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취된 내용에는 민 위원장을 고립시킬 방법에 대한 논의도 담겨있었다.
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형사사건으로 가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회사가 (민 위원장에) 민사를 걸면 변호사 비용만 10억 넘게 들어가 개인 파산에 이른다”며 “집에다 압류를 100억원 걸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내용의 논의도 했다.
녹취는 지난 9월26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회의할 때 진행됐으며 이 회의에는 윤 사장을 비롯해 이백훈 현대그룹 전략기획1본부장, 이남용 전략기회2본부장, 김현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이계천 현대저축은행 사장, 강승태 현대자산운용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러한 녹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세간의 비난이 거세게 일기도 했으나 현대증권 측은 이에 대해 일관되게 묵묵부답인 상태로 대응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주일간의 무대응이었던 현대증권 측이 노조의 주장에 대해 반박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현대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의 건전한 노조활동을 적극 보장해 왔다”고 주장하며 “그동안의 각종 복리후생 등을 고려했을 때 노조를 탄압하거나 와해시키려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직원들과 상생해 나갈 계획이며, 노조가 제기한 사안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증권의 입장표명에 대해 “(현대증권이)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며 “이번 사건을 단순히 노사관계로 한정하는 수법이 매우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 위원장은 “현대증권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고 강조하며 “사측이 주장하는 임금이나 복리 등 근로조건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대증권이 금융투자업계 가운데서 임금과 복리가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은 노조의 '노력의 산물'이며 사측이 먼저 이러한 근로조건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현대증권의 퇴직연금이 업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에 대해 “지난 2011년 당시 임금협상을 진행조차 하지 못하다가 법정시한에 쫓겨 하루 전날 2년치 임금을 타결한 것을 두고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노조전임간부의 승진 우대정책 주장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이는 3년 전 사측이 노조위원장의 승진을 고의로 누락시켜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동노동행위구제신청 판결로 이뤄진 승진이었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사측이 표면적으로는 노조의 노동문화제인 '어울마당'을 위해 적극 후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이와 상이하게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어울마당에 회사는 10원 한 장 보태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히려 2년 전 조합원 1000여명이 백두산에서 행사를 추진했을 때 (사측이) 국가정보원에 신고해 곤욕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행사 추진 당시 대표이사 사장을 초청했지만 국정원에 신고해 노사 갈등을 일으켰으며, 당시 백두산 행사는 정상적인 여행경로였음에도 불구, 사측의 이러한 태도는 전혀 납득되지 않는데도 이제 와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에 대해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