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부터 줄기차게 밤문화 주도해 와
한국의 밤문화, 유흥문화는 세계 최고를 달린다.
집만 나서면 여기저기 보이는 술집, 노래방,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룸살롱 등 굳이 일일이 열거한다는 것이 어쩌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경기의 부침과 흐름을 같이 하는 가장 대표적인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코 유흥업계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은 불경기의 영향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인데, 그 이유는 고객 수가 급격히 줄게 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흥업소들간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불황속에서도 꿋꿋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심의 유흥업소들.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이 버텨내는 노하우와 전략, 그리고 그곳을 소비하는 사람들...지금부터 그 화려한 불빛속으로 들어가보자.
통상 룸살롱과 단란주점은 법률적으로 전혀 상이할 뿐만 아니라, 과거 소비자 인식의 관점에서도 동일범주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 둘간에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동일범주에 속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란주점이 경쟁에 기반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통해 자신의 포지션을 새롭게 정립하였기 때문이다. 즉, 룸살롱과 동일한 범주에 자신을 귀속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이 가졌던 기존의 인식의 벽을 허물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 북창동의 보증 브랜딩
보편적으로, 한국의 룸살롱 문화는 크게 강북권과 강남권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대표적인 룸살롱 문화는 강남의 몇몇 고급 룸살롱으로 대변되지만 이곳들은 고객층이 일부 부유층으로 제한돼 있는 경향이 있어서 가격대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이 흥겹게 놀 수 있는 최고의 룸살롱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한 장소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북의 북창동이다.
흔히 북창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가장 먼저 유흥주점을 떠올리게 된다. 롯데호텔을 중심으로 하는 고급 숙박시설들과 각종 음식 및 서비스, 위락 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창동이 하나의 성공사례로 꼽힐 수 있게 된 이유에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장소명과 독특한 유흥문화를 활용한 보증 브랜딩(endorsed branding)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숙박, 음식, 위락 등 다양한 시설로 특징화되는 북창동이라는 장소명이 개별 유흥주점의 서비스를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착된 개별 브랜드가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브랜드 네임과 연계되어 함께 사용될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소비자들은 훨씬 신뢰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와 동일하다.
이론적으로, 보증 브랜딩의 장점은 상위 브랜드(북창동)의 자산이 하위 브랜드(업소 브랜드)로 쉽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과 하위에 있는 개별 브랜드 특유의 차별화 개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유흥주점으로 대표되는 북창동이라는 장소명이 그러한 업종이 결집된 특정 거리에 위치한 업소들을 보증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객들은 그 지역에 위치해 있는 업소라면 어느 곳에 가든지 비슷한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기업 브랜드(북창동)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후자의 경우는 동일한 범주(유흥업소 군락지) 내에서도 복수의 브랜드들(업소 브랜드들)을 경쟁시킴으로써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북창동 이외의 장소를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반면 단점으로는 두 가지 브랜드 개성이 상이할 경우 즉, 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간의 개성이 연계되지 못할 경우 이 둘간의 상충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연히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적 균형을 깨뜨리는 두 개념간의 혼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고객이탈 혹은 브랜드 전환)을 기울이게 된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상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북창동 특유의 유흥문화란 강남의 고급 룸살롱과 비교할 때 평균적으로 아가씨의 물(?)이 떨어지는 반면 술값이 싸고 서비스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주가무를 비롯하여 다른 지역의 유흥업소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아가씨들의 특별한 스킨십(속어로 ‘전투’라고 표현하고 있음)이 북창동의 이미지를 차별화시키고 있다.
즉, 다양하면서도 색다른 서비스로 고객들의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키며 그 동안 우리나라의 유흥문화를 대표해 온 것이다.
북창동이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흥지역으로 그 형태를 갖춘 시기는 90년 대 중반 구청에서 허가 없이 윤락행위 여성을 고용하는 이른바 ‘업종위반’을 강력히 단속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 결과, 이전까지 지하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던 주점들의 쇼가 사라지는 대신에 정식으로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주점이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또한 밀려드는 유흥주점의 잇단 개점으로 기존에 있던 음식점들마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면서 북창동은 유흥주점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6월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최되던 때는 북창동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시청 앞과 광화문이 거리응원의 메카로 자리 잡으면서 회사원들이 강남을 떠나 직장단위로 이곳까지 원정응원을 오면서 북창동, 마포, 용산 등 가까운 강북 일대의 단란주점과 룸살롱에서 2차로 뒷풀이를 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창동은 중국과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음란쇼’로 유명한 장소였기에 정부기관은 이곳의 유흥주점들을 관광상품으로 인정하는 웃지 못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하였다. 서울시는 월드컵 기간 중 외국 관광객용 ‘서울 베스트 관광상품 100선(영어판 책자)’에서 북창동의 유흥주점을 최고의 야간 관광상품으로 공식 추천하였다.
