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ㆍ재건축현장 개입해 거액 뜯어낸 폭력조직
경찰이 재건축 비리 수사 확대 방침을 밝힌 뒤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은 집중적으로 재개발·재건축 비리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조합과 건설사를 협박해 수십억원을 뜯어낸 폭력조직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번 사건에는 폭력조직 뿐아니라 공무원과 건축조합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비리백화점’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은 16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재개발사업 등에 끼어들어 납치 협박 등의 폭력을 행사하며 금품을 갈취한 폭력조직 ‘정릉파’ 두목 허모(51)씨 등 조직원 8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부두목 전모(36)씨 등 조직원 16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협박과 갈취 서슴치 않아
지난해 4월 정릉파 조직원들을 동원한 의정부시 용현동 재건축 조합원총회에서 ㅎ사가 시공사로 선정되자, “우리가 아니었더라면 시공사로 선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사장 김 씨(56)를 협박해 11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같은 해 5월 이 재건축단지의 폐기물 처리공사 약정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폐기물 처리사업권을 뺏는 한편,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시행사 사장 김 씨(43)를 흉기로 찌르며 위협한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이들은 2001년 7월 정릉5구역 재개발사업 철거업체로부터 5천만원을 뜯어내고, 같은 해 11월에는 재개발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은 고씨(49)를 협박해 5억원을 받아낸 혐의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수원시 매탄동 재건축사업 철거업체 사장 조씨(49)를 협박해 27억6천만원짜리 공사를 그만두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이들은 정릉2구역 조합으로부터 42평형 아파트 3채의 분양권을 두목 허씨 여동생(42) 등의 이름으로 건네받고, 취득세도 조합이 대신 내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목인 허씨는 1993년 이후 정릉동 일대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추진되자 다른 폭력조직 2개를 끌어들여 조직을 확장하며 대비했다”며 “갈취한 돈을 조직의 부두목이 이사로 있는 회사를 통해 세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정릉파 두목 허씨가 시공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직원들을 조합원총회 등에 동원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폭력배와 대형건설업체인 시공사들의 구체적인 유착관계를 두고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또 이날 있지도 않은 재건축 사업을 빌미로 돈을 받아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와 공사 하도급 계약을 주는 조건으로 돈을 챙긴 건설사 및 조합원 간부가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홍(47)씨 등 4명은 4월 “서울 독산동 일대가 재건축돼 연립주택을 구입하면 아파트 입주권과 이주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강(52) 씨 등 2명으로부터 1억2천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서울 잠실 1단지 재건축사업에서는 재건축조합 전 부조합장 고(56)씨가 2003년 부인 최54)씨 등과 짜고 건물철거공사를 주겠다고 속여 건설업자로부터 59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시행사에 조직원을 잠입시켜 배후 조종하고 조합장 대의원 총회에도 조직원을 동원해 특정 시공사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시공사로부터 뜯어낸 돈을 조직의 부두목이 이사로 있는 위장회사 a사의 계좌로 입금했다가 자회사로 재입금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하기도 했다.
이들 중 표모(41ㆍ구속)씨는 지난해 4월 의정부시 재건축 조합원 총회에서 자신이 지원한 회사 대신 다른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자 이 회사 부사장 김모(56)씨를 경기 파주시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살해협박을 하면서 11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주 활동무대인 정릉동 지역은 물론 수도권일대를 돌아다니며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을 무대로 폭력을 행사하며 금품갈취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조합장도 한몫
정릉 재개발사업을 관장하는 모구청 김모씨 등 공무원 3명은 정릉파의 위장회사 a사와 설계업자로부터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7백만원 상당의 향응과 5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정릉 재개발 조합장 이모씨 등 조합 간부는 2003년 6월 “하청을 주겠다”며 철거업체로부터 돈과 양주를 받고 수백만원의 여행경비까지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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