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앓는 한국종교… ‘초심’으로 돌아가라
한국 종교계에 거스를 수 없는 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 안에만 구원이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웃 종교를 배려하고 함께 종교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이 같은 ‘종교 다원주의’의 새 바람은 올 여름 더위도 능히 날려 버릴 기세다. 모든 종교인이 서로 반목을 접고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비종교인들로부터 ‘왕따’당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때, 현대 종교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언론인 출신 작가가 쓴 ‘종교는 없다’는 현대 종교가 처한 상황을 ‘50가지 키워드’로 예리하게 진맥해 내 적잖은 탄성을 자아낸다. 저자는 한국 종교계가 겪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성장통’으로 표현하고, 적절하게 처방전을 낸다. 각 종단의 특장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은 종교계 이슈를 선호하는 순서로 탐색할 수도 있어 치밀하고 정연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년간 종교전문기자로 일해온 저자의 풍부한 자료 섭렵과 균형잡힌 시각이 문제 해결의 확신을 심어주기도 한다.
몇 가지 키워드를 보자. ‘타 종교에는 구원이 없는가’는 감리교의 ‘한국판 종교재판’을 중점 분석하면서 신은 다원주의에서만 해석될 수 있음을 이끌어 낸다. ‘초대 교회와 평신도 교회’는 오늘날 기독교가 평신도 중심 신앙으로 가야함을 설명한다. 하나님과 가까운 자, 교회의 진정한 주인이 곧 평신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나 다른 종교에도 적용된다.
‘기복신앙’은 하나님과 부처님을 격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도 출신 명상가 바그완 라즈니쉬와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인용해 기도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호흡이라고 강조한다. 기도는 인간 개체의 또 다른 신진대사로서 이를 통해 영성적 활동력을 얻어나가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예배·명상·비움의 철학’과 ‘대체 종교’에 관해서도 활발하게 다룬다. 또 ‘죽음의 문제’와 ‘통합종교의 출현’도 심도 있게 논의하며 종교의 진면목을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인류 정신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종교에 대한 성찰이 이 책의 큰 물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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