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가 나타났다. 여러 가지 정치적 장치들이 작용하는 공식 행보도 아니고 측근들에 의한 구설수도 아니다. 지난 18일, 손학규는 자신의 홈페이지 이름 그대로 ‘저녁있는 삶’처럼 나타났다.
손학규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 들어 유난히 철 없이 핀 꽃이 많다. 어제 영암 월출산에서, 진달래꽃.”라며 ‘철 없이 핀 진달래’ 사진을 올렸다. 그동안 대선에 거리를 두고 심지어 자신이 소속된 민주통합당에 마저 등을 들리며 첩거정치에 들어갔던 손학규가 의미심장한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고개를 든 것이다.
경선 패배 직후, “그동안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눈물도 흘렸고 아쉽기도 하고 여러분께 죄송하기도 합니다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도 손학규 후보. 아니 손학규 고문님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며 김유정 대변인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손학규는 트위터는 자기 자신이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경쟁자였던 문 후보가 대선행보를 보일 때 손학규는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고 트위터에 보란 듯이 ‘등산행보’를 노출시켜왔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이 정치와 연을 끊고 ‘트위터’같은 공개적인 성향의 SNS에 ‘산행’만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퍼포먼스며 이를 뒷받침 하는 이유가 손학규에 대한 채널은 단 하나 뿐이고 그마저 자기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의구심이 확정된 것이 이번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올 들어 유난히 철 없이 핀 꽃이 많다.”라는 메시지를 통해서다. 일각에서는 ‘철 지나 핀 꽃’을 ‘철 없이 핀 꽃’으로 쓴 이유가 현재 대선판을 둘러싼 각 후보들을 두고 한 소리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철 지나 핀 꽃은 정치적 해석으로는 박 후보에 해당되는 비유이다.
말 한마디로 조용히 야권 흔드는 손학규
최근 홍성담 화백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연상되는 아이를 낳는 그림을 그려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박 후보 측은 출산 장면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위한 최악의 네거티브”라고 비판했고 논란의 중심에 선 홍 화백은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작품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정 정치인을 대중이 신격화하는 건) 파시즘과 독재의 근본 바탕이 된다"고 답했다.
홍 화백은 자신의 그림이 '괴벨스식 선동'으로 느껴진다는 비난과 관련해 "박정희 독재시대 때 우리는 국민교육헌장을 줄줄 외웠다. 그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천황이 국민들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 만든 교육책을 그대로 흉내낸 것"이라며 "그리고 박정희 시대 때 구국여성봉사단이라든가 새마을운동, 물론 박근혜 후보가 그때 총재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게 괴벨스의 선전선동을 흉내낸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유신시절 즉 철 지난 것을 박 후보를 통해 표현해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철 없는’ 표현은 민주통합당 경선 과정의 미숙함을 올 한해의 날씨에 비유해 드러낸 것이며 ‘꽃’이란 경선에서 승리 대선후보가 된 문재인을 지칭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안철수 대선 후보 사퇴와 관련 ‘철 없는’의 ‘철’이 안철수 후보를 지칭한다는 온갖 억측도 난무하는 가운데 대선기간 동안 산행을 하며 ‘철 없이 핀 꽃들’을 지켜봐온 손학규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손학규 지지자들은 손학규가 대선 막바지 판에 ‘철 지나 피어난 꽃’이 되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아무튼 손학규는 의미심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며 조용히 야권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