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 안된다며 자기 형에게 “우리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고까지 서슴없이 독설을 퍼부은 삼성가 삼남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맹희씨의 소송싸움이 자기 아버지 추도식에까지 번져 급기야 가족에게까지 참배 시간대와 건물사용을 통제하는 등 가관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설탕가지고 싸우는 천태만상을 보여주고 있다.
발단은 기획재정부가 조세소위에 현행 30%인 설탕 관세를 5%로 대폭 낮추는 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설탕 관세 인하는 작년 12월 국회에서 부결된바 있는데 불과 8개월만인 올 8월 8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또다시 포함되었다. 저가 설탕의 수입으로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설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삼성 관계자들은 기재위원실을 방문해 설탕 관세 인하안을 설득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관계자들이 조세위원실을 방문해 삼성물산에서 설탕을 수입하려는데 높은 관세 때문에 기존의 과점체제(CJ)를 뚫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
이에 CJ 제일제당은 관세 인하에 따른 물가 인하 효과가 적고, 제당산업의 몰락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9년 4월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기획재정부 허경욱 차관을 면담하고 설탕 제조에 사용되는 원당에 부과되는 할당관세를 인하해달라고 요청한바 있다. 또 식품업계 실적 분석 자료를 배포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설탕과 밀가루 등 소재 식품회사들이 경영난에 처해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설탕 관세 10~15% 인하안을 잠정당론으로 결정한 새누리당 의원들은조차 지난 16일에 열린 조세소위에서는 입을 다물었고 야당 의원들은 “물가 인하 효과가 없다” “정권 말기에 왜 처리하려고 하느냐”며 일제히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CJ쪽에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때문에 삼성물산이 설탕 관세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CJ를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병철 고 삼성 회장이 지난 1953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창업한 삼성가 최초의 제조 기업이다. 이후 독과점 기업으로 군림해왔으며 설탕산업이 기업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는 분야인 만큼 CJ로서는 삼성의 로비가 탐탁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소송, 미행, 추도식으로 이어지는 삼성과 CJ의 대립이 '설탕'으로까지 확대될지는 두고볼일이다.
소송, 미행, 추도식에까지 이어지는 삼성과 CJ와의 불편한 대립이 '설탕'에까지 번질지는 오는 22일 설탕 관세논란이 처리되는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