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먼파워 100인〉(1)- 「 대한간호협회 김의숙 회장 」편
대한간호협회가 올해 8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2월 회장에 취임한 김의숙씨는 간호 시스템의 혁신을 위해 불철주야 매진해 왔다. 김의숙 회장은 인터뷰 기간 시종일관 여유있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우먼파워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 대한간호협회장을 하게 된 동기는
▲ 대학에서 지역사회 간호학을 전공한 이후 학자로서의 길만을 걸어와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순수학문이 아닌 연구 프로젝트에 매달리면서, 국제 무대인 WHO에서 활동하면서 학생 뿐 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 간호사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대한간호협회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어렵게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현행 간호계를 어떻게 하면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간호사들의 자질, 업무 환경, 비전, 역할 제시 등을 고민하면서 지금껏 바쁘게 뛰어왔다.
― 협회장으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 80년대에는 대한간호협회 이사, 부회장, 서울시지부 회장 등 협회 관련 업무를 많이 해왔는데 90년 들어서는 완전 손을 놓게 되었다. 당시 주로 학생들을 위한 연구와 국제 업무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취임 이후 협회 소속 사람들의 얼굴이 낯설었다. 또한 협회 자체의 독특한 생리가 익숙치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하나는 협회를 이루고 있던 기존 사람들이 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다. 즉 나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감 구축이 덜 된 상황이었다. 밖에서 협회를 봤을 때 많은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바꾸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수용을 하지 않아 어려움이 컸다.
― 협회장으로서 보람이 있다면
▲ 지금까지는 의료계가 함께 앉아 토론하는 자리가 많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것이 나 혼자의 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친하지 않았던 의사협회와의 거리가 많이 좁혀졌다. 병원협회, 약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간간히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여기에 빠지면 안될 만큼 협회간 관계가 돈독해졌다.(함박웃음을 띄우며)
그리고 지난 5월 중순 세계보건기구 회의에 유사이래 처음으로 민간단체(의사협회, 병원협회, 제약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들이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을 모시고 다녀왔다. 각 협회에서는 다녀온 후 가장 큰 수확이 협회장들을 알게 된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는 의협의 방향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협회장을 하면서 그간 가졌던 학문이나 간호나 보건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을 느꼈고, 간호의 바른 방향을 이제는 확신감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됐다.
― 현재 간호사들은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 총괄적으로 말하자면 제일 큰 불만은 간호사란 전문직 교육을 받고 나왔는데, 막상 현장인 병원에 가보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상으로 간호사를 의료인이라는 테두리에 넣고 전문 직종이라고 하면서 제대로 할 수 없게끔 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간호사들은 법에 있는 대로만 해 달라고 요구한다. 현행 법에서 환자 5명당 간호사 2명이 배당돼 있다. 3부제로 돌아가도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일 뿐이다.
또다른 불만은 3년제 전문대를 나와도 4년제 대학을 나와도 간호사 자격증이 하나이기 때문에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는 점이다.
전문대는 실무 중심의 훈련이 주된 교육이며, 4년제 대학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바탕에 둔 교육을 받기 때문에 차별화돼야 한다.
4년제를 졸업한 간호사들은 "우리는 학사 출신인데 왜 똑같이 대우해 주느냐"며 반발하고, 3년제를 졸업한 간호사들은 "취득한 학점 수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다. 똑같이 시험보고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병원에서의 조무사와 간호사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복지사와의 경계 구분이 모호한 점 등등도 불만 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나 간호법을 단독으로 마련, 의사들이 간호사와 조무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 간호사와 복지사는 각각의 업무에 충실히 하면서 상호간 네트워킹을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면 갈등의 불씨를 없앨 수 있을거라 보인다.
― '간호'의 개념과 더불어 간호사들에게 하고픈 한마디.
▲ 간호는 질병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한다. 즉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라면 질병이나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질병이 아닌 고통, 외로움,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서포트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간호사들은 진정한 국민 건강 옹호자(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해줘야 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퇴원해서도 스스로의 건강을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앞으로의 포부와 사업계획에 대해
▲ 개인적으로 큰 포부는 없다. 국제무대인 WHO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내가 우리 나라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협회장을 했고, 간호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20년 동안 제자 양성에 온 힘을 쏟았다.
'간호 시스템'이 올바로 정립되지 않고서는 '건강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바로 건강 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 사회에 진정한 국민 건강 전달 체계를 공헌하는 게 꿈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간호사들이 기본적인 간호 교육을 비롯해 보수 교육 등 역할이 변하도록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
앞으로 간호기관 개설권 보장, 간호인력 법정 정원기준 보장 및 수가 현실화,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 간호법 제정, 간호전문직 자율 통제기구 설립, 중앙부처 내 간호사업 전담기구 전담기구조직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대한간호협회는
대한간호협회는 전문직 간호사들의 자질과 윤리의식을 함양시키고 권익을 옹호하며, 간호사업을 통해 국민건강증진과 보건의료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현재 17개 지부(16개 시·도 간호사회, 1개의 군진간호사회)와 8개 산하단체(보건간호사회, 임상간호사회, 마취간호사회, 보건진료원회, 보건교사회, 산업간호사회, 보험심사간호사회, 가정간호사회)를 두고 있다.
협회 회원은 현재 약 9만명이며,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19만2480명이다.
* 약력
현 대한간호협회장,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1964. 3 - 1968. 2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졸업(이학사)
1968. 9 - 1970. 9 연세대학교 대학원 보건학과졸업(보건학석사)
1972. 9 - 1979. 1 미국 보스톤대학교 간호대학졸업(이학석사, 간호학박사)
2000. 9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법의학정책 고위자과정 수료
<국제기구>
2001. 5 -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보건연구위원회(WPACHR) 자문위원
2001. 1 - 현재 아시아범간호교육자회(EAFON)이사
2001. 1 - 현재. WHO Long Term Care Expert Committee 위원
1994. 6 - 1998. 2 WHO 세계간호협력센터 사무차장
1996. - 1997 Sigma Theta Tau International 상임위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