이 책자에는 유흥주점을 ‘널찍한 룸에서 젊은 여성들이 손님과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라고 소개하면서, ‘가격은 3인 기준 70만∼80만원’이라고 요금까지 친절히 설명하였다. 비록 문제의 소지로 인해 이 책자는 곧 폐기되었지만, 북창동 유흥주점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유흥문화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강남 룸살롱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강을 건너 대거 강북으로 몰려드는 웃지 못할 일까지 발생하였다. 그 당시 인근 무교동의 한 단란주점만 하더라도 강남 룸살롱의 아가씨들이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강북에서 일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한다.
■ '오빠타족' 만나기 위해 대로변에 죽치고 있어
이러한 유명세에 힘입어 02년도에는 ‘오빠타족’이라는 신종어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도 여성 운전자가 남성을 자신의 승용차에 타라고 할 때 쓰는 말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오빠타족’은 매매춘을 아르바이트로 하는 2인 1조의 2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이른바 프리랜서로, 이들은 도로에서 인도 쪽으로 접근해 앞 창문을 열고 길을 걷는 남자를 향해 “오빠∼타∼”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성매매 의사를 타진한다.
북창동 일대에서 ‘오빠타족’이 기승을 부린 것은 이곳에선 얼큰하게 술이 오른 취객과 ‘흥정’을 벌이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외모수준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신선한 만남과 쾌락을 쫓는 남성들이 아예 대로변에서 죽치는 보기 드문 현상까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북창동 유흥주점 일대와 관련하여 이러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되자 검찰은 02년 7월 5일 서초동 법조타운, 돈암동 성신여대 앞을 포함하여 서울시청 주변 북창동을 ‘클린존(Clean Zone)’으로 지정하고 이곳의 음란퇴폐 영업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02년 10월 10일에는 북창동의 유흥주점 업소 대표와 직원 4백여명이 퇴폐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불법, 퇴폐영업 지양 및 야간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지만 북창동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 점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최근에는 지역적 협소를 탈피해 청정지역 즉, ‘클린존(업소들의 은어로 ‘미나리 깡’이라고도 함)’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의 무교동과 세종로까지 유흥주점들이 속속 퍼져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일본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성인주간지인 ‘아사히예능(02년 12월 12일자)’이 서울의 대표적인 퇴폐환락가로 북창동을 소개하는 상세 가이드를 발간했다. 일본기자들이 한국인 안내인을 동반해 북창동의 한 유흥주점에 위장 잠입해 취재한 후 르포형식으로 ‘한국 데이트클럽, 잡입르포’라는 특집기사를 꾸민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기자가 한 접대부와 호텔에 투숙하여 함께 샤워하는 장면 그리고 침대에서 섹스를 나누는 장면까지 사진으로 버젓이 실렸다는 것이다.
사실 북창동 일대는 아가씨들이 2차를 가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난 곳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북창동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일부 업소들은 그 동안 자체적 노력으로 구축해 온 이러한 북창동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인 동시에 서비스의 확장을 도모한 경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아이덴티티가 희석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형성하게 될 이미지의 변화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사는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실추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정부가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CNN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홍보용 광고를 방영하기까지 하였는데, 이러한 퇴폐적인 유흥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자칫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사례로 매춘산업의 규모가 250억 달러에 달하는 태국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태국은 매춘인구가 총 228만 명, 그 중에서도 방콕에만 80만 명 이상의 윤락녀들이 6만 개의 매음굴에서 몸을 팔고 있을 만큼 매매춘이 성행하고 있는 국가이다.
더욱이, 이러한 난잡한 성교로 인해 50만 명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로 밝혀지고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태국은 그야말로 매매춘의 천국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강북의 대표적 환락가인 북창동 일대는 ‘2차 안나가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일부 업소에서는 최근에 불어 닥친 경기불황의 여파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거에 접대부들이 벌인 흥미진진한 음란쇼는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인해 더 이상 고객을 유인하는 동인으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일부 업소에서는 자체 내에 마련된 룸에서 파트너와 자유연애(?)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알선해주기까지 한다. 또한 가격, 서비스, 판촉 등 다양한 마케팅 믹스를 통한 이미지 제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격이 상당 부분 인하되고, 서비스의 수준도 과거보다 대폭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불황을 타개해 나가려는 자구책으로써 가격이 인하되고 서비스가 강화된 것이겠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고객들이 나날이 줄어드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경제적 사정에 기인한 '초이스족' 등장
한편 경기가 장기침체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최근 북창동 유흥업소에서는 ‘초이스족’이라는 신종어까지 등장하였다.
'초이스족’이란 북창동 유흥업소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해서 아가씨를 선택하는 절차만을 경험하면서 몸매만을 눈요기 대상으로 할 뿐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북창동에 ‘초이스족’이 생기게 된 배경은 북창동만의 독특한 음주문화에 기인한다.
