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박근혜를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다
우리는 아직 박근혜를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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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제 18대 대선

 

▲ 선거소송인단 모임 회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8대 대선 무효 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대법원에 18대 대선 무효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6일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차기 정권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당선인 집무실과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꾸리고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렇듯 박 당선인의 제 18대 대통령 취임준비가 순항인 가운데 한편에서는 '우리는 아직 박근혜를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제18대 대선 무효소송을 필두로 중립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대안방송 설립 주장, 국정원 여직원 사태로 촉발된 국정원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까지 대선 후폭풍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조현상 기자

 

제 18대 대선은 무효다

시민단체와 네티즌 모임인 ‘선거소송인단 모임’이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대해, 지난 1월 4일 오후 2시 대법원장에 소장을 내고 “전자개표기를 이용한 개표절차상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부적법절차에 의한 불법 선거관리,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전자개표기 조작, 서울 무효표 200만표 발생, 무효표로 분류된 문재인 지지표 확인과 부정선거 은폐를 위한 투표지 소각 등이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의 효력에 이의가 있는 선거인이나 정당, 후보자는 선거일부터 3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한 당일 ‘선거소송인단 모임’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표분류기, 심사집계에서 의혹이 발생하고 급기야 수많은 국민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개표재검 요구가 확산됐다”는 주장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부정투표에 대한 의혹은 곧이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마련된 ‘수개표 청원’에 불이 붙었고 삽시간에 22만여 명이 서명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한국 대선에서 선관위의 부정 집계가 이뤄졌다’는 청원을 올라왔다.

선관위는 무효표 의혹에 대해선 “무효표가 아니라 미분류표이며, 미분류표는 개표사무원이 육안으로 분류해 집계에 포함시킨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들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전자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예로 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후보가 결과에 승복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새누리당의 심재철 최고위원은 심재철 최고위원은 “허위 주장이 인터넷에 유포돼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형사고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장했으며 유기준 최고위원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새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에 나섰다.

사실 대선에 대한 선거무효 주장은 매번 반복되어온 사안이다. 13대 대선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자 야권에서 ‘12·16 부정선거’라며 선거 무효화를 주장했고 15대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 대한 ‘개표 부정’의혹이 있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도 BBK 주가조작, 도곡동 땅 매각대금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으로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이와중에 국정원 여직원이 거듭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도 덩달아 불이 붙었다.

 

사상초유의 국기문란사건, 국정원 여직원의 2차 소환

불법선거운동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29)에게 더해진 의혹은 진보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에 있다. 이에 국정원 측은 ‘고유업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되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석해 16개 아이디를 이용, 지난해 8월 말부터 12월 10일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에 접속, 게시글 등에 대선과 관련된 글에 ‘추천’, ‘반대’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94개 대선 관련 글에 99건의 의견을 표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씨가 16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게시글에 추천·반대를 반복 클릭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개표의혹과 함께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의혹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씨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상태다. 국정원도 “경찰이 국정원 업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고 있다”며 거들었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심야 조사를 동의하지 않아 조사를 중단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3차 소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다.

제18대 대선 무효소송

국정원 여직원, 여론조작 가능성 커져 점입가경

대안방송 설립 목소리까지

 

▲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에 재소환된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지난 4일 오후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뿌리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선거 관련 게시글에 100번 가까이 찬반 표시를 한 경위와 윗선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다.

뉴스타파, 나꼼수, 시사인 등 대안언론 총집결 가시화

한편에서는 대선직후 대안언론의 필요성 강하게 대두되었다. 이명박 정권 임기말의 특징 중 하나는 나는꼼수다, 뉴스타파, 시사인 등의 대안언론이 활약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11 총선을 기점으로 이번 18대 대선까지 이들 언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대안언론의 역사는 80년대 독재시절 한겨례 창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겨례는 제도권 언론에 대항해 국민주 방식으로 설립되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쟁취한 최초의 언론사로 기록되어 있다.

시사인 역시 시사저널의 금창태 사장과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전횡 의혹 기사가 인쇄직전 삭제된 사건으로 촉발된 노동조합 설립, 파업 끝에 해직된 기자들이 창간한 언론사이며 간판기자인 주진우 기자의 '나는꼼수다' 패널합류로 관심을 받아 비주류 언론에서 주류언론으로 격상된 케이스다.

시사인은 치밀한 탐사보도를 통해 제도권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며 활약해왔다.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 역시 KBS 해직기자들이 언론의 자정능력 회복을 위해 만든 매체로 이번 대선기간 동안 소기의 역활을 다했다.

이처럼 대안언론들이 활약을 하고 그 필요성이 어필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 펀드 털어 대안언론 만들자'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나꼼수, 뉴스타파, 시사인, 그것은 알기 싫다, 제대로 뉴스데스크(MBC) 등의 산발적인 대안언론 기능을 하나로 합치자는 것이다.

현재 뉴스타파는 18대 대선 종료 후 뉴스타파 시즌2에 합류한 KBS 최경영‏ 기자가 20일 자신의 트위터(@kyung0)에 “뉴스타파가 어떤 선택을 하든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훨씬 더 많은 분의 더욱 끈질긴 사랑,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라며 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하자 트위터를 중심으로 후원신청이 쇄도했다.

또한 다음(Daum) 청원 게시판 '공정 보도를 위한 방송사 설립 청원 운동'에는 서명 시작 이틀여 만에 5만 명이 훨씬 넘게 참여했다. 모금 목표액이 50억 원,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한겨레의 창간 모금액 역시 50억 원이었다.

일각에서는 ‘MBC 경영진이 200여 명을 권고사직시킬 것’이란 소문이 도는 가운데 당시 대선 직후 이뤄진 한겨례 창간 역사가 재조명되었다. 대선 직후 기자 및 아나운서 등 동아일보 130여 명의 대량해직 사태가 벌어지자 이들이 한겨레 창간에 대거 흡수되었던 전력이 부각된 것이다.

이번 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가 당선된 시점, 대안언론을 통합해 국민이 주인이 되어 운영하자는 움직임이 한겨레가 창간된 80년대 독재시절과 오버랩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방송 설립에 대한 장기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과 SNS, 토크콘서트, 팟캐스트 방송 등이 제도권 방송에 대항해 소기의 역할을 다했지만 제도권 방송의 위력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은 시청자의 수와 연동된 광고의 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광고비를 내는 집단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항간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때문에 지상파3사와 종편, YTN이 보수적 색채를 유감없이 드러냈으며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서는 기득권의 이익에서 자유로운 대안 방송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 18대 대선으로 말미암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 무효소송, 국정원 여직원 사태로 말미암은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그리고 대안언론 및 대안방송을 설립하자는 목소리는 분명 48%에 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임에는 분명하다. 해당 사태들이 어떻게 마무리되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를 아우르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있는 행보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18대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여 되는 시점, 아직 48%의 국민들에게 대선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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