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으로 정직돼도 기본급 90% 지급
농협의 직원급여 및 퇴직금 규정을 보면 병역휴직자의 경우 기본급의 70%를 지급하도록 돼 있고 정직자의 경우에는 기본급의 90%까지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횡령으로 정직처분을 받은 직원조차 매월 170만 원 가량을 챙길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샀다.
지난 2009년 3월 농협 용인시지부에 근무하던 정모씨는 입영통지와 함께 병역휴직을 냈고 이때부터 군 제대까지 1천만 원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수령했다. 군포시지부에서 시재금(지출을 하고 난 뒤 남아 있는 돈)을 횡령한 최모직원의 경우 6개월 정직처분을 받았으나 매월 166만원씩 1천만 원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지급 받았다.
이밖에도 정직 중에 휴직급여를 받은 직원은 2008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88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8월 농협 여주군지부에 근무하던 김모씨는 출근 중 안전거리 미확보로 앞차를 추돌해 운전자가 다치는 접촉 사고를 냈고 이에 농협은 합의금 500만원을 지원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9년 3월경 농협 중앙지부에 근무하던 최모씨 역시 교통사고 가해자였지만 150만원의 합의금을 지원받았다.
실제 농협의 복지준칙에서는 직원이 출퇴근 또는 업무 수행 중 교통사고로 대인사고 발생 시 합의금을 500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경대수 의원(새누리당)은 “이런 직원의 복지제도는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경 의원 경기농협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지적하며 “농협의 과도한 휴직급여 지급과 상식 밖의 과잉복지는 농민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것이고 농협직원을 위한 농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홍문표 의원 역시 “농협의 급여 대비 복리후생비 비율이 30%로, 4대 국책은행과 특수은행 가운데 최고”라며 “직원에게 주택구매자금을 빌려줄 때 이자를 2.87%씩 보전해주고, 임직원 취학 전 자녀에게도 월 13만원씩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다른 은행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다. 지적받은 만큼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 하겠다”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에 근무 중인 김모씨 역시“일반 은행들도 농협과 같은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고, 복리후생 비율이 높을지는 몰라도 농협의 급여 수준은 오히려 타행대비 80~90% 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경기본부를 포함, 정직 중에 휴직급여를 받은 농협 전체 직원은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88명으로, 4억 원에 달하는 급여가 지출된 점을 미루어 보아 비난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1961년 창립이후 농업인의 복지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해 ‘나눔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자기 배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 본연의 정신을 잊었다는 짙타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11년도 기준으로 농협은 600명이 넘는 1억 원 이상의 봉급을 받고 있고 억대 연봉자가 3000명 이상인걸로 드러났다. 반면 농가 부채는 평균 2700만원이다. 이는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줄지 않는 빚으로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농민들의 처지가 반영된 것이다.
강원도 삼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태기(56) 씨는 “20년간 벼농사를 지어 왔지만 남은 것은 빚뿐” 이라며 “비싼 농자금을 구하기 위해 농협에서 빚을 냈지만 사정이 어려워져 살던 집과 축사가 경매로 넘어가고 파산선고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농협에서 빚을 내지만, 이자 갚기도 벅차고, 결국 불어나는 연체이자에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불어나는 빚에 허덕이는 가운데, 한 지역농협의 감사였던 조창현 씨가 한 언론매체를 통해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바로 경기도 지역의 농협이 대출 금리를 조작해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아 낸다는 것. 해당 농협은 조창현씨의 주장에 대해 “단순한 사무착오”라고 주장했지만, 과천, 의왕, 군포 등 수도권 농협도 대출 금리를 조작해 수 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받으며 망신살을 자초했다.
지난 6월 고객들의 동의 없이 대출 금리를 올려 100억대의 부당 이득을 올린 농협의 임원들이 적발됐다.
농협 규정상 대출금리 금리 구조를 바꿀 때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금리인상을 통보했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대출 고객 800여명의 가산 금리를 최고 0.78포인트 인상해 3년에 걸쳐 1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밖에도 2011년 과천농협은 가산 금리를 2.5%에서 4%대로 임의로 올려 47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중앙회 차원의 감사 결과 지난 3년간 68개 농협조합이 359억 원을 더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5000천만 원도 안 되는 부채로 인해 삶의 터전의 내놓아야만 하는 농민들의 현실을 상기해 본다면 더욱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농가소득 주는데 농협수당은 인상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농가소득은 3015만원, 농가부채는 2603만원인데 농협중앙회 임직원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을 넘는다. 게다가 지난 3월 성과보수 체계 개편으로 농협중앙회 임원 1인당 연간 약 2600만원의 연봉이 인상되기도 했다.
비상임이사인 경우는 더하다. 비상임이사의 1년 수당만큼은 농협이 국내 1,2위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의 수당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소득은 2008년 3050만원에서 현재 3015만원으로 1.2% 하락했지만, 비상임이사에게 지급되는 활동수당은 같은 기간 465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29% 인상됐다.
또한 출석수당 역시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66.6%나 오른 상태다.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김 의원은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아도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6000만원을 고정지급하고 있다”며 “또한 참석할 때마다 1회 50만원씩 출석 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1인당 1700만원이 넘는 경비를 들여 해외연수 명목으로 초호화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경우도 즐비하다”고 질타했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민들의 소득이 매년 급락하고 있는 동안 그들의 소득 향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 직원들의 급여만 급상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민 없는 농협잔치, 결과는?
이렇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농협의 임원잔치·연봉잔치 결과인 경영 성적표는 어떠할까? 한마디로 방만 부실경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3월 농협이 11조 원의 빚까지 져가며 금융과 농축산 유통 사업을 분리(신·경분리)했다. 이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성과급 보수 체계와 조직 구조를 대대적으로 혁신했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임원 수가 53명에서 104명으로 49%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김우남 의원은 규정이 개정된 후에 오히려 임원 한 사람당 연봉이 2천6백만 원씩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또 사업구조를 개편한 뒤 올해 9천억 원의 수익을 올릴 거라던 당초 목표가 무색하게, 올해 8월까지 종합손익은 8백억 원에 불과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천억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언급된 농협의 부동산 PF 대출은 4조1154억 원으로 시중 5대 은행 중 가장 많고 고정이하 부실채권 비율도 유일하게 1조 원을 넘는다. 연체금액은 2012년 8월 기준으로 5931억원으로 신한·국민은행의 2배, 우리은행의 3배, 하나은행의 25배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협 투자실패는 농민과 조합원 피해로 직결되므로 부실 대출심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의원은 “농민들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힘겨운 여건 속에서 등골이 휘는데, 농민들이 출자해 설립한 농협의 직원들은 연봉 잔치를 벌이며 방만한 경영이 결론은 비참하다”고 말했다.
농협은 회사가 세워진 취지를 다시한번 상기하며 농민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
한편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은 “PF부실이 가장 많아 개선하고 있다. 강화된 감독규정을 따라가며 부실대출도 제대로 정리 할 것”이라며 “가계여신 심사에 조금 느슨한 부분이 있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