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경북 천생사 주지인 석불 스님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예언하며 “18대 대선에 여왕이 온다”고 말한 것이 현실이 됐다. 이번 18대 대선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압승이었다.
17대 대선보다 한 단계 진화한 온갖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했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선거과정에 임해 결국 승리의 왕관을 썼다. 박 당선인은 그의 15년째 최측근으로 가족이나 진배없는 이춘상 보좌관이 강원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지난 2일 조차 공식석상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을 웃음으로 대할 만큼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다. 그것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
험난했던 18대 대선을 치르며 그가 전국에 빨간색 깃발을 꽂을 때까지 넘어서야 했던 악재들은 무엇일까?
태풍의 눈 '안철수' 등장하자 비상사태…
저격수 '이정희' 쯤은 침묵으로도 이겨
액스맨 '나꼼수'로 기사회생
박근혜, 김문수, 문재인, 정몽준, 손학규, 김두관 등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나설 것인가 관심이 집중되던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가 변방에서 조용히 손을 들고 출사표를 내던졌다.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에 대선 구도는 대파란이 일었으며 무엇보다 우파의 정책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옛정을 생각해 지지를 보내던 새누리당의 중도성향 유권자들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깨끗한 지식인 이미지를 강조한 안철수 전 후보는 젊은 유권자를 순식간에 흡수해 정치판에 나선지 몇 달 만에 이번 대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무서운 속도로 ‘태풍의 눈’ 이 되었다.
지난 7월 여야의 후보들이 공식 출마를 선언하며 대권레이스의 시작을 알렸지만, 각종 언론을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은 당연 안 전 후보의 출마선언 여부였다. 당시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83.97%의 압도적인 득표를 당선 됐지만 대선출마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던 만큼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해 속이 타는 굴욕감도 맛봤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사흘 후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18대 대선의 구도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빅3’로 확립되기 이른다. 이어 야권 단일화가 안 되면 박 당선인에게 ‘필패’한다는 인식에 따라 이슈의 흐름은 자연히 안 전 후보와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집중됐다.
박 후보 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전 후보와 양자구도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철수 때리기’에 사활을 걸며 문 후보에게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안 전 후보가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싸우는 것이 도리가 아니다. 백의종군 하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한 배경에 새누리당의 꾸준한 전략적인 네거티브 작업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공동유세’ 등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박 당선인을 오차범위내로 추격했지만 결국 그 이상의 역전은 불가능했다.
3차례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공격적이고 현란한 입담을 과시했던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전 후보가 오히려 박 당선인의 승리에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후보는 1차 TV토론 당시 “박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 “다카키 마사오의 한국 이름은 무엇이냐?”며 시종일관 박근혜 당선인에게 핵폭탄급 비난을 날렸다. 이 발언으로 이정희 전 후보는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역풍 또한 거셌다. 이정희 전 후보의 발언이 정도가 지나치다보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극심한 반감을 가지며 ‘보수 대 진보’ 대결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이 더욱 집결하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것.
이어 이정희 전 후보는 16일 3차 TV토론 직전 사퇴를 선언한 뒤 “반드시 투표해 달라. 박근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통합당은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은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초박빙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대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걸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전 후보의 1%의 지지세력이 국민 절반에 육박하는 보수파를 결집시키며 투표 결과에 5060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의 사퇴 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7억 먹튀’, ‘종북’ 등으로 ‘이정희 때리기’를 시작했고 이 전략은 유효했다고 평가 받는다.
인터넷 팝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제기한 박근혜 당선인의 의혹은 18대 대선을 통틀어 최고 뉴스의 발원지가 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 ‘나꼼수’를 두고 액스맨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평하기도 한다.
‘나꼼수'의 사실이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 발언에 박근혜 당선인는 안팎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덕에 대선 과정 내내 이슈의 중심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나꼼수'의 발언들이 문재인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됐다는 평이다.
막말파문으로 민주통합당을 휘청거리게 했던 김용민이 박근혜 새누리당 당선자가 신천지와 연관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히자 새누리당은 ‘사실무근’이며 민주통합당의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4.11총선 당시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김용민이 박 후보를 신천지와 연결 지으려 하고 있다”며 “박 후보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유도해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논란을 일축했고, 김용민은 신천지 건과 관련된 트위터를 하지 않겠다며 사과의 글을 올려 체면을 구겼다.
나꼼수가 제기 한 ‘1억 5000만원 굿 의혹’과 관련, 굿을 한 사람으로 알려진 초연 스님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꼼수 측이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왜곡해 퍼뜨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초연 스님은 지난 16일 새누리당에 ‘사실확인서’라는 자필편지를 보내 “최근 인터넷에 떠다니는 박근혜 굿 관련하여 내게서 들었다는 사항에 대해 본인은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든 무엇이든 일체 굿을 한 적이 없으며, 굿을 했다고 말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나꼼수에서 공개된 육성 파일에 대해 초연 스님은 “나꼼수에서 남녀 2명을 위장 잠입시켜 이틀간이나 찾아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운운하며 유도하면서 대답을 들으려고 녹음을 해갔으나 나꼼수는 이때의 전후 대화 과정을 거두절미하고 편집해 방송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원정 스님과 나꼼수 진행자 김어준, 주진우 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한편, 나꼼수가 지난주 '호외11'을 통해 제기한 “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입국”은 사실 확인이 안 되었고, 이 발언을 이상호 기자가 18일 다시 언급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MBC와 MBC 노조 측이 "사실무근"임을 해명해 일단락 됐다.
정치 관계자는 “보수는 자기 것은 목숨을 걸고 지킨다”며 “나꼼수가 박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보수는 진보를 무너뜨리기 위한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결속력을 더 굳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