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참사'가 싹 틔운 봉사활동 10년
삼풍 참사'가 싹 틔운 봉사활동 10년
  • 전명희
  • 승인 2005.06.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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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창립 10주년
"처음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인근에 천막을 칠 때만 해도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가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하 봉사단)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10주기인 29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사고 후 첫 일요일인 1995년 7월2일에 봉사단의 천막이 들어섰지만 봉사단 창립자인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47) 목사가 구조현장에 뛰어든 것이 바로 사고 당일이어서 삼풍 참사일이 바로 창립기념일이 됐다. 조 목사는 그 해 6월29일 오후 경기 성남에서 열린 주일학교 강사 강습회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다 라디오에서 대참사 소식을 전해들었다. 서초동 부근을 지날 때마다 눈에 익었던 백화점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과 손전등ㆍ랜턴 등 구조작업에 필요한 장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긴급 뉴스를 듣게 된 것. 우선 승합차를 서초동 방향으로 돌린 조 목사는 지나치는 슈퍼마켓마다 차를 세우고 랜턴과 손전등을 사려했으나 물건을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조 목사는 어쩔 수 없이 빈 손으로 참사 현장으로 향했다. 평소 눈에 익었던 분홍빛 백화점 건물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기둥 몇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곳곳에 시신이 나뒹굴었고 생존자들의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참혹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는 산소용접기와 절단기 등을 갖고 구조활동을 위해 현장을 찾은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경찰 책임자의 양해를 얻어 통제선 안쪽으로 향했다. 어지럽게 널려있던 라면 상자 겉면에 구조작업에 들어갈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적었다. 참사 현장 안에 들어갔다가 혹시 사고를 당해 나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헬멧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았으나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사고 현장 이곳 저곳을 누비며 생존자 2명을 구해 들 것에 실어 내보냈다. 조 목사는 사흘 뒤 교회 근처 노인정에서 천막을 빌려 참사 현장 인근에 세우고 일단 교우들에게 모은 100만원으로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교회에서 나온 봉사요원들의 천막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류혜신 총무의 제안으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구성해 구조 활동을 함께 펼쳐나가기로 했다. 봉사단은 이후 서울교대로 천막을 옮겨 생존자 구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유족과 구호요원들을 뒤에서 도왔다. 이렇게 탄생한 봉사단이 10년째를 맞았다. 봉사단은 상설 사무실도 직원도 없다. 구호봉사단의 생명은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현장에 투입돼야하는 신속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올 1월 쓰나미(지진해일)로 동남아 일대가 큰 피해를 입자 발빠르게 성금을 모아 구조단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룡천역 폭발 현장에도 다녀왔고, 지금까지 지구촌 곳곳의 대형 재난이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간다. 조 목사는 "삼풍 참사는 한국 현대사의 가슴 아픈 사건이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기업과 시민단체, 종교계 등 사회 전반에 이재민을 돕는 시스템이 정착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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