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체의 A/S도 우리나라를 세계적 서비스 산업국가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산업 발전과 고객만족을 위해 개선해야만 할 점이 눈에 자주 띄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비스 산업 중 특히 택배회사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 의해 가장 많이 고발되는 택배회사는 CJ대한통운으로서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A씨는 지난 11월 12일에 지인으로부터 CJ대한통운을 통해 택배를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도착하지 않아 운송장번호를 검색해보니 13일밤 11시에 ‘물품발송완료’로 처리돼 있었다. 14일까지 기다려도 물품은 물론 전화나 문자도 없어 직접 1588-1255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택배기사 핸드폰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전화를 시도해도 연락두절인 상태에서 그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아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계속 통화중이었다. 한참 후 어렵게 통화가 연결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고객센터는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니 4시간 뒤에 무작정 ‘슈퍼마켓에 맡겨놓았다’는 답변을 주었다. 슈퍼마켓이 망해서 문이 닫혀 있는 상태라 언제 문이 다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A씨는 “본사고객센터에 연락해서 개선을 요구했으나 소비자인 제 탓으로 돌리며 전화를 확 끊더라”고 말하며 개탄했다.
CJ대한통운 택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이외에도 또 있다.
D씨는 시골에 있는 부모가 농사를 지어 사과와 감을 택배로 보냈다고 전화를 해 온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3일 만에 택배가 왔다. 그러나 포장됐던 박스가 터져서 대한통운 테이프로 다시 봉했고 안의 내용물은 멍이 들어 썩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고 개수도 많이 없어졌다. D씨는 황당해서 CJ대한통운 고객센터로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D씨는 “그냥 넘어가려 해도 부모님이 정성을 들여 농사를 지은 산물인데 이렇게 손상된 사과와 감을 볼 때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C씨 또한 지난 11월 9일 금요일에 롯데닷컴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했다. 주문할 당시 “물품은 3일 이내 발송, 1~2일 이내 도착”이라고 안내해서 “주말을 빼면 늦어도 화요일쯤 도착하겠지…”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화요일이 거의 지나가도 소식이 없어 운송장조회를 해보니 아직도 대한통운 의정부사업장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대한통운 의정부사업장과 어렵게 전화를 연결해 문의하니 동서울사업장으로 보냈다고 해서 그곳으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근무시간인데도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요즘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품을 대한통운을 통해서 받으려면 배송이 늦어지고, 허위로 배송조회를 올리고 있다고 하던데, 이 배송업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물품을 보내놓고 일처리가 잘 됐는지 확인해보지도 않는 롯데닷컴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물품을 구입한 이후 반품처리가 안 된다든지, 제조사나 유통사의 문제로 돌리고 “나 몰라”로 방치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의 문제는 택배나 인터넷쇼핑몰 서비스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있다. 택시 탑승거부도 여전하고, 바가지요금도 소비자들이 틈만 보이면 씌운다. 서울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한 것도 문제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도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 K씨의 경우 최근 갤럭시S2에서 갤럭시노트2로 바꿨다. 당연히 같은 회사의 동종 제품이므로 이전의 중요한 데이터가 새로 구입한 폰에 옮겨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전화번호 외에는 옮겨지지가 않았다. 이전 메시지ㆍ일정ㆍ노트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 기존 삼성의 PC 프로그램으로 백업한 파일이라도 열어볼 수 있었으면 해서 뷰어가 있나 찾아보고 문의도 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K씨는 “세계 스마트폰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랑하는 회사가 스마트폰 판매에는 열을 올리면서 이러한 간단한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고 폰을 교체하게끔 하는 것에 참 어이가 없다”라고 비난했다.
서비스 산업이 개선되려면
그러나 이러한 각 분야별 서비스 산업의 문제점들은 비단 업체나 종사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
모 방송사 개그프로에서도 풍자되듯이 무조건 환불을 요청하거나 택배 종사자에게 막말을 하고,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말도 안 되는 요구나 험담ㆍ음담패설 등을 하는 소비자도 많다.
택배의 경우 종사자의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기사 1인이 평균 하루 240건을 배달해야 하고 건당 600원의 노임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한데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소비자들로부터 수모를 받을 때면 죽고 싶다는 것이 종사자들의 심각한 애로사항이다.
택배 종사자 L씨는 “20kg짜리 쌀포대를 들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오를 때면 내가 왜 이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서글픔이 밀려온다며 “게다가 주문을 해놓고 집에 사람이 없고 전화마저도 안 받을 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일부의 소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욕설을 다짜고짜 하는 등 함부로 취급해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택시법처럼 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서비스 산업 문제점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각 분야별로 상황의 차이가 있기에 단순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서비스 종사자는 소비자를, 소비자는 서비스 종사자의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해주면 그것이 진정한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