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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국내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이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나라 요시모토는 일본 신세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 보일드, 하드럭'의 표지와 삽화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작은별 통신'이라는 자전적 삽화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올해 46살의 나이로 대중문화를 성공적으로 수용한 일본 네오팝(Neo Pop) 세대의 대표작가로 통한다.
'내 서랍 깊은 곳에서'라는 제목아래 8월 21일까지 계속될 이 개인전에는 회화와 조각은 물론 드로잉, 사진에 이르기까지 총 300여점이 출품됐다.
그의 작품에는 늘 순진한 듯하면서도 악동같은 표정의 어린 아이나 개와 고양이 같은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귀를 쫑긋 세운 갈색 새끼 고양이가 오리 모양의 간이 변기위에 올라 앉은 모습을 그린 '착한 새끼 고양이'나 스키를 타고 우주를 날고 있는 아이의 모습인 '우주 스키어',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우주선을 타고 가며 눈동자에서 노란 빛을 뿜어내는 아이를 그린 '당신은 우주여행자' 등은 앙증맞은 만화 캐릭터나 에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 꼬마나 동물들은 대부분 2등신의 신체구조와 둥그런 얼굴에 눈꼬리를 치켜 뜨고,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비쭉거리거나 앙다물고 있다.
그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귀엽고 한없이 순진무구할 것 같은 어린 꼬마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반항적이고 때로는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이 우리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 잔인함 등 복잡한 현대인의 감정의 선을 잘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같은 양면성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네오팝 세대가 전체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 요시토모의 경우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청소년기부터 몰입해온 저항과 자유, 죽음에 대한 찬미 등을 노래하는 로큰롤에서 더욱 강한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순수미술 형식과 대중문화의 정서를 결합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며 음울하고 스산산 고딕적 경향마저 띠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하우스'라는 집을 새롭게 제작해 갤러리내 글래스파빌리온에 설치한 뒤 관람객을 집안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소지품과 작업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집의 위층 발코니에 올라서면 로뎅의 '지옥의 문'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조각설치 '생명은 샘'은 물이 가득한 대형 커피잔 속에 얼굴들을 층층이 쌓아 올려놓은 작품으로 이들의 눈에서 은연중 흘러나오는 눈물은 복잡하고 무서운 이 세상에서 성장을 멈추고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피터팬 같은 젊은이들의 고독을 상징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