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삼성은 '재벌신화' LG는 '고졸신화'
재계 인사, 삼성은 '재벌신화' LG는 '고졸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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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분모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여성파워도 약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이후에도 경제 민주화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사단행을 빨리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일까? LG그룹을 시작으로 코오롱, GS, 신세계,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연말 ‘인사단행’이라는 운명선에 임원들을 서둘러 태우고 있다. 한해동안 실적이 좋았던 임원들은 승진을 향한 항해를 기대하고 있고 성과가 부실했던 임원들은 침몰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의 핵심이 ‘성과주의’가 될지 ‘경제민주화’가 될지 의견이 분분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조용한 인사단행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LG의 고졸 출신 사장, 코오롱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파격적인 단행 속에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승진으로 권력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LG의 성과주의는 고졸신화
고졸 출신 사장 탄생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연말 인사에 첫 단추를 낀 LG그룹은 ‘학력파괴’ 인사를 감행해 뉴스의 발원지가 되었다. 고졸출신인 조성진 부사장을 LG전자 신임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국내․외 명문대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대기업 입사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고졸출신을 CEO를 선임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됐던 SKY 관행을 과감히 탈피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았다.
 
화제의 인물인 조성진 LG전자 신임사장은 용산공고 우수 장학생으로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후 세탁기 사업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CEO로 꼽힌다.
 
1976년 ‘금성사’에 입사한 후 35년 넘게 세탁기 기술개발에만 전념해온 국내 최고의 세탁기전문가로 세계 최초로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과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등을 개발했으며, 세계 최대 용량 드럼세탁기를 선보여 한국세탁기를 세계시장에 널리 알린 ‘LG 트롬 세탁기 신화’의 1등 공신이다.
 
한편 여성 임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LG그룹은 공채출신 여성인 이정애 LG생활건강 상무를 사상 첫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정애 전무의 승진은 2위였던 LG 섬유유연제를 업계 1위로 안착시킨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화장품 더 페이스샵 마케팅부문장인 김희선 부문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LG생활건강은 이들을 포함해 전무 2명, 상무 5명의 승진을 확정했다.
 
 
삼성의 성과주의는 재벌신화
이재용 부회장 라인 터줘
 
삼성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이야기가 솔솔 나왔지만, 재벌개혁이 사회적 화두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굳이 패밀리 카드를 꺼내진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은 이 모든 예상을 뒤로 한 채 지난 5일 단행된 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왔다” 며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삼성전자가 고공행진을 하자 이재용 사장의 성과를 인정하고 힘을 실어 준 흔적이 인사 단행 곳곳에 눈에 띈다.
 
삼성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6월 삼성 미래전략실장에 이재용 부회장의 멘토로 알려진 최지성 실장을 전격 기용했을 때부터 예상됐었다. 이어 이번 인사에서는 이 부회장의 핵심실세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임명했다.
 
MBC 방송기자 출신으로 삼성의 ‘대변’ 역할을 해온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의 사장 승진 또한 이슈다. 이인용 사장은 삼성의 컨트롤 타워이자 '소통 창구'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의 위상이 한단계 높아졌다고 평가 받는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해왔던 지금까지의 임무를 뛰어넘어 이제는 최고경영진으로서 깊고 폭넓게 삼성전자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너 일가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제일모직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승진명단에서 제외됐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경영 수업을 더 받으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작용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승진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의 서열관계가 구도 염두해 두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 전기, SDI, 생명, 화재, 물산 등 삼성 주력 계열사의 CEO는 예상대로 유임된 반면 정년을 앞두고 있는 CEO는 대부분 교체됐다. 나날이 요구되는 젊은 CEO의 중용을 통한 세대교체 바람에 동참하겠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삼성 사장단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정기 인사 때의 평균 57.1세보다 2.7세가량 낮아진 54.4세다.
 
그동안 삼성이 고집하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출신 인사들이 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은 공채 출신 인사들이 사장직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에 이어 외부 인사들이 사장단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 KT 임원 출신으로 2009년 입사해 삼성전자 상품전략팀장과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맡아온 홍원표 부사장도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진발령에 대해 별다른 소감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오전 9시 32분경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자신의 에쿠스 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답하지 않은 채, 옅은 미소만 지으며 본관 로비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코오롱, 최초 여성 CEO 배출

코오롱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계열사 CEO자리에 여성을 선임했다. 코오롱은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장인 이수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최근 대기업 계열들도 여성 CEO를 종종 배출시키고 있지만, 코오롱그룹에서 이 회장의 보수인사로 ‘CEO’ 자리는 금녀의 구역이었다.

특히 이수영 신임 CEO의 경우, 차장 입사 10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통해 CEO 자리에 올랐다는 점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07년 환경시설관리공사(현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인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작년에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사업의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GS그룹, 오너 잔치로 경영박차

GS 그룹 역시 이번 인사에서 ‘오너 4세’들이 전면적으로 승진을 꽤찼다. 허창수 회장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보가 상무로 직급을 올렸고, 허동수 회장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는 부사장이 됐다. 허창수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준홍 GS칼텍스 부문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은 GS칼텍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기존 CEO인 허동수 회장은 GS칼텍스를 포함한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을 연임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 눈에 띄는 것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33) 상무보가 사장 직할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승진했다는 것이다. 허윤홍 상무는 2002년 GS칼텍스 사원으로 입사한 후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GS그룹의 장자승계 전통을 감안하면 허윤홍 상무는 GS그룹의 향후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한 인물로, 상부 승진으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전가들은 이번 GS의 인사를 두고  파격인사는 없었으나 그 자리에 오를 만한 사람이 됐다는식의 반응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 오래전 부터 계획됐던 일로 GS그룹 인사는 순리대로 된 것”이라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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