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이거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야간노동이 심혈관계 질환을 높이며, 어떤 반도체 공장에서의 노동은 암 발생률을 높인다. 때로는 노동에 의한 건강악화가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 충남 당진공장 한 울타리서 일하는 중외제약과 중외생명과학 소속 노동자들은 작년 10월경 무급의 과중한 노동을 이기지 못해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노조 결성 뒤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노사 교섭중이지만, 9차례 교섭동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JW지회는 회사가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고,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JW 생명과학은 노조 탄압으로 노동자를 병들게 하고 있다. JW 생명과학은 국내 유명 제약회사인 JW 중외제약 그룹 계열사다.
JW 생명과학은 국내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액의 60%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W 생명과학의 노동자 65명은 현재 충남 당진에서 서울 도곡동까지 올라와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으나 한 번도 쟁의행위를 벌인 적이 없다.
노동 강도 심하고 시간외 무급 및 성추행 등 횡포 심해
JW 생명과학은 노동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관리자들의 횡포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변할 제대로 된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6년 당진에 수액공장을 세우면서 JW 생명과학은 공장을 세우는 데 돈이 많이 들었으니 시간외 노동에 대한 임금을 24시간까지로 제한하자고 했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위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는 점점 수익률이 높아졌고 임원들 연봉도 올라갔을 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배당금도 챙겨줬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시간외 임금을 주지 않았다.
생산량이 늘면서 하루 평균 11~13시간을 일했고, 한 달 평균 시간외 노동은 100~150시간에 달했다. 게다가 점심시간도 30분으로 줄이고, 휴식시간도 없어 노동자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게 했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대다수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 또한 새벽근무와 야간근무로 인한 수면장애 및 불규칙한 식사시간 때문에 위장장애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회사는 그런데도 노동자들에게 시간외 노동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지도 않았다.
시간외 노동은 늘 부탁인 아닌 명령이었고,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추행도 일삼았다. 관리자들이 지나가면서 여성노동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일상적이었고 심지어는 “오늘 밤 같이 지내자”는 등의 언행도 삼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리자들끼리 서로 모른 체 해주었다.
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JW 생명과학 생산직 노동자 83명은 지난해 10월 민주노조를 설립했다. 그리고 11월 22일부터 단체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는 9차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교섭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하며 기만하는 등 횡포의 정도가 날로 심해졌다.
조합원 A씨는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는 노조파괴 전문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조합원 개별 면담을 진행했고 노조활동에 참가하면 회사에 더 다닐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A씨는 “회사가 노조와의 단체협약 교섭 과정 중에 갑자기 생산부서에 인력을 투입했다”며 “파업하기 몇 달 전부터 다른 부서 업체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을 데려와 조합원들로부터 일을 배우도록 해서 파업을 대비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회사는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는커녕 마지막 교섭에서 일방적으로 사측 안을 제시하고 노사협의회 6개 조항에 대해서조차 전체 삭제를 강요했다. 이에 노조는 더 이상의 교섭 진행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교섭을 결렬했다.
교섭 결렬 후 JW 생명과학 지회가 90개 안건 실현을 요구하며 2월 22일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바로 다음날인 2월 23일, 조합원 38명에 대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경우 방어적 수단’으로만 인정된다.
JW 생명과학은 4시간 부분파업으로 회사가 현저히 불리하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들까지 직장폐쇄의 대상에 넣었다.
이에 노조가 파업 철회와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JW 생명과학은 지속적으로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불법이다.
노조는 반발하며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회사는 5월 3일,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노조는 환영의사를 밝히며 5월 7일 현장에 복귀했으나 회사의 직장폐쇄 자진철회 뒤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 있었다.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 이후 회사는 조합원 4명을 대기발령 시키고, 설비팀에서 일하던 노조 핵심간부 등 조합원을 물류팀 한 라인으로 몰아넣었다. 항상 1부, 2부 교대조로 일하던 조합원들을 강성 조합원과 회유 가능해 보이는 조합원으로 나누어 교도를 없애버렸다. 전혀 시행한 바 없는 근무형태(18:00~06:00)를 신설해 조합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또 CCTV 80대 이상을 공장 안에 설치해 조이스틱으로 조합원을 따라다녔고, 조합원 면담도 다시 진행했다.
노조는 노조탄압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6월 14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 6월 18일부터는 실질적 경영자인 이경하 중외제약 부회장이 살고 있는 도곡동에서 상경 노숙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19일 새벽,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2명이 남아 지키고 있는 당진공장 앞 노조사무실 겸 농성장에 13명의 괴한들이 들이닥쳐 무작위로 조합원에게 칼을 들이댄 뒤 천막과 기물 등을 부수는 등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사라졌다.
그러나 경찰은 회사의 사주라도 받은 양 사건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이후에도 회사는 당진공장 앞에 고성능 CCTV를 설치하고 농성장 쪽 가로등을 24시간 켜놓은 채 조합원들을 감시하며 괴롭혔다.
서울 농성장에서도 7월 2일, 강남구청과 철거반 용역, 수서경찰서는 농성장에 기습적으로 난입해 결국은 철거시켰다. 불법은 난무했다.
행정대집행은 상당한 이행기한을 문서로 고시한 후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았을 때 대집행을 한다. 집행 전 집행책임자의 성명과 대집행 견적액도 통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고장 대신 손에 커터칼과 가위가 들려있었다. 때문에 철거를 저지하려던 조합원 2명은 칼에 손을 베이고, 허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노동자, 사측의 탄압으로 병들어가고 있어
조합원들은 직장폐쇄로 인해 수입이 없어졌다. 또 회사의 불법적인 탄압에 대한 노숙농성이 계속되면서 조합원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끊긴 수입원으로 인해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진 조합원들의 가정에서는 불협화음이 이어졌고 사측의 회유, 협박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회사로부터의 배신감, 불법적인 탄압에 대한 분노는 불면증, 위장장애,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다.
본사 건물 앞에서 농성중인 조합원 모두 기관지가 많이 나빠졌다. 휴지로 콧속을 닦아보면 검은 것이 묻어나고 감기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찬 바닥에서 자다가 심한 디스크가 발생해 입원한 조합원도 있다.
파업 이후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은 없지만 건강이 악화돼 고향에 내려가 있거나 쉬고 있는 조합원은 여럿이다.
조합원들의 건강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회사가 직장폐쇄로 조합원을 쫓아내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의 안전사고가 늘어났다.
의료용 수액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교육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동안 조합원들은 식품의약청의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를 지켜 매달 교육을 받고 연간 교육시간에 따라 인증서를 발급받아왔다.
6~7년간 교육받으며 일해 온 전문 인력이 아닌 대체인력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입사절차를 간단히 밟게 해서 물량을 생산했다. 하루 교육하고 인증서를 발급받아 생산하다 보니 자연히 불량품이 늘었다.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는 노조법 위반이다. 의약품은 사람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침에도 책임감은 뒤로 한 채 굴지의 제약회사가 안전한 제품 생산보다 노동자 탄압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JW 중외제약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병들게 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함이 의심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거리로 내쫓고 직장을 빼앗았다.
현재 JW 중외제약은 교섭을 통해 노조를 인정하고 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사무실 보장, 전임자 보장, 공장 내 교섭 등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인 핵심요구안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으면서도 말이다.
자기 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회사가 과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수 있을까. JW 중외제약이 하루 빨리 당장 그간의 노조 탄압에 대해 사과ㆍ보상하고,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