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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대표 발탁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 박주영은 진짜 천재다.
그는 최소한 지난 몇 달간, 밤잠을 설치며 그의 경기모습을 TV로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항상 초과해서 충족시켜왔다.
내가 그의 플레이를 처음 본 것은 (물론 TV를 통해서) 아시아청소년축구 중국전에서였다.
그리고 반해버렸다. 으아, 저런 선수가 있었다니...
필자는 평소 우리나라 축구는 월드컵 등 극히 중요한 경기가 아닌 다음에는 하이라이트만 보면 된다는 식이었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성질만 더러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버린 선수가 바로 박주영이다.
그가 특별한 것은 워낙 골을 많이 터뜨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만든 골은 모두가 다르다는 점이다.
단독드리블로 최종수비라인 4명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넣은 골이 있는가 하면, 원터치 헤딩슛이나 발리슛도 있고, 프리킥 골(100% 혼자 힘으로 넣은 골)이 있는 반면 주워먹기 골도 있다.
27일 새벽 벌어진 일본과의 결승전. 박주영은 어김없이 2골을 쓸어 담아,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지켜본(솔직이 후반전만 봤다) 나를 만족시켰다. 이로써 그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 동안 무려 9골을 몰아 넣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하며, 대회 MVP와 득점왕을 독차지했다.
이 날 결승전에서 박주영은 다른 경기보다 상대적으로 운이 좋아 넣은 골이 많았다. 그의 첫 골(한국팀 두 번째 골)은 일본 수비수의 헛발질로 기회가 온 것이고, 두 번째 골은 동료의 슛이 상대에게 걸려 흐르는 것을 밀어 넣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박의 진가가 조금도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운도 실력이 있고 준비된 자라야만 기회로 살릴 수 있는 법이다. 운이 다른 선수나 일본팀이라고 왜 없었겠는가.
필자는 박주영의 특별함을 또 다른 데서도 발견한다. 그는 좀처럼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적도, 상대의 거친 반칙에 화내는 일도 없다. 그리고 아마도 팀 내에서의 비중과 스트라이커로서의 무게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상을 당하는 일도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사실 판정에, 반칙에 피해를 당하고 부상을 입고하는 것도 결국은 실력의 문제다. 운동경기에서 그런 것은 예사로 있는 일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피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진짜 실력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주영은 진짜 천재다.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박주영이 청소년 수준의 경기에서는 전혀 약점을 발견할 수 없는, 완벽한 기량을 지니고 있다고들 한다.
전문가들이 꼽은 박주영의 장점은 탁월한 골 결정력과 기본기, 그리고 명석한 두뇌를 두루 갖췄다는 것. 한마디로 천재적인 축구선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주영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천재'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천재가 둔재가 되는 것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일이다.
천재를 망치는 것은 바로 '자만', '나태', '방종', '타락' 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점에서, 박주영을 당장 성인대표팀에 발탁하는 것은 본인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거꾸로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본프레레도 박성화도 정몽준도 아닌, 바로 박주영 그 자신인 것이다.
2005년 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