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이번 선거 최대 가치로 내세운 국민대통합이 정수장학회 논란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수장학회 전 이사장이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최필립 이사장은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최 이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거사 프레임’에 묶인 이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최 이사장의 결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장은 자신의 임기인 2014년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최 이사장은 “장학재단은 정치 집단이 아니다.”면서 “정치권에서 저희 장학회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이사장이 사퇴를 거부한 만큼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해법 찾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박 후보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대선 가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자진 사퇴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사퇴를 거부해왔다. 그는 지난달에도 사퇴 여부에 대해 “재단 임기 동안 업무를 다할 것”이라면서 “이사장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가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의 해석에 대해서도 “박 후보 스스로 이사진 거취 문제를 논할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도 “스스로 잘 판단해서 하라는 박 후보의 말이 사퇴를 촉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선대위 차원에서 최 이사장의 사퇴를 계속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 출신인 최 이사장은 2005년 박 후보의 후임으로 이사장에 임명돼 박 후보의 대리인격이 아니냐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다.
장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진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모 호텔에서 긴급 회동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문제를 논의하는 이사회를 가졌다. 당시 회의에서 이사진은 퇴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야당의 공세에 대한 반격에 상당 부분이 할애된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한 게 아니다’는 쪽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2일 재차 강도 높게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정수장학회 이사진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은 이날까지 거취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최 이사장의 본심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최 이사장이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 일부러 사퇴 거부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 등 주위의 압력에 의해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스스로 정리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다.
이와 관련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당초 박 후보가 최 이사장과 의견 조율이 된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나중에 최 이사장이 그런 게 아니라고 해서 (최 이사장이) 페인트 모션을 취한 거 아닌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페인트 모션이란 나중에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앞서 밝힌 것처럼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고 2014년까지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박 후보가 이사장이었을 당시 선임된 일부 이사진의 교체와 장학회 명칭 변경 등의 선에서 박 후보의 요구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이사장이 전날까지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해 "나는 정치적인 기관 운영자가 아니다" "정치 공세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최 이사장 주변에서도 ‘후보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전화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 이사장도 결국 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바라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박 후보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일단 최 이사장이 근 시일 내 이사진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만큼 논의 결과에 따라 정수장학회 이사진들의 최종 거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960년 4.19혁명으로 들어선 민주당 정권의 외무부에 들어가 7개월만에 외무부 초대 공무관(대변인)으로 승진했다.
1970년대 중후반 청와대 생활을 5년 가량 한 것 빼고는 1993년 리비아 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감할 때까지 30여년을 중동, 뉴질랜드, 스웨덴 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1974년 의전비서관으로 청와대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의전비서관을 마치고 섭외비서관으로 옮긴 그를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이 불러 ‘큰애 주변이 좀 시끄러운데, 자네면 잘할 거야’라며 ‘큰 영애(박근혜)’ 담당 공보비서관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당시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영부인 역할을 하던 박 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다음해 ‘10·26사태’까지 했다.
10.26사태 다음해인 1980년 최씨는 바레인 대사로 발령 받고 당시 박 후보를 찾아가 대사를 그만 두고 박 후보의 비서직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가 ‘대사 일 잘 하셔서 아버지 옆에 좋은 사람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세요’라고 사양하면서 인연은 일단락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1년 박 후보가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당시 박 후보는 최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리비아 대사를 끝으로 1993년 정년퇴직하고 쉬고 있던 그는 미래연합의 운영위원을 맡았다. 이어 정수장학회 측으로부터 이사장을 요청을 받고 2005년부터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사장 자리는 박 후보가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니라 당시 장학회 이사들이 박 후보를 잘 아는 최씨가 적임자로 보고 요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2일 성인남녀 75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6%포인트)에 따르면, 최필립 이사장의 거취에 대해‘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46.9%, ‘사퇴할 필요없다’는 의견이 23.1%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0.0%였다.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은 ‘사퇴찬성’(36.2%)이 ‘반대’(33.4%)보다 오차범위내에서 앞섰다. 비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사퇴찬성’이 53.9%로 ‘반대’(16.3%)의견보다 크게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찬성’ 의견이 가장 높은 계층은 진보성향 유권자들로 57.0%를 기록, ‘반대’ 의견(18.0%)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중도 계층에서도 ‘찬성’ 의견이 50.7%로 ‘반대’ 의견(25.6%)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성향의 유권자층에서도 역시 ‘찬성’ 의견이 45.4%로 ‘반대’ 의견(3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 유권자들의 60.9%가 ‘찬성’ 의견을 나타내 상대적으로 높았고, 전북이 53.8%, 대전·충청이 52.7%, 경기/인천이 47.8%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