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는 수행종교로 바꿔야 한다 - 칼럼
모든 종교는 수행종교로 바꿔야 한다 - 칼럼
  • 윤광원
  • 승인 2005.06.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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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본래 가르침은 수행, 신앙종교 버려라
최근 남아시아를 휩쓴 지진해일 대재앙을 둘러싸고, 사람들은 이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 또 세계 각 종파마다, 이 재앙을 어떻게 해석하고 신도들에게 가르쳐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故) 탄허대선사는 20세기 한국불교가 낳은 가장 위대한 선승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탄허선사는 불교뿐만 아니라 유도(儒道)와 선도(仙道) 및 역학에 모두 달통한 스님이다. "앞으로 지구의 지축이 바로 서는 대변혁이 온다. 그 때가 되면 산이 바다로 변할 것이며, 일본과 영남 일부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서해 쪽으로는 수천리의 땅이 솟아오를 것"이라는 등, 최근 지진해일을 연상시키는 천지개벽(天地開闢)에 대한 여러 예언을 남겼다. 혜거스님(慧炬. 금강선원 선원장)은 1959년 영은사에서 탄허선사를 은사로 득도했고, 6년 간 선사를 시봉하는 등, 조계종단 내에서 선사와의 인연이 가장 깊은 고승으로 꼽힌다. "탄허 큰스님은 최근 100년 간 한국불교에서 가장 위대한 스님이셨고, 다시 나오기 어려우신 분입니다. 선, 교, 이념, 학문, 문장과 예술 등을 모두 갖추신 정말 큰 어른이셨습니다" 혜거스님이 보는 탄허선사의 위대함은 우선 일상선(日常禪), 즉 생활 자체가 선이고 수행과 선이 일치했다는 점이다. 선사는 매일 저녁 9시면 반드시 잠자리에 들고, 새벽 1∼3시 첫 잠깨는 시각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외국여행시는 물론, 지난 1950년대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 때, 절에 반대파가 쳐들어와 난리가 났는데도, 저녁 9시가 되자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둘째는 유불선 3교에 모두 완전히 달통한 학문의 경지에 있다. 선사는 어린 시절 유학을 연구,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게 되자, 도교를 시작해 를 1천 번이나 읽는 등, 완전히 통달했다. 그리고 다시 불교에 입문, 평생 불법을 연구하고 선 수행에 매진했다. 유불선 모든 경전을 줄줄 외우는 것은 물론, 전무후무하게 팔만대장경을 혼자 번역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전 한 번 사용한 일이 없다. 글과 글씨도 근·현대스님 중 최고의 경지였다. 또한 주역은 물론 구한말 일부 김항선생이 체계를 세웠다는 정역까지 완전히 이해, 이 세상의 근본이치를 규명하는 데도 관심을 쏟았다. 미래 변화에 대한 예언들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혜거스님에 따르면, 선사의 예언은 자신의 원을 예언에 담아 말한 것으로, 원이란 때가 되면 이뤄지게 마련이라고. 혜거스님은 최근 지진해일 대재앙과 관련 "모든 재난의 원인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현대문명이 흙을 죽이고, 땅덩어리를 모두 불덩어리로 만들면서, 생명을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이럴 때일수록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불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수행종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신앙종교는 안위는 얻을 수 있지만, 자신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행이었지 기복신앙이 아니었음에도, 지금껏 우리 불교는 신앙만 가르쳐 왔다며, 이제는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근본을 되찾아, 신앙종교가 아닌 수행종교가 돼야 한다는 것. "신앙종교는 자주성이 없이 신에게 매달리게 마련입니다. 문명의 악영향으로 인간이 오감을 잃어버린 이때, 다시 오감을 회복하려면 수행종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변혁의 시대에 ,신앙종교는 위험합니다"라고, 알쏭달쏭하지만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수행종교는 자제력을 키우고, 자연을 살리고, 더불어 인간도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혜거스님은 현재 대한전통불교연구원장, 대한불교진흥원 불교문화센터 상임지도법사, 인터넷 불교대학 교수 및 불교TV 강사 등을 겸하고 있다. 2005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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