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조카 vs 숙부 경영권 분쟁 승리는 누가?
녹십자, 조카 vs 숙부 경영권 분쟁 승리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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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지분매입 경쟁.. 유언장 무효소송 변수

 

지난 2009년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이 타계함으로써 녹십자 지분구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故 허영섭 전 회장은 사망 시 ‘장남을 유산 상속자에서 배제,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사회재단에 환원하고 나머지는 아내 정인애씨와 2·3남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다. 유언이 시행될 경우, 장남인 허성수씨에게는 지분이 상속되지 않게 되고 허영섭 전 회장의 동생이자 2대주주이던 허일섭 현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표면화되면서 후계구도가 굳어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녹십자는 창업주 고(故) 허채경 회장이 차남인 고(故) 허영섭 회장과 함께 1967년 설립한 회사이며,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모태로 고 허 전 회장과 허일섭 현 녹십자회장, 두 형제가 함께 키워 온 그룹이다.
또한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회장이 1961년 세운 회사, 한일시멘트는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이다. 한일시멘트는 한일산업(98.51%), 한일건설(50.54%), 한일개발(99.90%), 한덕개발(85.36%)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한일시멘트 지분이 늘어날수록 각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모자간 유산 다툼, 분쟁의 서막

고(故) 허영섭 회장의 사후 모자간의 법정분쟁과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지분경쟁은 창업주의 ‘가족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그룹 내 구성원들의 인화와 단결, 협동심을 강조했던 개성상인 정신의 향방을 궁금케 하고 있다.
가족 간 분쟁의 서막은 녹십자 회장이었던 허영섭 회장의 2009년 사망 이후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자신에게 유산이 전혀 상속되지 않은 것을 불만으로 어머니인 정인애씨를 상대로 ‘유언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함으로 시작되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유언장이 작성된 1년 전에는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아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장은 아버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주도 하에 일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박병대)는 “유언장 작성 무렵 허 회장의 의료기록과 배우자 및 허 회장의 세 아들 중 유독 장남인 허 전 부사장만 유산을 받지 못한 점, 어머니 정씨와 허성수 전 부사장 사이의 분쟁 경위 등에 비춰 가처분 단계에서는 유언의 유효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일단 허성수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1,2심까지 어머니 정씨의 승소로 현재는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1·2심 소송을 통하여 드러난 사실로 故 허 전 회장과 부인인 정씨는 2008년부터 결혼 문제에서 시작된 갈등으로 장남 허성수 부사장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거두고 유산 배분에서 제외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故 허 전 회장은 사전에 법률적 자문까지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시멘트 경영권 분쟁에 오너家 총출동

한일시멘트그룹은 창업주의 타계 이후 다섯 아들이 각각 그룹의 계열사 경영권을 물려받아 안정적으로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장남인 허정섭 명예회장이 그룹의 주력사인 한일시멘트를 물려받았고, 차남인 故 허영섭 회장과 5남인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 경영을 맡았다. 또 3남인 허동섭 회장은 한일건설을, 4남인 허남섭 회장이 한덕개발을 책임졌다.
이러한 교통정리로 2003년 허정섭 명예회장이 한일시멘트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현 허기호 부회장이 한일시멘트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삼촌들의 지분매입으로 경영권의 향방은 일단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허동섭 회장은 6만주 취득했고, 그의 딸 서연·서희 씨는 각각 한일시멘트 주식 3만5000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허동섭 회장의 한일시멘트 지분은 5.17%에서 5.96%로 높아졌고, 두 딸의 지분도 각각 1.33%에서 1.79%로 늘었다. 허동섭 회장 일가는 한달여 동안 1.46%의 지분을 늘리면서 9.5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허남섭 회장도 지난해 한일시멘트 주식 2만5000주를 매입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만도 25회에 걸쳐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5.90%로 높였다. 허남섭 회장의 두 자녀인 정미·정규 씨도 각각 0.97%와 1.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허남섭 회장 일가의 지분은 총 8.38%가되었다.
허기호 부회장도 삼촌들의 지분 확대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고, 아버지인 허정섭 명예회장으로부터 5만7126주를 증여받으면서 지분율을 5.11%에서 5.87%로 늘렸다. 허 명예회장의 지분은 8.71%에서 7.96%가 됐다.
아직까지는 허기호 부회장이 허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워크아웃 기업인 한일건설을 맡고 있는 허동섭 회장의 잇단 천문학적 소송 등의 악재도 변수이다. 그러나 한일시멘트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숙질간의 경영권 경쟁, 녹십자

녹십자 그룹의 경영권 경쟁도 故 허영섭 회장의 사망 6개월 전, 허일섭 회장 일가에서 지분 매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허 회장과 부인 최영아씨, 아들 진성·진영·진훈 3형제는 2009년 4월과 5월 10억 원 가량을 투자해 녹십자홀딩스 주식 1만3048주를 매입했다.
이에 질세라 같은 해 9월부터 故 허영섭 회장의 부인 정인애씨와 2남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 3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 등도 그해 연말까지 37억여 원을 들여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허 전 회장 일가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16.72%에서 17.72%로 증가했다.
전 회장의 타계 이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녹십자 그룹은 전 회장의 아들, 은철·용준 형제를 각각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의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분쟁설을 덮었으나, 잠잠해진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었다.
다시 이상 기류가 감지된 시기는 허 전 회장 타계 2주기인 지난 11월 부인 정인애씨가 갑자기 보유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정씨는 올 2월까지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홀딩스 지분 1.69% 전량을 팔아치웠다. 매각 대금은 116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정씨의 주식매각의 이유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분매입을 통해 경영권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허 전 회장은 부인과 2·3남 등 직계가족 세 명에게 녹십자홀딩스 주식 15만5000주, 녹십자 주식 6만주 등을 유산으로 남겼고, 상속세법에 따라 이 지분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20억 원이다. 이를 상속받기 위해서 유가족이 내야 할 세금은 약 100억 원이다.
보통은 현금으로 세금을 내기 힘들어 주식으로 물납하나, 그럴 경우 주식 수가 줄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이유로 현금으로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녹십자 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 어머니의 주식을 처분해 상속세를 해결하고 은철·용준 형제의 지분을 지키는 것이 후계 경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 것이다.

녹십자 혼란…‘개성상인’ 정신 사라지나

최근 녹십자는 바이오기업 이노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일반적으로 M&A 이슈로 상승되는 주가는 통산 2~3배이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노셀은 12배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폭등이라 불릴 만하다.
이노셀은 2012년 9월 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지연공시를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기업이었다. 물론 녹십자홀딩스의 인수 이후,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의 회의에서 향후 이노셀의 기업계속성, 경영투명성 등 상장 유지 타당성에 대하여 심사, 상장 유지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이노셀의 인수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녹십자 그룹의 경영방침을 볼 때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경영권 분쟁을 원치 않는 양가가 분쟁을 회피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고, 이노셀 성장 후 계열분리를 통한 윈윈전략을 취한다는 합의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양가의 합의가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킬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이노셀의 경영 정상화가 관건이나, 향후 故 허 회장의 지분 12.37%와 맏아들 성수씨의 지분 0.81%를 합쳐도 가족 전체지분은 16.77%에 불과하고 故 허 회장과 동생의 공동경영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 때문에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향후 창업주, 고(故) 허채경 회장의 개성상인 정신이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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