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사업수주 후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
이번 소송은 지난 2010년 안산시 지능형교통체계(ITS) 2단계 구축사업 진행과정 중 경봉과 LG CNS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를 시공하는 단계에서 발생했다.
당초 경봉은 LG CNS와 2010년 6월 컨소시엄 출자비율을 4대 6으로 하기로 계약한 후 다음달인 7월 안산시로부터 ITS사업을 수주했다.
경봉 측에 따르면 LG CNS는 사업수주 이후 일방적으로 컨소시엄 계약을 파기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에 돌입, 시공 완료했다.
이후 안산시가 컨소시엄 지분에 따라 경봉에게 21억원을 지급하자 LG CNS는 지난해 3월 채권가압류 신청을 한 후 그 해 5월엔 경봉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봉 측은 “이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라고 주장하며 “컨소시엄 구성 당시 소프트웨어 부분은 경봉이 담당하고 그 외적인 부분은 LG CNS가 담당키로 합의해놓고 사업수주 후 LG CNS가 뒤집으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 시공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이 같은 내용을 주고받은 이메일도 증거물로 있으나 법원이 이에 대한 실효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표출했다.
이어 경봉 측은 “이번 판결은 컨소시엄 구성 이후 생긴 분쟁과는 별개”라며 “단지 LG CNS가 독자적으로 시공을 한 것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준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법원에 LG CNS가 계약 파기를 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정부가 공포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의 배경을 잘 보여주는 분쟁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기업 SI업체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불공정 행위를 통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 SI업체 공공시장 진입금지’라는 방책을 세웠다.
현재 삼성SDS, SK C&C, LG CNS 등 대기업은 국내 공공 SI시장에서 60% 이상의 수주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 발주 물량 중 80% 정도를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에 따라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참여 기회를 넓혀주자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직 대기업의 횡포를 제압할 수 있을 만한 제도적인 마련이 돼 있지 않다.
한편 경봉 측은 LG CNS가 컨소시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LG CNS 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밟은 과정이므로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강변했다.
조금만 버스가 늦게 오면 지각이다. 회사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좀처럼 버스가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속으로 빨리 버스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려보지만 점점 더 조급해지기만 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을 태울 버스는 계속 연이어 도착하는데 내가 탈 버스는 언제 올지 몰라 애가 탄다.
속상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 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하릴 없이 도로 끝 편만을 바라보며 회사 상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떠올려본다. 끔직하다.
몇 해 전까지 버스 정류장에서 종종 볼 수 있던 나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이제나 저제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지루함과 초조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운 날은 그 강도가 더 심하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은 언제나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부터 버스 정류장에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자신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내 버스’가 현재 어디쯤에 있는지, 언제쯤 나를 태우러 올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이 모두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정류장에 여유를 가져다 준 버스정보시스템 뒤에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전문 기업 경봉이 있다.
양남문 경봉 대표이사는 “20여 년간 ITS에만 집중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는 2015년 매출액 1000억원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 대표는 지난 1996년 경봉기술이란 이름으로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지난 2006년 경봉기술로부터 인적분할, 경봉으로 재탄생시켰다.
경봉의 사업영역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도로관리(ATMS·FTMS·NHTMS), 교통정보제공(UTIS), 버스정보제공, 화물위치정보제공 등 대부분 ITS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이 분야에서만큼은 자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현재 국내 ITS 시장에는 삼성 SDS와 LG CNS 등 대기업이 들어와 있지만 시장은 삼성 SDS와 경봉이 양분하고 있다.
양 대표는 “비록 대기업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그 부분을 기술력으로 메워왔고 ITS 시장에서 경봉의 입지는 매우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경봉의 ITS사업은 각 지자체 교통 시스템과 연계돼있다. 버스 운행정보를 안내하거나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통정보를 수집·분석해 교통신호를 제어하기도 한다.
또 택시를 이용, 교통정보를 수집·분석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등 최첨단 교통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경봉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런 시스템을 설계부터 제작, 설치, 운영까지 하는 일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봉이 여타 대기업들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양 대표는 “경봉은 이제 절대 대기업의 하청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축할 때는 반드시 5대 5의 비율로, 설계 및 제작은 경봉이 하고 운영은 대기업이 하는 방식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하청을 받으면 순간적으로는 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회사의 성장을 길게 본다면 하청에만 의존하는 것은 회사가 무너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 분야에만 20년 넘게 몸 담아온 베테랑으로서 임직원들은 대부분 교통공학 전공자들 중 채용한다. 그래서 경봉에는 현재 교통공학 전공자들이 25%나 된다.
경봉의 기술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대기업들의 견제와 그들의 마케팅력을 뚫기 위해선 오로지 기술밖에 없다는 것이 양 대표의 지론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봉의 ITS는 전국 각 지자체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시 ITS 구축사업에 SK C&C와 함께 참여, 경봉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몽골에서 요청이 들어와 실사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기술력으로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경봉. 드높은 명성만큼이나 실적도 좋다. 지난 2008년 204억원이었던 매츨액이 작년에는 499억원으로 연평균 35% 의 성장률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008년 22억원에서 지난해 59억원으로 늘어났다.
양 대표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주력 사업인 교통정보제공시스템 분야를 기반으로, 철도 ITS와 해외 ITS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국내 최고의 ITS 전문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