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30 재보선 사조직 가동 파문 확산
한나라당에 또 한차례 폭풍전선이 북상하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 발언과 당내 한 의원이 취중 병맥주 난동 사태에 이어 또하나의 악재가 발생한 것.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가 지난 4.30 재보선에서 현행 선거법상 금지된 '사조직 가동'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22일 박근혜 대표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서는 ‘4.30 국회의원 재선거 심층분석’이라는 대외비보고서로, 선거 당시 사조직 동원 뿐아니라 당원들도 유세지역에 대거 동원됐다는 사실을 자백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는 것. 게다가 이 보고서에는 국회의원 재선거 6개 선거구 중 5개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과 향후 선거대책을 분석하면서 한나라당 및 당 소속 후보들의 불법과 탈법 의혹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게 진상공개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면서 정쟁화해 수면위로 끌어낼 것으로 보이지만 한나라당은 ‘법적으로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면 맞서고 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새로 조직하고나 기존의 사조직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경남 진해갑 사조직과 동정론 주요 승리 요인
43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지난 재선거를 치른 6곳을 대상으로 ▷후보자 분석 ▷정당. 지도자 평가 ▷쟁점이슈 ▷승인(패인)요인 분석 ▷향후 정국 운영 및 지방선거 대비 전략 전략적 시사점 등을 분석한 것으로 박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보고됐다.
여연이 박 대표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 김해갑 김정권 후보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면서 “한나라당 당원 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요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박 대표에 대한 지지가 “정치적으로 구체적이고 확고한 기반을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호기심과 동정여론의 연결로 평가된다”면서 “감성정치에 주목하는 시류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박 대표가 방문했던 창원, 마산, 진해 등에서 대거 동원된 당원들로 인해 김해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 사안 이라는 등 구태선거가 벌어졌음을 시인했다.
경북 영천선거에서도 “도당 당직자들이 리.동 단위로 책임을 맡아 발로 뛰었다”며 “지역구 여성당원을 동원한 전화홍보단 운영, 종친들을 동원한 선거지원, 불교계의 인맥을 활용한 지역사찰과 포교원 방문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 성남중원, ‘의사협회 있었다
한편 성남 중권 선거와 관련해 이 보고서에는 “가장 열성적인 조직은 당 공식 조직이 아닌 의사협회”였다며 의사협 전 회장인 신상진 후보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성남 중원의 승리 배경에 대해서는 “호남표의 분산과 투표 불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민주노동당의 두각으로 형성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노당의 3각 구도가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천 지역에 대해서는 “박 대표가 ‘올인’하고도 2.6% 포인트의 근소한 득표차로 신승했다”면서 “민심이 한나라당 후보를 택한 것은 박 대표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이 사그라져가는 불꽃 기름을 부어 불길을 살려놓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고조흥 후보에게 ‘제2의 이한동 플랜’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보고서에는 “이 지역에선 이한동 전총리의 영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번 선거에서 크게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조흥 당선자는 향후 지역을 평정하면서 ‘제2의 이한동 플랜’을 만들어 이들을 포용하는 정치적 기량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4·30 선거는 지역별로 독특한 양상을 보이면서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독특한 ‘민심트렌드’를 보여줬다”면서 △자만하면 죽는다(충청권·영천) △새로움이 낡은 것을 이긴다(성남 중원) △지역대표성과 대선에서의 권력분점 연계심리(공주·연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보고서가 의외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주호영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해명 자료를 내고 "보고서에서 언급된 '사조직'은 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사기관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당원조직(공조직) 이외 개인적으로 아는 가족·친지·친구 등 자발적으로 도와준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우리당- 선관위, 검찰 즉각적인 수사 촉구, 한나라- 공조직이었다해명
이 보고서에는 여당 후보의 패인도 언급되었다.
보고서에는 “이정욱 우리당 후보는 고향을 40여년간 떠나 있었고 동 김해의 특성상 외지인이 유권자 80%이상 차지해 신규 사조직 구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8백명의 진성당원 중 실제 활동가능한 당원은 50명 안팎이고 노사모 또한 20명 정도에 불과하고 적극성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4.30 재보궐 선거에서 사조직과 외부 당원을 이용했다는 엄청난 불법적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선관위와 검찰의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 또 “구태와 타락의 선거운동으로 승리한 한나라당은 내부로부터 진실이 실토된 만큼 국민 앞에 모든 진상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보고서에서 언급된 ‘사조직’이라 함은 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사기관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당원조직(공조직) 이외의 개인적으로 아는 가족.친지.친구 등 자발적으로 도와준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당원 동원에 대해서도 “모든 청중은 박근혜 대표를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인파였다”면서 “현지 당원들 역시 박 대표를 만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호영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선거법상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법적으로 책임질게 있으면 책임 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내부보고서 파문이 일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면서 “열린우리당부터 성남중원 돈 봉투 살포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고 공세를 폈다.
유종필 대변인은 24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4·30재보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이다”라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유 대변인은 “열린당이 개혁을 하겠다고 한 것은 오래됐지만 4·30재보선에서 한나라당보다 훨씬 심한 부정선거를 한 당이 열린당”이라며 열린당 조성준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사과한 성남중원의 ‘돈 봉투 살포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열린당은 성남에서 돈 봉투를 살포하다 적발됐는데 민주당 자작극이라고 뒤집어씌우기 시도했다”며 “선거 끝난 후 후보는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당 대표와 당의 공식 스피커인 대변인은 아무런 사과도 없고 반성의 말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열린당은 국가 예산을 미끼로 한 신종 당권선거를 전국적으로 했다”고 주장하며 “경북 영천에 10조원의 공약을 했는데 영천 시민 1인당 10억원에 해당하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감투 공약은 성남중원과 영천에서 동시에 했다”며 “양쪽이 다 당선됐으면 아마도 건설위원회와 교통위원회로 나눠서 한자리씩 주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또 “열린당 문희상 의장이 부정선거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배신한 것인지 어떤 배신감인지 모르겠다”며 “선거에 전패했다고 깨끗한 선거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사조직 동원 불법선거에 대해서는 강력 비판하고 진상이 밝혀지도록 법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동시에 그보다 더한 열린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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