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만 통화됐어도 "업무 방해"
빚 독촉을 할 수밖에 없는 채권추심 직원들이 채무자와 전화로 19번만 통화했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19차례 통화로 인한 업무방해 결과가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업무를 방해받을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만으로 죄가 된다는 것으로 채권추심기관들의 주의가 필요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채무자 정모씨에게 대출받은 200만원에 대한 이자 지급을 독촉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한 일본계 대부업체 소속 이모씨 (32)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제 통화연결 횟수가 19회에 불과하더라도 우월한 경제 적 지위를 가진 대부업자가 채무자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채권추심행위를 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재판부는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 융회사에서 소외된 사회 경제적 약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액의 지연이자를 문 제 삼아 무차별적인 전화 공세를 통해 채권추심에 나서는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威力)이란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 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까지 포함한다"며 "업무방해의 결 과가 겉으로 드러나야 죄가 된다고 본 원심은 업무방해의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업체 F사 직원인 이씨는 대출금 200만원에 대해 보증을 섰던 정씨에게 이자 지급을 요구하는 전화를 400여차례 한 혐의로 작년 1월 기소됐다. 이 중 실제 통화가 이뤄진 것은 19차례였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발신번호를 확인하 고 바로 끊어 실제 통화횟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의 전화를 사무실이 아닌 개인 휴대폰으로 걸었기 때문에 간판업을 수행하고 있는 정씨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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