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불출석 '재벌2세' 결국 고발
정무위, 불출석 '재벌2세' 결국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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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재벌 2세들 국감에 이어 청문회까지도 출석 안 해

정무위 청문회, 유통재벌 4인 불참

재벌 2~3세들이 재벌1세들과 다름없이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며 특권층 특유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삼권분립이나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와는 별개로 국가의 법은 지위고하나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지켜져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그 자체를 지키지 않고도 무사히 비켜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표면적으로는 언론과 정치의 잘못,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경제적 수준과 정치적 입장의 불일치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위원회가 2차례의 국정감사에 연이어 출석하지 않은 데다 청문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대형유통업체 증인 4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인 만큼 국민의 선거에 의해 당선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뜻과 의지를 대행하고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 누구의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현실은 이러한 근본적인 원칙을 비켜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우습게 아는 재벌들

얼마 전 2012년 국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 2~3세들이 국회의 증인 출석과 재출석 요구를 연거푸 거부한 것도 모자라 청문회까지도 불출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는 이 같은 수모를 당하자 “국민은 물론 국민의 대표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은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과의 미팅 등 해외출장을 이유로,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 및 이마트 대표는 25일까지 프랑스의 선진 유통시설을 방문하고 세계 식품 박람회 참관 이유로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회장은 지난 21일부터 랑방(LANVIN) 최고경영자와 국내 독점 라이센스 계약 해지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유럽 방문을 위해 해외 출장 중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유경 신세계부사장은 지난 5일부터 '프로엔자 스쿨러'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하지 못함을 통보해왔다.

이에 국회정무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격호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 및 이마트 대표와 정유경 신세계부사장 남매(이병철 외손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회장(정주영 손자) 등 네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한 번 정도는 전체 증인 중에서 한두 명이 불참할 수는 있다”며 “이 세상 다른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피치 못할 경우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고, 국회 자체적으로도 불출석 사유서를 받고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어떻게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할 때마다 매번 뒤꽁무니를 빼고, 또 어떻게 증인으로 채택된 모든 재벌 2~3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다 불참할 수가 있느냐?”며 “아무리 자신들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사안(대형유통업체 불공정거래 관련 문제)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회로부터 몇 번이나 출석 요구를 받았으면 최소한 한 번은 그리고 증인 중에 한두 명은 '예의상'으로라도 참석해야 되는 것 아닌가?”하고 한국 재벌들의 뻔뻔함을 지적했다.

한국의 재벌들이 정부를 우습게 알 수밖에 없는 이유

얼마 전 SBS가 교도소에서도 버젓이 편법을 자행하는 재벌에 대한 보도를 한 적이 있다. SBS는 “범법행위를 해서 구속된 회장들이 교도소에서 변호사 접견권을 이용해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면회실은 유리로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있어서 접촉을 할 수도 없고 목소리도 전달되지 않아 마이크를 통해서만 얘기를 나눌 수 있는데, 회장들이 이용하는 변호사 접견은 유리벽이나 교도관의 감시도 없이 푹신한 소파가 마련된 장소에서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소위 ‘집사 변호사'라고 일컬어지는 변호사에게 시간당 20~30만원, 하루에 200~300만원 정도를 주면 종일 감방에 돌아가지도 않고 특별 면회실에서 시간을 다 보낼 수 있다”면서 “수감자의 변호사 접견은 법률로 보장된 권리가 맞지만, 시간 제한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호사 접견을 이용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재벌들의 잘못된 권리 남용에 대해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은 “아무리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횡행하더라도 회장들은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가서도 일반인과 다른 생활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어처구니없어하며 “아무리 '변호사 접견권'이 법률로 보장된 권리일지라도, 정부에서 이를 상식에 맞지 않게 운용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말과 함께 사회의 법과 정의가 계속 훼손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개했다.

이는 재벌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의 언론과 정치 탓도 있다. 언론과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서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올바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뉴스나 신문기사에서는 재벌그룹들의 잘못을 비판하는 보도가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간혹 재벌의 행태를 비판하는 신문기사나 방송뉴스일지라도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대부분 고발 강도가 약하다.

이번 국정감사 및 청문회 때 불출석한 재벌2세들에 대한 기사도 거의 재벌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일색이었다. 언론마저도 재벌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듯했다. 언제부턴가 일간지 1면 타이틀에서는 재벌 회장들을 직접 비판하는 걸 볼 수 없게 됐다. 오죽하면 진보적 언론들조차 광고수주를 위해 재벌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항간에 떠돌고 있을 정도다.

한국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국민들의 입장보다는 재벌들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정책 한 번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재벌2세들이 2012년 국정감사에 연이어 출석하지 않음은 물론 청문회까지도 불출석하는 등 국회에 수모를 주고서도 버젓이 외국에서 편안하게 체류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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