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숙적 MB와 봉주, BBK를 둘러싼 2차전
영원한 숙적 MB와 봉주, BBK를 둘러싼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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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두 사람의 크리스마스 단상 그리고 BBK

▲ 민주통합당 정봉주 전 의원이 25일 오전 0시 홍성교도소를 출소해 자신을 맞이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섰다.

MB와 봉주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제기와 2007년 대선 기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만기 출소했다. 정 전 의원이 출소한 이날 새벽 0시, 홍성 교도소 앞에 1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박영선·정청래·안민석·김현미 의원 등 동료의원 몇 명과 나꼼수에서는 유일하게 김용민이 마중 나왔다. 그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아파하지 말라, 좌절하지 말라. 좌절은 죄송하지만 개나 갖다 줘라"라고 말했다.

18대 대선, 이명박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 정권심판을 걱정해야 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보다 평안한 임기 말을 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아무도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심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 대통령은 성탄절을 맞아 산타크로스로 분장했다. “서울시장 시절에 산타 복장을 하고 한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가족과도 좋은 시간 보내시고 어려운 이웃도 찾아보시는 따뜻한 성탄절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25일, 두 사람에게도 성탄절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기쁜 날이었다.

 

영원한 숙적

두 사람의 인연은 5년 전 제 17대 대선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한 사람 중 하나였지만 관련 내용으로 처벌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은 대부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도 말했던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도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2008년에 무죄를 받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8월,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박근혜가 무죄면 정봉주도 무죄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어째서 ‘정봉주’였는가? 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 전 의원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 더욱이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행보를 고스란히 따라가면서 폭로를 그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과 BBK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그때 정 전 의원은 ‘BBK 저격수’라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그런 까닭에 대법원은 3년 11개월 만에 정 전 의원에게 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이틀 뒤에 수감되었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대선 끝난 뒤에 석방되도록 타이밍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비슷한 시기에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가 지난 8월 가석방된 사례와 대비되어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정 전 의원의 가석방 신청은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모범수에 해당하는 S1 등급을 받았지만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에서 “개전의 정(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이 없고,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석방이 불허된 것이다. 물론 특별사면이 될 리도 만무했다.

정 전 의원이 수감된 뒤 ‘나는 꼼수다’는 BBK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물론 산발적이긴 하지만 관련 소식을 전하는 것 만큼은 잊지 않았다. 애초 ‘나는 꼼수다’의 성격이 이명박 대통령의 전반에 걸친 비리의혹을 제시하는 데 있던 만큼 BBK는 그 중에 하나였을 뿐이었다. BBK 저격수인 정 전 의원이 수감되자 BBK도 함께 수감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말하기도 한다. “나꼼수가 정봉주가 수감된 시점부터 BBK만 물고 늘어졌다면 크리스마스에 출소하는 건 이명박이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는 건 정봉주였을 것”이라고. 몇몇은 정 전 의원이 수감되면 그 파장으로 BBK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정 전 의원이 감옥에 가 있는 1년이자 자신의 남은 임기 1년 동안 너무나도 평온한 임기말을 보낼 수 있었다.

 

▲ 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정 전 의원의 광복절 사면을 촉구하기 위해 카드 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영원한 BBK

2007년 12월5일, 대선을 14일 앞둔 시점에서 검찰은 당시 이명박 후보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와 이 후보, 김경준 BBK 대표의 관계 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거나 안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소환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은 이상한 수사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 특검이 도입되긴 했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 김경준씨는 옥중에서 펴낸 자서전에서 “내가 BBK는 MB것이 아니며 한글 이면계약서도 위조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은 벌금형 형기만 끝나면 미국으로 이송시켜주고 누나와 처를 선처해주겠다는 검찰의 회유에 넘어가 거짓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준의 말은 한겨례를 제외하고는 어느 언론을 통해서든 전해지는 일이 없었다.

김씨는 “MB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벼르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정봉주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출소 직후 “우리의 외연을 넓히지 않고 우리의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5년 뒤에 이제는 좌절이 아니라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선거법상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 앞으로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내년 1월 중에 정치 관련 책을 출간한 뒤 2~3년간 전국을 돌며 폴리콘서트를 할 계획인 정 전 의원은 “협의의 정치를 할 수 없으니 광의의 정치를 통해 사회의 토대를 바꾸겠다” 밝혔다.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희망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연을 넓히는 장에는 민간인 이명박과 민간인 정봉주가 BBK 연장선상에 서있다. 물론 이쪽은 백수인데다 동네 아저씨일 뿐이고 저쪽은 경호원들의 경비를 받으며 예우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제야 해볼만 해졌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쪽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정봉주 동네 아저씨쪽이다.

정 전 의원의 출소날, 동거동락해왔던 나꼼수 3인방 중 김어준과 주진우는 미국으로 떠나있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방에 앞장섰던 나꼼수의 풍전등화 상황이 점쳐지는 가운데 한솥밥을 먹던 이들의 행보가 묘하게 교차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미국으로 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항간에서는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시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한다. 일전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김은 주진우와의 인터뷰 중에 이명박을 전복시킬 핵폭탄이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핵폭탄을 김어준과 주진우가 인수해오고 정 전 의원이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 BBK저격수지만 저격에 성공하지 못한 정봉주의 사면복권을 위해서는 스스로 다시 총을 들고 저격에 성공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분명한 것은 단 한가지. 이들 네 명은 이명박 대통령 단 한 사람을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나꼼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노리지 않을 리 없고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가만히 놔둘 이유는 더더욱 없다. 영원한 숙적, MB와 봉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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