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24일 극우 칼럼리스트 윤창중씨가 인수위의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자 민주통합당은 ‘윤창중 수석대변인? 허니문은 끝났다’는 논평을 내며 맹비난에 나서 최근 2주 동안 여야 사이의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7일 “최근 박 당선인과 집권세력이 허니문을 깨고 또 다른 길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새 대통령 취임 초 여야 사이에 밀월 기간을 갖는 관행이 이번에도 파행을 맞이한 것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부터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언론은 물론 주변 측근에게까지도 비밀에 붙이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 왔다. 이는 또 소위 밀실정치라는 민주당의 표적이 되어 한바탕 후폭풍이 불었다. 민주당이 박 당선인에게 불통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선규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8일 인수위 밀실인사 논란과 관련해 “필요한 보안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 그렇게 좀 과장되어 비춰진 것 같다”고 말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추측성 보도의 여파에 의한 혼란과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가 받을 상처를 거론하며 언론이 조각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박 당선인이 3번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만큼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밀월기간을 허락하지 않으니 스스로 밀월을 하는 것이란 논리를 획득한 셈이다.
물론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강공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운동기간 동안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에 모두가 동참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인사 때문에 첫 단추부터 꼬이더니 뒤이은 인사에서도 잡음을 일으켰다. 결국 박 당선인이 여지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일단은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밀월기간이라는 것은 당선자가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라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식의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역시 스스로도 빌미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야당의 온 신경이 박 당선인에게 쏠려 있어 정작 이번 대선판을 제공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분석이 전무한 실정이다. 취임 초 100대 공약을 들고 나온 이 대통령은 청계천 성공에 따른 영웅심리에 취해 4대강으로 다시 한 번 영웅신화를 쓰려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그 결과가 공약이행률 38%라는 초라한 성적이다. 박 당선인을 몰아세울 궁리하지 말고 이 대통령 정검이나 하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이유이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런 구태가)민주당의 한계”라며 “민주당이 또 스스로 함정을 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정치란 미래로는 비전을 두고 현실에는 국민을 두고 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당선자를 밀어준다라는 개념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밀월기간이라는 것이 당선인이 소신정치를 할 수 있도록 배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이 아닌 새로운 朴-文 관계
文 “박 당선인 균형잡힌 리더”
허니문 시작될까? 정치권 관심고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출, 여야관계 달라질까?
이런 와중에 민주통합당이 한 달이라는 긴 혼란기를 극복하고 지난 10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 및 인수위와 야당과의 허니문이 시작될 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의 돈독했던 ‘과거사’가 알려지고 문 위원장에 대해 새누리당도 환영과 협력을 약속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ㆍ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합의 추대된 문 위원장은 곧바로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 향후 운영방향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문 위원장은 대선패배의 충격에 빠진 민주당을 수습하고 3월말 혹은 4월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까지 민주당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주목되는 점은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 간의 밀월여부다. 문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박 당선인에 대해 ‘균형잡힌 리더’라고 평가한 발언에 대해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박 당선인을 아직도 믿는다”고 인정했다. 또 “민생과 대통합의 방향만 잡고 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문 위원장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박 당선인과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을 함께했으며,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인과 카운터파트로 일한 인연이 있다. 문 위원장은 2004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도 문희상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상일 대변인은 “5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풍부한 의정생활과 청와대에서의 국정운영 경험을 통해 경륜을 쌓았고 덕망도 갖춘 분인 만큼 민주통합당을 잘 이끌고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새누리당 논평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께서 취임 일성으로 말씀한 것처럼 민주당은 박근혜 새 정부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며 “새누리당과 국회에서 서로 협력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와 같은 화해무드에 박 당선인의 행보를 둔 여야의 대립이 극적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 대선이 끝난 뒤 새롭게 재편된 ‘朴-文’ 관계에 그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