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재능과 소질 계발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
방과후 학교’ 연구학교로 지정, 사교육비 절감 효과 증대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여라.
이 말은 제주도 한림읍에 소재하고 있는 한림초등학교가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살아 숨쉬는 교육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이슈이다.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협재 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한림초등학교가 나온다. 북제주군에서는 그래도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초등학교로 꼽힌다. 하지만 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동백나무와 각종 화초들이 오밀조밀하게 늘어서 있는 여느 시골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 하자마자 책을 꺼내 8시30분부터 9시까지 30분간 독서를 하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는 떠드는 아이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학생, 교사 할 것 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교사가 함께 독서를 하면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감을 나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지만 아이들에게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도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교육의 질은 절대로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고 아이들은 담임선생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항상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특별히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교육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날마다 30분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독서를 함으로써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생활화 하고 습관화시킬 수도 있다.
-공교육이 나갈 방향은 시험문제 잘 푸는 게 아니라 인성교육에 중심 둬야
“21세기는 창의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공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서만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제는 학교가 나아갈 방향이 과거처럼 시험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인성교육과 코앞에 닥친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고성대 교장은 이렇게 힘주어 말하면서 꿈과 재능을 키우고 학생중심의 개별화 교육인 맞춤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꿈과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체험학습과 생태교육의 중요성을 아울러 피력했다. 학습공간을 답답한 교실에 한정시키지 않고 학교 안에 있는 나무그늘이나 운동장 등 교내 전체는 물론이고 도내 곳곳으로 확대해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5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제주청소년 수련원에서 게임과 놀이를 통해 개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협동심을 통해 더불어 살아야 된다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야영을 한 바 있다.
프로그램으로는 골프배우기와 암벽타기, 트롤리, 국궁 등 10여가지를 실시했다. 특히 골프를 배우기를 할 때는 아이들이 초롱초롱 눈빛으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트롤리는 팀원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코스로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교사는 “이번 야영을 통해 아이들이 힘든 코스도 거뜬히 성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다”고 말하면서 교사와 학생간의 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귀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사교육비 절감하고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 확산
한림초등학교는 교육부 인적자원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방과후 학교’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 절감과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인 975명중 930명이 참여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으며 인근 타 학교 학생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운영을 통해 참여도만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사교육비를 점감으로 학부모 부담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는 즐거움 곳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개인의 숨은 자질을 계발하기도 해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아주 높다고 했다.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소질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시간이 절약된다.
보통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학원이 끝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이다. 그러나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을 그럴 필요가 없다. 한 공간 안에서 단소, 민요, 피아노, 연극놀이, 영어 등 17개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학습의 경우 원어민 교사가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습공간을 인근 골프장과 도예촌, 염색시설 등으로 확대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서 도시학교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 학교 부설 유치원에서도 방과후 프로그램을 실시 할 계획이며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저학년 아동을 위해 무료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제는 지식만 가지고 살 수 없고 감성과 인성이 밑바탕 돼야 사고력 높일 수 있다.
그동안은 공교육이 창의력과 사고력은 공부와는 별개로 치부하고 붕어빵식 교육을 최고로 삼았다. 교사 주도적인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고 단답형 시험문제를 잘 풀게 하는 것에 몰두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식만 가지고 살 수 없고 감성과 인성이 바탕이 된 지식만이 살아있는 지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사의 일방적인 교육이 창의성과 개인의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림초등교는 수업진행 방식도 다르다. 과제를 내주면 아이들이 집에 가서 인터넷을 통하든 서적을 찾든지 나름대로 조사를 해온 것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교과중심만이 공부는 아니다. 자연을 장난삼아 노는 것도 공부이며 화초에 물을 주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것도 공부의 일종이다. 예쁜 꽃 가꾸기를 아이들 스스로 동참해 봄에는 금잔화와 공작초 등의 꽃이 만발해 화사하고 가을에는 사루비아 꽃으로 눈이 부시다. 내년부터는 텃밭을 일구어 아이들 스스로 흙냄새 맡아가면서 야채며 고구마며 여러 가지를 심어서 가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렇게 키운 야채를 직접 채취해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어울러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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