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매출만 383조원을 넘기며 39배 성장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시가총액만도 1조원에서 303조2천억 원에 달하는 약 303배 성장, 2004년 기준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 21위에서 올해 9위(328억9천억달러)로 급성장한 의미심장한 자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과천철거민, 백혈병 관련 사망한 직원 유족들이 사측의 과잉진압으로 쓰러져갔다.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삼성의 양면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자리였다.
초대받지 못한 또 하나의 가족 1인 시위자 고작 9명
지난 30일 호암아트홀에서 언론 비공개로 진행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행사가 피로 얼룩졌다. 경제민주화 요구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 듯 조용한 치루려 했던 해당 기념식의 피해자는 역시나 삼성이 아닌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들이었다.
초대받지 못한 과천철거민, 삼성일반노동조합원, 백혈병과 희귀암에 걸려 사망한 직원들의 유족 및 피해가족들 총 아홉 명이 이날 기념식 직전인 오후 2시부터 서울 호암아트홀 앞에서 “백혈병 등 희귀암 피해노동자와 유족에게 사과할 것” 등을 이건희 회장에게 요구하며 산발적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건은 오후 3시, 이건희 회장이 탄 차량이 나타나자 대치하고 있던 용역 경비원들과 삼성 측 직원들 대여섯 명이 시위자마다 조직적으로 에워싸면서 벌어졌다. 동시에 취재진들의 카메라 및 사진촬영도 제지를 당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시위자들이 놓으라고 항의를 하면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정문 진압을 피해 차량이 정문을 돌아 중앙일보 정문 앞으로 들어가는 순간 경비원들은 해당 자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씨와 전국철거민연합회 과천철대위 총무 방씨를 끌고가 인도에 쓰러뜨렸다.
머리와 몸통 다리 등을 짓누르며 제압한지 10여분 여, 방씨가 지나가던 시민들을 향해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자 경비원 한명이 방 씨의 입을 틀어막고는 급기야 목을 조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방씨는 호홉곤란 증상을 보여 119에 의해 명동 백병원으로 실려갔다. 이후 안정을 찾은 방씨는 경비원 하나가 자신의 목을 조르며 시간을 재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자리에서 제압을 당했던 김씨는 시민들에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무릎으로 팔을 찍어 눌러 제압하는 등 폭력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방씨의 대해서도 “(자신의 제압에)이어 방 씨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10여 분이 지난 후 지나가던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자 경호원들이 그 때서야 방 씨를 풀어줬다”면서 “내가 10여분이 넘게 제압당하고 풀려난 뒤에도 방씨는 여전히 그 상태였고, 숨을 못 쉬고 헉헉거리고 있었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비원 100여명 대 1인 시위자 고작 9명
이 회장 나타나자 한사람에 대여섯이 붙어 제압
그렇게 할 필요까지 있느냐며 시민들 분통
만약 이건희 회장이 나와 만류했다면?
과잉진압 상황을 촬영하고자 했던 삼성일반노조 총무 임씨는 “여성 경비원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면서 남성 경비원 한명이 “이렇게 붙들면 된다”며 자신의 팔을 꺾어서 붙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임씨가 경비들을 뿌리치고 차도로 뛰어들었지만 경비들이 차도까지 쫓아와 다시 제압을 했다며 임씨는 “삼성 폭력경비들의 방해로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뺄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살인적인 진압을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다”며 “김씨와 방씨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차량통행로 입구에서 당한 폭행장면도 촬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구경만 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손에 들고 있는 건 단지 남편의 영정사진, 아내의 영정사진이 담긴 삼성백혈병은 산업재해라는 몇 자의 글귀일 뿐이건만, 며칠 전 변호사를 통해 대화를 하자는 제의를 한 삼성이 바로 그 대화상대인 직업병 피해자를 살의를 느낄 정도의 무력으로 제압하며 반말 쌍욕으로 일관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건희 회장이 찬 차량이 행사장에 진입하자 과잉진압도 멈췄다. 결국 시위자들은 울분을 참으며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정문과 차량출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행사 관련해 대부분 언론은 해당 사안에 대해 침묵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한 시민은 “(이 회장이)차 안에 타고 있는데 (뭐가 위험하다고)꼭 저렇게 까지 과잉진압을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고 또 다른 시민은 “만약 과격진압 당시 이건희 회장이 차에서 나와 만류를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삼성이 이 자리에 있는 건 결국 국민들이 아니라 자기들이 잘나서 그렇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느냐”며 이건희 취임 25주년 행사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