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과 10월엔 이사하는 가구가 가장 많아야 하는 달임에도 불구, 이사 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길음동에 있는 이삿짐센터의 김성철 대표는 “원래 이사철인 9월과 10월에는 100가구가 넘게 이사를 갔었는데 올해는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9월과 10월까지도 60~70가구 정도밖에 이사를 가지 않아 속상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주택거래 이뤄지지 않아 인구이동률 적어져
통계청에 따르면 조사 결과 지난달 국내 이동자 수는 50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4.9%나 줄었다. 7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987년 1월 이래 25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로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9월(67만762명)과 비교해도 4분의 3 수준에 그쳤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은 1.00%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9월 10일에 발표된 취득세 감면조치가 9월 24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주택거래자들이 거래를 24일까지 유보했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달 주택 매매는 1년 전에 비해 44.3% 감소한 3만 9800건에 그쳤다.
통계에 나온 바와 같이 이사하기 위해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걱정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인천시 중구 도원동에 사는 윤신철(39·남)씨는 30평대 아파트를 두 달 전에 부동산에 내놓았으나 집을 보러 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직장이 서울로 옮겨져 직장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계약해 뒀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도 못 가고 계약금도 뜯겨야 할 판이다.
윤씨는 “부동산에서도 팔아주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며 노력하고 있지만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매매가를 더 낮춰도 살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엔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 수도 2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셋값은 물론 월세도 오를 대로 올라 이사 가야만 하는데도 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살고 있는 상황인 사람도 많다.

경기불황의 파장은 결혼과 이혼 건수를 통해서도 현저히 알 수가 있다.
불경기 여파로 결혼은 줄고 이혼은 두 달 연속 늘었다.
지난 8월 결혼은 2만 44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3%나 감소했으나 이혼은 1만 건으로 3.1% 늘었다.
경기가 어려워 한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집은 물론 결혼자금이 준비되지 않아 선뜻 결혼날짜를 잡지 못하는 젊은 연인이 많아진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부부 간의 불협화음이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러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혼한 사람 대다수가 결혼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경제적인 면을 꼽았다.
실수로 가정불화가 일어난 경우에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싸움이 시작되면 ‘다시 사랑을 찾기’는 힘들다고 이혼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혼한 지 1년쯤 된 이진선(32·여)씨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싸울 일이 뭐가 있겠냐”며 “거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싸우는 거다”고 말했다.
이혼자들은 부부간의 사이가 좋든 나쁘든 결혼생활 중 다툼의 원인으로 금전문제가 제1원인이라고 말할 만큼 경제력을 중시했다. 연구대상 중 이혼한 사람의 49%는 남편의 경제적인 무능력이나 서로 다른 씀씀이 또는 지출에 대한 거짓말, 부부 중 한쪽이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이유로 상대를 통제하려는 행동 등 금전문제로 워낙 많이 싸워 다음 관계에서도 돈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균관대 이정명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모든 부부에게 적용되는 일괄적인 해결책은 없기에 각 배우자가 금전에 대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부부는 어려워진 가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지출과 저축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계획을 도출해야 한다”면서 “가족 경영이 원활해질 때까지 부부간 서로 이해하면서 지출을 억제하는 등 긴축정책에 대해 의논해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금신고기간이나 빚을 많이 졌을 때, 생활비를 처리해야 할 때와 같이 특별한 시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원칙과 기대치를 정하고 이를 지키라고 덧붙였다.
‘다시 사랑을 찾기’의 저자 테리 오부흐 미시간 대학 교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우자에게 칭찬과 키스, 껴안고 손잡기, ‘사랑해’라고 말하기와 감정적 지원 등 애정표현을 더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애정표현을 통해 신뢰를 쌓는 만큼 언젠가는 경제적인 요인도 나아질 것으로 믿게 된다는 얘기다.
이혼경험자들은 애정표현 빈도와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긍정적 표현 빈도, 상대방의 아이디어와 행동에 대한 긍정적 표현 빈도, 상대방의 인생을 흥미롭고 신나게 만드는 빈도가 경제력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부흐 교수도 배우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언행을 매일 하라고 강조한다.
“사랑해” 또는 “당신은 정말 좋은 아빠/엄마야”라는 말이나 아침에 커피메이커 켜놓기, 신문을 들여놓고 차 시동 걸어두기,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기, 안아주기 등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딛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오부흐 교수는 자신있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