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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동하던 연기자 방은진(40)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이미 5년 전부터 이를 준비한 그가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는 작품은 '오로라공주'.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현재 70% 가량촬영을 마쳤다.
연쇄살인 유력한 용의자는 외제차 딜러 순정(엄정화). 어느날 서울 강남 한 백화점에서 두 건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 유일한 단서로 만화 캐릭터인 '오로라공주'라는 스티커가 발견된다. 영화는 순정과 그 뒤를 쫓는 독특한 성격의 오형사(문성근) 이야기를 담고 있다.
14일 번화가 강남 한 대로에서 촬영을 진행 중인 방 감독을 만났다.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으며 기자들을 만난 그의 손에는 스태프와의 연락을 위한 '워키토키'가들려 있었다. 빨갛게 익은 얼굴에 손으로 눌려있던 머리를 흩트리던 그는 이미 익숙할 법도 한 기자들 앞에서 "쑥스럽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배우 때 보다 더 떨린다"는 그는 "배우 때와는 또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감독 역할을 맡아보니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영화 한 편 만들기 위해 고생하고있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어요. 우리 스태프가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현장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좋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니까요."
방은진은 경력 10년을 넘어선 중견 배우. 연기자로 데뷔한 연극계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었다. 영화 출연작은 '301,302' '학생부군신위' '산부인과' '말미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등 10여 편이 넘는다.
베테랑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감독에게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내가 어떻게 카메라 앞에 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는 방감독은 "장단이 각각 있다"고 대답한다.
"연기를 하다 보면 저 순간만 넘으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배우였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타협하게 될 때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연기자들과 함께 그 순간을 넘어서게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방은진이 본격적으로 감독을 준비한 것은 5년 전이다. '오로라공주' 제작을 맡게 된 이스트 필름 명계남 대표는 방은진에게서 감독 자질을 발견하고 영화 연출을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이후 준비한 영화가 파격적인 멜로 영화 '첼로'. 강우석 감독의 조언으로 차기작을 '오로라공주'로 바꾼 그녀는 강 감독이 건넨 한 편의 시나리오를 읽고 고민 끝에 자기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다.
"인생을 움직이는 에너지 중 큰 축을 이루는 것이 사랑이잖아요. 그 안에 원망과 증오, 분노가 들어있는 셈이고요. 원작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잘 살아있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제게 복수니 살인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결국 분노는 사랑과 비슷한 것이니까요."
후반부 촬영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방은진은 "실은 영화 연출을 후회한적도 한 번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덩치가 큰 도로 신을 촬영하는데 20시간 넘게 레카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더군요.
힘들었지만 야식 시간에 20분 정도 차에서 '기절'해 있다가 나와보니 다시 힘이 나더군요."
"감독이 되어 보니 사람이 좀 못되게 돼 가는 것 같다. 더 좋은 장면을 더 마음에 들게 찍고 싶은 욕심을 억누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그에게 연출자로의 변신이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묻자 "산 너머 산"이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한 산이 있어 넘었더니 또 산이 있고, 그 산을 넘었더니 다시 산이 계속 이어지는 식인 것 같아요. 지금은 새로운 산의 정상을 향해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다음달 중순까지 촬영을 진행할 '오로라공주'는 10월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