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군 기강...국민은 누굴 믿나?
연천 경계초소(GP)서 사망 8명, 부상 2명
정부와 군 당국의 지속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군 기강 해이로 군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새벽 2시30분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평소 선임 병들의 폭력에 불만을 품고 있던 김모(22) 일병이 잠자던 소대원들에게 수류탄을 던진 뒤 경계초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총으로 44발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소초장 김종명(26·학군 41기) 중위를 포함한 소대원 8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근부대에서 철책선이 뚫린 것이 밝혀진지 이틀만에 발생한 데다 불과 수백m 앞에 북한군과 마주한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허물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육군장성진급 비리와 육군훈련소 인분사건 등에 이은 일련의 대형 군 관련 사고에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윤광웅 장관 취임 이후 10월 월북자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 철원 최전방 3중 철책 절단과 인분사건, 올 4월 술 취한 민간 어부가 어선으로 월북한 사건, 이번달 해군 특수작전용 보트 분실 사건, 지난해 뚫렸던 철책 부근을 통한 북한군 1명의 월남 등 군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평소 고참병에게서 언어폭력을 심하게 당한 사병이 앙심을 품고 저질렀다는 점에서 군내의 고질적인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괴롭힘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논산 육군훈련소‘인분사건’ 이후 군내 인권개선과 가혹행위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군 당국의 군내 인권개선 대책이 헛구호에 그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 귀순한 북한군 초급병사 리영수(20)씨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휴전선을 통과하기까지 3중의 철책을 통과했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리영수는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쯤 철원군 대마리 인근 전방 철책 중 최북단 철책은 물이 흐르는 철책 하단부의 돌을 파내고 통과했으며, 중간 철책은 경계병들이 출입하기 위해 설치됐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철문 틈을 이용해 통과했다. 이어 남쪽 철책은 철책을 지탱하고 있는 지주(철기둥)를 타고 올라가 뛰어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불의의 피해를 당한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침 8시40분께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부상자 치유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사태의 원인과 동기를 철저히 밝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 장병과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