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LH의 독선인가? vs 주민들의 한탕주의인가?
공기업 LH의 독선인가? vs 주민들의 한탕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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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 3지구에 무슨 일이?

4년 가까이 끌어오던 파주 운정3지구 토지 보상과 관련한 주민 반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수용재결 신청 약속으로 말미암아 파주 운정3지구의 토지보상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13일 운정3지구수용대책위와 LH 파주사업단 등에 따르면 LH는 파주사업단에서 주민대표, 파주시, 민주통합당 윤후덕(민주통합당·파주갑) 국회의원, 국토해양부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갖고 내년 1월 3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운정3지구 수용재결을 신청하는 데 최종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H가 산출한 토지보상비는 적절한가
부동산 불황도 합의 도출에 어려움
LH, 내년 1월 수용재결 신청 약속 
양측의 강경한 입장 속에 묘수는 없나

보상을 둘러싼 심화되는 갈등

파주 운정3지구 보상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LH공사 측과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는 적법성만을 내세우는 ‘LH공사’와 보상가가 적다는 ‘주민들’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정3지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운정3지구 주민들은 당초 보상금으로 3조2000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2조4571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보상금에는 재결·소송비용 2725억원과 LH 개별부담금 1510억원, 선 보상비 191억원 등이 포함돼 실제 지급되는 토지보상금은 2조145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7일에는 성남 LH 본사앞에서 3백여명의 주민들이 집회를 가졌고, 지난 9일에는 1천여명의 주민들이 LH파주직할사업단 앞에서 보상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이 이처럼 보상가에 불만을 품는 것은 운정3지구와 운정1·2지구 보상비가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운정 3지구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후 주공이 파주시 교하읍 동패리, 목동리, 와동, 당하리, 교하 일대 주민 소유의 주민이주를 위한 토지보상안 마련에 착수한 다음부터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증폭된 상태이다.

당시 주공은 국토해양부로부터 파주 운정3지구 개발계획을 승인받음과 동시에 운정3지구에 편입된 지장물건인 가옥 469가구, 상가 296실, 영업권 721개, 공장 454곳, 창고 337개, 비닐하우스 490개, 기타 145개 등 총 2852호에 달하는 지장물 조사를 착수하고 이주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보상문제, 정치쟁점화로 번지나

이처럼 파주 운정3지구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과 LH공사 측과의 갈등이 향후 정치 쟁점화로 번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석인 목소리가 높다.

기자가 지난 15일 파주 운정3지구를 방문하여 한 주민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수년째 LH가 사업지연을 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전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도 불구하고 LH는 여기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문제해결은 커녕 보상비만을 깎으려고 하는 태도에 이젠 질렸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운정1·2지구 공시지가는 2.2~2.5배 수준이었는데, 현재 운정3지구의 공시지가는 1.2배로 운정1·2지구의 절반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상실감이 더 큰 이유는 당초 언론에 떠돌았던 2배 또는 2.5배 보상은 커녕, 0.5배나 1배 보상이 대부분이고 최고수준은 1.4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윤후덕 국회의원(민주통합당·파주갑)은 파주 운정3지구 수용재결 신청과 관련해 지난 12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2013년 1월 3일 재결신청을 개시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날 면담을 통해 결정된 사항은 △ 2012년 12월 10일, 재결신청 접수창구 개설(신청서류 사전 검토) △ 2012년 12월 21일~28일, 재결신청 청구서류 접수 △ 2012년 12월 21일~2013년 1월 2일, 재결신청서류 작성 및 검토 △ 2012년 1월 3일, 재결신청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윤 의원은 “운정3지구 주민들이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LH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공문에 약속된 일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운정3지구 주민들은 ‘수용재결을 통한 정당한 재평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LH측은 ‘운정3지구와 관련한 토지보상은 감정평가 기준에 따른 공정한 산출’이라며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LH가 올 12월말까지 잡은 보상목표는 50%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목표치를 채울 수 있으므로 LH는 주민들과의 보상과 관련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양측의 팽팽한 대치 속에 주민들은 협의가 원만하게 잘 안되면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국회에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향후 양쪽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극심한 경제불황도 합의 도출의 어려움

이처럼 파주 운정3지구 주민들이 LH의 보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추락하는 집값’ 때문이다. 지난 9월 LH가 운정3택지개발지구 보상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인근 부동산시장엔 기대감이 높았는데 이는 내년까지 약 3조원의 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상금을 받는 주민들이 목돈으로 다른 토지나 아파트를 구입할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냐라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었지만 막상 보상이 시작되자 일대 부동산시장 상황은 전혀 변한 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막대한 보상을 기대하고 미리 대출을 받아 땅이나 집을 사놓은 원주민들이 많아 빚 갚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보상금 3조원 중 1조원은 은행으로 가고, 1조원은 외지인이 가져갈 것이란 말이 떠돌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보상으로 시장이 살아나기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파주 운정3지구 주민들은 LH의 충분한 보상을 기대하며 농지 및 공장터 등의 대토구입을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아 현재는 총 1조2000억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양측의 타협점을 찾을 묘수는 없나

운정3지구 택지개발사업은 대지 698만㎡에 3만9천29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2009년 10월 보상을 앞두고 사업재검토 대상이 돼 무려 3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대토 등을 위해 은행 돈을 빌린 토지주들은 이자 부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운정 3지구 전체 주민 부채는 무려 1조2000억원이 넘고 매달 이자만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주민들은 인근 운정1·2지구 보상수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아 형평성을 크게 벗어났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과 인터뷰를 가졌을 때 “감평기준을 도대체 어디다가 기준을 뒀기에 똑같은 지번의 대지가 감평결과가 다르다”며 “현재 감평가는 대지를 다 합쳐도 4000만원이 채 안되는데 4년전에는 1억원을 호가했었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운정3지구 비대위원장도 “운정1·2지구의 경우 3조2000억원대 보상비를 지급한 만큼 물가상승과 주변환경 변화에 따른 현실적인 보상을 고려할 때 당연히 운정3지구도 동등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운정3지구의 보상수준은 1·2지구의 40%에도 못미치고 있는데 이처럼 운정3지구와 운정1·2지구 보상비가 뚜렷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감정평가 과정에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치로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운정3지구를 농지로 50% 이상을 적용해 이 지역 농지의 공시지가를 현재 기준이 아닌 2008년 기준으로 적용해서 보상비를 낮춰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에 대해 LH는 기형적 공시지가 현상은 운정1·2지구 보상이 수립되던 지난 2008년 당시의 공시지가 수준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운정3지구 택지개발사업은 보상 완료 뒤 부지조성공사를 시작, 2017년 12월에 끝날 예정이다.

봉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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