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자동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을 상대로 800억 원의 공사대금 등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걸로 확인됐다.
동자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대지면적 1만9494.2m², 연면적 17만3758.62m²에 주거시설 3개동, 업무시설 1개동을 신축하는 것으로 동부건설이 총 4구역에 대해 2005년 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서울역 부근에 자리 잡은 동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업무동 미분양 사태에 대한 분쟁이 소송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사태는 네 탓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은 지상 36층 규모의 도심 주거복합단지로 동부건설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경기가 침체 될 것을 우려해 동부건설은 조합 측에 분양가 인하 조정 등 대책을 요구했고 조합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부건설 측은 “2008년 5월 조합과 분양금 지급에 따라 공사금을 지급받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며 “현재 공사는 97.3% 완료된 상태지만 미분양 사태 발생으로 1859억원의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분양 사태로 조합 측에 분양가 인하 조정 등 대책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완공됐을 시 동부건설이 회수해야 하는 돈은 24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설명은 달랐다. ‘공사도급 계약서 21조 10항’에 의하면 분양가 결정 시 양측이 협의하기로 되어있는 만큼, 애시당초 분양가 측정에 대한 일방적인 조합원의 의사결정은 없었음을 밝히며 “2012년 5월 10일 주주총회에서는 112억 원의 손실을 감소하더라도 주거동을 일부 할인 분양해 미분양 가구를 소진하자는 의견이 나올 만큼 분양가 합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조합측은 분양 사업을 계속 진행해 미분양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의 추진 의사가 매우 강했다고 반론했다.
쌀쌀했던 지난 6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용산에 위치한 동자동 4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사무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사무를 보고 있던 직원 K씨가 동부건설이 조합측을 상대로 800억 원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실시간 기사를 인터넷 검색 중 발견했기 때문이다. 조합원 대표 민모씨는 “동부측은 사전에 소송에 대한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 “분양사태 때문에 서로 많은 조율을 해오고 있었는데...유감스럽게도 소송소식은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말하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동부건설의 소장은 아직 조합 사무실에 도착도 안한 상태라고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 2008년 5월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착공에 들어갔다. 추후 분양을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동부건설에게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 했다. 내년 1월 준공이 예정된 재개발 공사는 현재 97% 완료된 상태다.
동부건설은 “미분양 사태 발생으로 공사·금융비용 2900여억원 중 1100억원 가량만 지급이 되어 1800억 원의 공사대금이 밀려있다”며 공사가 완료되어 가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 지급을 늦출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조합측은 “분양 된 부분의 금액은 동부측에 먼저 넘겨주었다”며 “주거동의 경우 36세대가 남았는데 70평수 이상의 대형평형이라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동부건설 측도 알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양측이 논의 중이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측이 이런 조합원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고려하지 않고 소송을 건 것을 ‘일방적으로 시공비만 회수해 가려는 아전인수 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분양대금은 양측의 공동통장 들어온 뒤 동부건설에 우선적으로 이체된다. 조합측은 이런 사정상 여윳돈이 있을 수 없는 점을 지목하며 “국내 언론사의 경제부 기자들은 도의상의 양심이 없는 대기업의 말이 아닌 조합원의 말에도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합측은 이번 소송으로 수억원의 피해를 예상한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조합과 동부건설은 공동주택·근린시설 및 오피스텔 분양·광고·매각에 대한 광범위한 분양 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동자동 4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조합장 민모씨는 “오피스텔형인 업무동의 경우 2010년 4월 동부건설에 직접 팔아달라고 의뢰를 했었지만 동부건설과 K자산운영사가 제시한 매각안은 조합원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불합리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조성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52개월의 임대 보장을 요구했다는 것.
동부건설이 제시했던 매각안을 이행하려면 오피스텔 임대 조건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예치해야 하고, 처음 계약 시 비례율이 162%(비례율이 높을수록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많아진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아 충당하며 생활하려는 소액 조합원들은 다 파산하기 때문이다.
민모씨는 “조합장의 입장에서는 원가 이하로 팔아야 할 이유가 없기에 당연히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K자산운영사가 매각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조합원들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내부 마찰까지 생겨 운영진들이 바뀌는 내홍도 치렀다고 한다. 이어 조합측은 동부건설이 일방적인 업무동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한 압박의 의미로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부건설이 분양 대행사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지금까지 한건도 판매 실적을 올린 적이 없다고 조합측은 주장했다. 한상복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법적으로 가려지겠지만 만약 동부건설이 매각대행사로서의 책임을 신의성실에 맞게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에 하자가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동부건설 “우리는 처음부터 시공사 자격으로 계약, 미수금을 지급해라”
동부건설의 입장은 달랐다. 무슨 공사든 초기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초반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동부건설이 매각계약을 맡기 이전, 전 조합장이었던 김모씨와 전 조합 감사 이모씨, 브로커 정모씨 등 3명을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시공업체인 M사와 관련 각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다.
이에 조합측이 시중 시행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다른 곳은 못 믿겠으니 시행의 역할도 동부건설이 맡아달라”고 외뢰했다는 게 동부건설의 설명이다. 즉, 동부건설이 자회사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서 시행사의 역할을 자초한 게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간 것.
동부건설 현장 감시반 부장 윤모씨는 “매각 대행 수수료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이에 응했고 우리가 약속한 부분은 공평하고 부정 없이 매각을 이행하겠다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시행사로서 동부건설측의 역할이 문제가 있고 그동안의 과정이 흡족하지 않다면 시행업체를 바꾸면 가장 신속하게 마무리 될 일이고, 미분양 사태에 대해 이제 와서 동부측에 책임을 물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우리는 시공전문 그룹이며 설령 매각·분양 대행 계약을 맺고 그 부분이 미흡했다고 하더라도, 시공사 입장으로서 ‘미수금’을 받지 못할 이유도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합측이 잘못했으니까, 혹은 동부건설이 잘못했으니까, 이에 대해 판가름 하자며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며 “소송의 목적은 공사를 마무리 하고 있으니까 밀린 대금을 달라는 뜻”이라고 일축했다.
부동산 불경기에 탓?
마지막으로 동부건설 관계자는 “공사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시행하는 등 고통을 감내한 만큼 조합도 현실적인 대금 지급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사태는 불경기로 예민해진 부동산 시장의 일면을 드러내 준다고 평하고 있다.
한상복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몇 가지 법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을 설명했다. 우선 양측의 공사대금 액수 자체가 적정하게 책정이 된 것인지, 공사대금 지급 시기가 분양매각 진행률과 연동되어 있는지, 동부건설측이 분양대행 계약 이후 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는지, 시설의 준공을 앞두고 공사시설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등이다.
한 변호사는 “도시환경정비사업 시 시공과 분양대행까지 한 건설사에 몰아 준 것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며 계약당시 양측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조합이 동부건설을 믿고 모든 계약을 한 만큼 동부건설이 신의성실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대금 미회수에 따른 이자손실이 큰 만큼 동부건설의 상황도 매우 급박할 것”이라며 양측이 조율을 통해 신속히 정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부동산 펀드매니저 관계자는 “이번 동부건설의 소 제기로 인해 앞으로의 재개발 건 매각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간단하게 생각하는 기사 한 줄에도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7년동안 동거동락 해온 동부건설과 조합 측이 각자 어떤 구원투수를 내새워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