북창동 아가씨들은 2차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업소 내에서의 복장이 일반 룸살롱과 달리 노출이 상당히 심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침체뿐 아니라 휴가철을 맞아 지출비가 많아져 유흥주점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직장인들이 경제적 이유와 재미 때문에 ‘초이스족’을 자청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북창동이 안팎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가고 있는 듯하다. 먼저, 외부적으로 볼 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남으로 인해 고객이탈현상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602번지 일대 즉, 사당역 주변 수원 방향과 총신대 방향이 바로 그 진원지이다. 이곳은 북창동 유흥가의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유흥지대로 밤이 되면 수많은 네온사인 간판이 현란하게 번쩍거리며 ‘제2의 북창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업소의 간판들도 ‘북창동식 단란주점’ 등 무척이나 자극적인 문구를 표방한다.
그러면 북창동과 유사한 모방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이곳이 왜 갑자기 급부상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마케팅 믹스 중 Place에서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역과 다소 떨어져 있는 북창동과 달리 이곳은 사당역과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 조사발표에 따르면 지하철 사당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무려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이 수치는 강남역 17만, 그리고 신촌역 11만 명과 비교할 때 배 정도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사당역에서 과천, 의왕, 안양, 수원, 용인행 시외버스로 환승하는 시민만도 하루 10만 명 이상이다.
이처럼 잠재고객이 많아 더없이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었기에 현재 사당동에는 대략 70여 개의 숙박업소?유흥업소, 이용업소 등이 성업 중에 있으며 점차 그 수가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 중 15개의 룸살롱을 비롯해 불법영업중인 단란주점까지 합하면 모두 40여 개 안팎의 유흥주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들의 경쟁력은 북창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있다.
사실 북창동과 같이 대중에게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할지라도 확고부동한 파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지 못한 경우에는 불황의 여파가 지속될수록 가격할인이 고객을 유인하는 최선의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일본인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사업을 시작한 북창동의 경우처럼 사당역 주변의 유흥주점들 역시 저렴한 가격을 표방하면서 서울이 직장인 남성들과 과천 서울경마공원 팬들을 목표고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유흥주점이 국내 서비스산업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형성하게 되자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승인을 요구하는 목청이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창동은 이미 외국인들에게까지 알려진 명소일 뿐 아니라 외화획득이라는 긍정적 요소마저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퇴폐행위를 자제시키되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융통성이 부여된다고 해도 그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리기 위해서 돈벌이에만 급급해 온 업주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북창동의 미래는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 이는 몇 년 전 ‘관광특구’로 지정된 사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관광특구란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 촉진을 위해 관광활동과 관련된 관계법령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완화되는 지역’으로 관광진흥법(제2조 4의 2호)에 의해 지정된 곳을 말하는데, 시, 도지사의 신청에 의해 문화관광부장관이 관계부처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은 정부로부터 영업시간 제한해제나 단속완화 등의 혜택만 받을 뿐 그 어떤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문제는 관광특구로 지정해 놓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관광업소에게도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껏 관광특구의 업소로서 북창동이 정부지원을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곳 북창동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촉진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내국인들로 넘쳐나는 그저 그런 한국인들의 유흥지가 되었을 뿐이다.
비록 북창동이 온통 먹고 놀고 마시는 변두리의 3류 유흥가를 연상하게 한다지만, 이곳은 엄연히 관광특구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음식점이라든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사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북창동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90년대 말까지 이 곳에는 좋은 한국식 레스토랑이 많았으나 새로운 세기로 접어들면서 이 곳은 온통 유흥주점 일색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관광특구에 걸맞는 거리안내표지판이나 공중화장실도 없다.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북창동 거리를 몇 년째 걸어 다니는 외국인들조차 북창동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따라서 북창동이 관광특구로서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문화를 전달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문화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수립에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지역문화라는 것이 구체적인 마케팅 대상이 되기에는 실체성이 약하기 때문에 제공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지역문화행사나 지역문화상품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북창동의 목표시장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한다.
또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고 하더라도 주도하는 조직이 이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부기관들과도 복잡다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추진조직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까닭에 북창동이 관광특구로서 활성화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관광의 개념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즉, 소비형 또는 향락성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둘째, 관광상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북창동은 퇴폐적인 유흥주점들로 대표되고 있는데, 관광상품의 개발이란 이러한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확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객관적 혹은 주관적 차별화에 비해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차별화 수단이 된다.
셋째, 관광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정비해야 하며, 보행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로환경개선도 필요하다.
넷째, 관광통계 및 정보를 구축해야 한다. 효과적인 관광마케팅이나 외래관광객 유치정책은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 체재일수, 관광지출, 관광지에 대한 평가 등 외래방문객의 관광특성과 활동에 대한 신뢰성 있고 적절한 관련자료의 수집과 분석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관광재원의 확충과 합리적 배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광진흥정책이나 마케팅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관광 주관부서의 관련재원 확충 및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북창동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 북창동 소재 다양한 업소들의 자체적인 인식전환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체계적인 문화전략 수립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관광특구로서의 북창동의 미래는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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