 세간의 관심이기 때문에 두 그룹 다 win-win 할 거라는 주장도 있다.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식으로 애플과의 특허 소송 결과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주가가 점차 상향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반면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이번에 패배했지만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인 점을 강조하며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에서 판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영국 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사실은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영국 판결이 난 18일 후 애플과 삼성전자는 주가는 둘 다 전 거래일 대비 다소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