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어 몰아 서해안 상륙작전? - 칼럼
한나라, 홍어 몰아 서해안 상륙작전? - 칼럼
  • 윤광원
  • 승인 2005.06.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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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책으로 민주당과 지역연합론 무성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새천년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재선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민주당의 상징어족인 홍어를 선물, 정치권 관측통들에게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4일 민주당 한 대표에게 축하 난과 함께 홍어 두 마리를 보냈다. 한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신안군 소재 흑산도 홍어다. 홍어를 보낸 박 대표가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한-민 공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붕괴에 대비한 여권의 민주당에 대한 러브콜이 무위로 돌아가고,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합당반대 결의안까지 채택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에 한 팔을 내민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홍어 두 마리에는 단순한 민주당과의 공조 타진 뿐 아니라, 차기 대선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장기전략에 따른 원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게 지난 10일 중앙일보 허남진 논설위원실장의 '민주당에 간 홍어 두 마리'라는 칼럼이다. "민주당 마음을 잡을 파격투자 고려할 때" 허 실장은 이 칼럼에서 "한나라당 일각에선 여전히 영호남 대결 구도에서 결국 충청표가 결정한다는 '충청 결정론'에 빠져 있다. 그래서 충청표를 확실히 챙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열린우리당에 이미 충청의 이슈를 선점당해 추월하기 힘들다"며 "한나라당에 더 급한 일은 불모지대인 서쪽으로의 진출이다. 서진루트 개발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승리케 한 '호남당+영남후보'의 절묘한 배합은 한나라당에도 훌륭한 반면교사"라며 "그 이상의 파괴력으로 영남 껍질을 깨는 발상의 일대 전환이 한나라당에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나라당 내에선 '집토끼'와 '산토끼' 논란이 한창이다. 집토끼(영남, 보수)와 산토끼(수도권, 중도)를 다 잡아야 하는데, 집토끼를 지키다 보면 산토끼는 멀리 튀게 마련이고, 산토끼를 쫓다 보면 집토끼가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나라당의 최대 딜레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호남이다. 호남표를 무조건 제쳐놓고 계산을 하기 때문에, 두 토끼를 모두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허 실장의 칼럼은 이를 적시하고 있다. 바로 민주당을 이용, 호남표를 잠식하는 전략이다. "호남당의 원조격인 민주당이 우리당과의 합당반대를 결의하며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그 속엔 노 대통령에게 섭섭해하는 호남의 일부 정서가 담겨 있다. 한나라당엔 더 없는 기회다. 민주당의 마음만 잡을 수 있다면 천군만마다.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에도 맞고, 대선 셈법으로야 더 말해 무엇하랴. 한나라당으로선 파격의 투자를 고려할 때다". 그의 분석이 맞다면, 민주당을 이용한 한나라당의 서해안 상륙작전의 선봉에 선 것은 사람이 아닌 홍어 두 마리인 셈이다. "우파 지역연합이 대선 승리의 유일한 길" 사실 이러한 전략은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에도 한나라당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제기했었다.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인터넷언론을 자처하는 친한나라 성향 매체 '데일리안'의 대표논객 김진영 기획위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인 지난달 2일 '박근혜는 DJ를 벤치마킹하라'라는 칼럼에서, 호남을 겨냥한 서진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김 위원은 "2007년 우파승리를 위해 박근혜 대표에게 DJ를 벤치마킹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 외엔 박 대표가 대통령에 접근할 길이 없다"며 "우파 지역연합에 의해 '좌파포위전략'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DJ가 30년 동안 추구해온 '민주화세력 확대' 원칙을 포기하고, '지역등권론'을 통해 자민련과 손잡고 '지역연합전략'을 채택한 것이 집권에 성공한 비결이라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그의 주장은 한나라당도 우파세력 확대를 포기하고, 영남과 보수라는 기존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지면서 호남과의 지역연합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향좌를 하든 우향우를 하든, 지역연합에 의한 우파연합을 성사시키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대선 패배는 명약관화한 상황"이라며 "박 대표가 취해야 할 전략은 중원으로 진출하는 '만용'을 부릴 것이 아니라, 집토끼를 든든히 지키면서 타 지역과 연합을 성사시키는 연합구도를 통해 좌파고립을 유도함으로써, 우파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그는 1월 12일 칼럼에서도 "한나라당은 독자집권의 꿈을 버려라"라고 주장하며 "97년 이후, 연합집권 추구세력은 승리하고 독자집권 추구세력은 패배했다. 두려워할 것은 우파분열이 아니라, 연합집권 플랜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나라당은 보수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중도우파-실용주의세력과 연합, 우파승리를 통한 집권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연합의 대상은 자민련도 가능하고 민주당도 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과의 연합은 호남표의 잠식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에 주는 반사이익이 엄청나다. 홍어선물 이후, 서진정책에 의한 민주당과의 지역연합론은 일반론이 됐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박 대표 미니홈피 등에는 민주당을 감싸안아야 한다는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과 박 대표의 홍어몰이 호남상륙작전은 현실화될 것인가, 또 민주당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이며, 여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과연 서진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의 열쇠는 두 가지다. 박 대표가 홍어말고 민주당과 호남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대선후보도 양보할 수 있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민심이 어떻게 볼 것인가 이다. 2005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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