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워킹스쿨버스’ 제도는 교통사고 예방 및 유괴, 미아, 성폭력 등 각종 어린이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워킹스쿨버스는 직장을 다니느라 아이의 등ㆍ하교길을 돌볼 수 없는 학부모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착한 제도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정착하기 위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워킹스쿨버스 활동자들이 수업을 마친 1~2학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쌀쌀한 날씨에 감기라도 들새라 아이들의 옷매무새를 매만져주며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꼼꼼하게 인원을 점검하고 출발한다.
안전한 등·하교길 돕는 ‘워킹스쿨버스’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는 초등학교 등하교 시 방향이 같은 어린이들이 홀로 보행하지 않고 훈련되어진 전문기술인력의 지도 아래 집단 보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주된 통학로에 일정 간격으로 정류장을 설치해놓고 정해진 시간에 어린이를 등교 시 데려오고, 하교 시 데려다 주며 안전교육까지 실시하는 선진국형 교통안전 등하교 기법이다.
‘워킹스쿨버스’ 실시는 활동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실제 도로상에서의 안전한 횡단방법 등을 직접 실습교육함으로써 등하교 시 발생하는 교통사고 위험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워킹스쿨버스 활동자들은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통학로 주변에 있는 위험물이나 아동범죄 발생 우려지역을 조사하고 기록한 후, 학교 측에 알리면 학교는 행정기관에 제안한다.
학교 측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등하교 길을 점검하고 보살피며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이용해 문자로 학부모에게 하교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보험도 무료 가입하여 안전한 등하교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1학년 학부모 이정현씨(38세)는 “아이가 1학년이라 등하교길이 불안해서 항상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곤 했었는데 이제는 봉사자들이 안전하게 함께 동행해주니까 마음이 놓이고 아이도 무척 좋아한다”며 고마워했다.
담당교사 민효진씨는 “2010년 6월부터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체계적으로 준비해오다가 2010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범운행을 하게 됐는데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기뻐했다.
교통안전지도사업인 ‘워킹스쿨버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초등생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만족해하고 있다. 맞벌이 등으로 인해 홀로 귀가해야 하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유괴·미아 등 아동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만족 이유로 제시했다.
‘워킹스쿨버스’ 활동자들로는 전문기술인력인 안전교육지도사와 자원봉사요원 등이 있다.
안전교육지도사는 소정의 안전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후 취득하는 민간 자격증으로 노동부 직업능력 개발원이 인증하고, 행정안전부 산하 사단법인 어린이안전학교 (www.go119.org)에서 발급한다. 자원봉사요원으로는 녹색어머니회 등이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길 통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학부모 봉사조직이다.
학교별 모임에 지역 연합조직이 있고, 전국적으로 조직돼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아이들의 등하교길을 지켜줌으로써 스쿨존에서 아이들의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줌마들 치맛바람’이라는 편견을 가졌다가 직접 녹색어머니회원이 되어 활동하면서 인식이 바뀌어 보람을 한껏 느끼게 됐다는 회원들도 많다.
녹색어머니회는 스쿨존 교통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학교에 수시로 가서 건의를 하곤 하는데, 다른 엄마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치맛바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밤샘 주차를 했던 차량이 등교시간이 되어도 빼지 않을 경우 차 빼라고 건의하는 것도 녹색어머니들의 몫이다. 녹색어머니회는 “이것은 아줌마들 치맛바람이 아니라, 교통에 관한 치맛바람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녹색어머니회는 또한 경찰서와 함께 주 1회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속도를 3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운전자 인식을 전환하도록 한 이면에는 녹색어머니회의 지속적인 건의가 한 몫하고 있다.
물론 녹색어머니회라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52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자원봉사 단체인 녹색어머니회를 둘러싸고 예산과 인사 등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여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녹색어머니회에 예산 및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자금 사용에 대한 관련기관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적도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감사원 감사 요청 움직임까지 일기도 했다.
녹색어머니회, 대가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단체
녹색어머니회는 지난 1970년대 초반 서울을 중심으로 초등학생 등하교길 교통지도 등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 봉사단체이며 최근에는 전국 5000여개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실버안전지도원의 교통안전교육 및 학교(성)폭력 예방 근절 교육, 민관 합동 음주운전근절 및 교통안전캠페인, 안전한 학교가는 길 만들기, 기초질서 지키기, 안전시설물 제보, 개선 활동 등을 하며 어린이 안전교육 법제화와 어린이사고 예방을 위한 입법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안산에서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안산 단원 경찰서 녹색어머니회 최효주(40세) 연합회장은 아이들을 위한 등하교길 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활동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밝고 환하게 웃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한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올해 8 년째인데, 그땐 내 아이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지만 초등학생인 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활동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안전교육지도사가 발대하면서 녹색어머니회원수가 줄고 녹색어머니의 교통지도 활동도 현재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바쁜 아침 시간을 쪼개 활동을 했었는데 안전교육지도사의 등장으로 녹색어머니회원들의 필요성이 점점 퇴색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어머니회도 일자리 필요
워킹스쿨버스에 참여하는 활동은 정확히 말하자면 봉사가 아니다. 지자체의 일자리사업으로 실비를 지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에서 시행하는 ‘일자리 사업’은 3월2일 시작돼서 6월30일 종료된다. 따라서 7월1일부터 방학 전까지는 실비 지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행안전도우미들이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물론 녹색어머니회는 실비가 지급되지 않아도 방학 전까지 아이들을 위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워킹스쿨버스 시행에 대한 각 시 담당자, 교육청, 학교 담당선생님 등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지자체도 많다.
