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업체 화진화장품, 다단계로 번돈 일감몰아주기에 올인
방판업체 화진화장품, 다단계로 번돈 일감몰아주기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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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천 법인 따로 두고 매출 99%씩 채워주기 즐기는 회장님

거침없이 고도성장을 질주해온 장업계의 신화 ㈜화진화장품(화장품 및 마사지기 방문판매)이 탈세, 불법다단계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었고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2년 회사설립 이후 31년째 “소비자의 밀착 판매를 위해 방문 판매만을 고수해 왔다”는 경영 방침과는 달리 다단계 판매로 회사를 구축한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방문판매 업체가 다단계를?

합법적인 방문판매를 내세우는 화진화장품이 과거 불법적인 다단계 영업으로 회사의 경영을 팽창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 국회 도서관에서 열렸던 ‘다단계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한진)는 화진화장품을 두고 ‘불법 다단계’ 기업이라고 지칭한바가 있을 정도다.

직급마케팅을 운용했던 화진화장품은 2004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다단계판매 형태’로 판결 받은 적도 있다. 당시 법원은 “직원들의 직급 상승을 위해 큰 금액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변질되어 갔다”고 밝혔다.

화진화장품의 전 판매사원으로 구성된 ‘피해방지대책위원회’가 화진화장품 강 회장을 사기, 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며 회사의 영업 방식을 폭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피해대책 위원회 측의 고소장에는 “화진화장품의 강모씨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승진만 하면 고정급여(지사장 100만원, 국장 200만원)는 물론 증원(조작 확대)을 많이 하면 고수입이 보장된다는 사기교육과 상품을 강제출고(사재기)토록 유도하는 방법 등으로 판매 사원들에게 거액의 빚을 지게 한 전문적인 사기꾼이다”고 적혀있다.

당시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강 회장은 화진화장품에 불법 다단계 판매조직을 개설해 관리 운영하며 5만 명을 판매원으로 가입시켜 3000억 원 상당의 상품을 판매했었고, 소속 판매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면서 회사측이 원천징수한 사업소득세 14억 원을 포탈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2004년 강 회장은 국세청에 허위 세무신고를 한 혐의로 세무사찰을 받고 296억원의 법인세와 부가세를 추징당하기도 했었다.

화진의 성장 뒤에 가려진 판매사원들의 희생

평범한 가정부주였던 오씨는 인력 증원을 많이 하고 매출을 많이 올리면 주부들도 본부장이나 지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화진 화장품에 입사했다. 그 후 하루에 16시간의 노동을 감수하며 6개월 만에 본부장이 되었지만 회사는 지점장으로 승진시켜 준다며 계속적인 인력 증원 및 매출 증액을 요구했다.

오씨는 신용대출, 카드론, 아파트 담보, 사채까지 끌어다 천만 원 이상의 화장품을 자신이 구매하고 지점장 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회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회사 매출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핑계로 월급 한번 안 주고 평사원으로 강등했고 오씨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오씨의 남편은 “그동안 아내가 합법을 가장한 위장 불법 다단계에 속아 2년 동안 헌신하고 빚까지 내가며 매출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며 “살던 아파트에 경매가 들어오고, 빚쟁이들이 들이 닥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울분을 토했다.

오씨에 의하면 화진 화장품은 주민등록등본 2통만 때어다 주면 신입 사원으로 입사시켜 주고 60, 70대 여성에게도 “빠르면 6개월 이내 부장이나 국장급으로 승진 할 수 있다”며 입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한 때 이 회사에 근무하며 판매왕 신화의 주역으로 정평이 난 이(지사장)씨는 “고향 선배인 화진화장품 박모 부회장의 권유로 2003년 판매원으로 입사한 후 영업부분에 지대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박 부회장이 애초 약속(국장 승진하면 월 200만원 월급 지급)했던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진화장품 피해자 모임의 회원이었던 김씨는 “2006년 9월 KBS9시 뉴스에서 화장품 판매사원이 다단계에 속아 패가망신하고 투신자살한 김OO(여, 57세)씨의 사건이 보도한 바 있는데 바로 그 주인공이 화진화장품 판매사원이었다”며 “김씨 자살 이전에도 3명(화진화장품 판매사원)이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외 (화진화장품 판매원들의 자살이)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화진이 대통령표창장 수상자로 선정되고 연간 매출 3천억원 달성으로 성장하기까지는 30만 판매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판매사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한 기업주(강 회장)와 몇몇 임원(박 부회장 등)들은 성공한 기업인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반면 수십만 명에 이르는 판매원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불법 다단계로 번 돈으로 일감몰아줘

기업오너의 자식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오너일가의 배를 채우는 행위는 투명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뿌리 뽑아야할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이번 대선주자 빅3 조차도 그 첫 번째 공약으로 ‘경제발전’이 아닌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며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의 질서를 어지럽혀 온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는 현재 중소기업 곳곳에도 퍼져있는 상태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나쁜 버릇은 더 빨리 배우는 법. 화진화장품 또한 내부거래 비중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화진 화장품은 같은 상호로 두 개의 법인을 등록해 비밀스러운 내부 거래로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기스 화진화장품’이란 상호에 두 개의 법인이 존재하는데‘서울법인’ 화진화장품과 ‘부천법인’ 화진화장품이 그것이다.

‘서울법인’의 주사업은 화장품, 미용기기, 건강식품 판매 등이고 ‘부천법인’은 화장품과 미용기기 등을 제조해 ‘서울법인’에 남품하고 있다.

1991년 7월에 설립된 ‘서울법인’의 주거래처는 1998년 건립된 ‘부천법인’인 것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두 법인사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시작했다. ‘부천법인’ 매출 전부를 사실상 ‘서울법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자생력을 갖춘 각계의 회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천법인’은 지낸 해 매출 329억 원 가운데 327억 원은 ‘서울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냈다. 2010년 역시 ‘부천법인’의 매출 285억 원 중 ‘서울법인’이 282억 원에 달하는 일감을 퍼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결과 두 법인간의 내부거래는 100%에 가까운 매출을 서로 채워 나가는 수준이다. ‘부천법인’이 관계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99%(82억원 중 내부거래 320억원), 2002년 99%(292억원 중 내부거래 291억원), 2003년 99%(76억원 중 내부거래 75억원), 2004년 99%(82억원 중 내부거래 81억원), 2005년 99%(79억원 중 내부거래 77억원), 2006년 99%(168억원 중 내부거래 166억원), 2007년 99%(406억원 중 내부거래 400억원), 2008년 99%(254억원 중 내부거래 252억원), 2009년 99%(248억원 중 내부거래 246억원)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부천법인’과‘서울법인’의 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강 회장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상 전혀 다른 계열사로 밝혀졌지만 두 법인의 오너는 강 회장이다.

금감원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천법인’은 강씨 화진화장품 회장이 71.74%(13만631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서울법인 역시 강 회장이 28.26%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강 회장이 양쪽 법인을 주무르며 내부거래를 통해 부를 축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 강서구에 화진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강 회장은 고객에 봉사한다는 이념으로 31년째 회사를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부천에 법인을 따로 두고 일감 몰아주기식 내부 거래를 한 것과 철저하게 가려져 있던 불법 다단계 판매 의혹으로 기업인생에 오점을 남길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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