안산시의 경우는 최효주 회장이 그 틀을 만들어 시행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일정부분 자리가 잡혔으나 애로사항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각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안내장 등도 최효주 회장이 메일로 선생님들에게 전송하면 수정되어 학부모들에게 보내지는 상황이다.
“선생님들도 업무가 바빠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하십니다. 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교육이나 응급상황 발생 시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제게 연락이 오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2011년에 약 4개월간만 실비를 지급받았을 뿐 현재까지 무료봉사하고 있으며 이번 워크숍에도 제 사비로 다녀왔습니다”
각 지자체의 경우는 실비가 지급되고 있고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회(안실련)’, ‘어머니지도사회’, ‘패트롤맘’ 소속이 대부분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액도 2배로 받고 있다.
“가장 많이 고생하는 녹색어머니의 경우는 지자체 일자리 창출로 실비는 턱없이 적게 받고 있지만 4개월 동안만이라도 활동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녹색어머니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안산시랑 조율함으로써 현재 안산은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는 10월19일 워킹스쿨버스 사업 워크숍을 실시하며 본 사업의 목적인 어린이 안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 워크숍에 참석한 워킹스쿨버스의 보행안전도우미도 해당 학교 어린이의 안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듯했다.
이 날 워크숍은 극히 일부의 보행안전도우미와 장학사, 안실련 등 몇몇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시범학교 활동자가 아닌 '자원봉사자'가 참석했다.
‘교육청’ ‘행안부(행정안전부)’ 그리고 각 시 담당자는 워킹스쿨버스 사업에 대해 소통한 적이 없는 듯 이번 워크숍 개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교육청의 워킹스쿨버스 보행안전도우미 선정에 있어 그 첫 번째 기준은 녹색어머니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크숍에 '녹색어머니회'가 참석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조금의 배려도 없었다.
25일 예정이었던 워크숍 일정은 돌연 19일로 변경됐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경찰청 협력단체인 '녹색어머니회'가 ‘경찰의 날’ 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해 각종 표창을 시상 받는 날이었다.
“그날 안산 단원 녹색어머니회는 영광(?)을 마다하고 사비를 들여 워크숍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하는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교과부는 워크숍 개최를 위해 '경찰청' 적어도 '녹색어머니회'와는 소통했어야 합니다”
최 회장은 보행안전도우미 활동에 있어 유사시 있을 범죄예방 및 대처를 위해서 교과부는 해당 파출소와 연계된 '경찰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함에도 소통이 없었던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곧 전국 녹색어머니회 워크숍이 개최될 예정인데, 따로 개최하지 않고 함께하면 내용ㆍ비용 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알차게 워크숍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과부가 전국 초등학교 대상으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워킹스쿨버스의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까지도 의문스럽습니다. 2년째 워킹스쿨버스 사업 운영에 참여하고, 봉사하면서 '봉사'와 '근로'를 이렇게 혼돈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이른 아침 바쁜 시간을 쪼개 자신의 자녀를 위해 아무 대가 없이 활동하는 녹색어머니회는 ‘유료봉사자’와는 다르지만 정부기관의 불공정한 처우에 대해서는 불만이다.
“녹색어머니회가 돈이 많아서 무료봉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자녀들 때문에 직장 생활하기가 어려워 밤새워 부업하시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학부모인 녹색어머니회도 아이들을 돌보며 돈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최 회장은 이 같이 토로하며 담임선생님의 권유든 자원이든 무료봉사는 언제나 학부모 몫이고 봉사를 사칭해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게 만드는 데 일조한 행안부와 교과부가 학부모를 봉으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푸념했다. 또한 별 소득 없이 진행된 워크숍 등 필요 없는 행사 등에 예산 낭비를 하는 정부기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예산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비영리 사단법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안전교육지도사와 자원봉사자 등이 초등학교 등하교길을 돌보고 있는 만큼 좀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안전교육 운영을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에게 이날 지급한 활동비 10만원은 워크숍 개최 장소인 울산까지 오는 데 드는 교통비와 식대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안산 녹색어머니회는 활동비를 받지 못했다고 최 회장은 밝혔다.
“사비를 들여 KTX 요금을 내고 식사도 했습니다. 안산에서 울산까지 가느라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없는 워크숍이었습니다”
그래도 녹색어머니회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길을 돕는 ‘워킹스쿨버스’를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할 예정이라며 정부도 이에 부흥해 합리적으로 이 제도를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