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인독감이 미국 전역의 80%를 집어 삼켰다. 전염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자 보스턴시와 뉴욕주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20명을 포함,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 상황.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독감이 이제 막 유행단계에 진입했을 뿐이라며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와중에 중국 북부에서도 ‘신종플루’ 이후 3년여 만에 최대 규모로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한국은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의 80%를 집어삼킨 독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독감이 유행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CDC는 122개 도시의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 사망자 중 7.3%가 감기나 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유행단계 기준인 7.2%를 넘었다고 밝혔다.
또한 CDC는 미국 50개주 중 캘리포니아 미시시피 하와이를 제외한 47개주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역의 80%를 뒤덮는 수치이다. 독감이 전파되지 않은 곳은 포니아, 미시시피, 하와이 등 3개주 뿐이다.
독감 전염이 심각해지자 보스턴시에 이어 뉴욕주가 지난 12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겨울 뉴욕주에서 발생한 독감 환자는 1만9,128명으로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폭증, 이는 신종플루로 홍역을 앓았던 2009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사망자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어린이 2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성인 사망자도 80여명에 이른다. USA투데이 지난주까지 미네소타주에서 27명, 펜실베이니아주 22명, 매사추세츠주 18명이 독감 사망자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콜로라도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또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회적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전국 병원에서는 갑자기 몰려들어 일부 병원은 응급실 밖에 별도의 텐트를 설치하는가 하면 종합병원들은 환자를 전부 수용하지 못해 중소병원으로 유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질병통제국(CDC)는 “이번 미국 독감 시즌이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2,257명이 입원했고 어린이 사망자가 18명에 달한다”고 지난 9일 밝혔으며 이어 질병 통제국콜로라도, 워싱턴, 위스콘신, 메사추세츠 주 등 29개 지역을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이번 독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1, 2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으며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퍼시 박사는 “2003·2004 독감 시즌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겨울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알제리,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독감 환자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북부의 경우 4주 전 병원 방문 환자의 3.2%가 독감환자였으나 최근에는 4.2%로 늘었다. 그나마 같은 기간 미국이 2.8%에서 5.6% 증가해 두 배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한국은 영향없어” 하지만 우리나라도 주의보 발령 직전 상태
악성 독감으로 인해 미국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한국에도 ‘살인 독감’이 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자 보건당국은 한국에서는 크게 걱정할 만한 사태가 아니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우려에 관련해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한국엔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전 본부장의 말을 따르면 “미국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3N2형으로 국내에서 유행중인 H1N1형과 다르다”며 “미국에서 유행중인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계절 인플루엔자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의혹을 일축했으며 마찬가지 맥락으로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에서 이번 독감으로 생긴 사망자는 실제 통계를 보면 이례적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다”며 “미국은 사망 원인을 1, 2, 3차 등 매우 상세히 조사하는데 노약자 사망이 독감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사례를 볼 때 멀리 떨어진 나라들끼리 인플루엔자 유행을 주고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미국과 중국에 인플루엔자가 대규모로 유행한다고 해도 우리나라나 일본이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집계에 따르면 올 겨울 미국의 인플루엔자 유행은 이미 지난해 12월 중·하순에 정점을 찍었고 2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전 본부장은 미국 독감 사태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상황은 예년에 비해 환자가 급증하는 건 아니다.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예년에 비해 앞당겨져 적절한 대응이 늦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미국 CDC는 미국 내 인플루엔자 관련 사망자가 적은 해에는 3천명, 많은 해에는 4만9천명, 평균 연간 3만6천명 수준인 것으로 공식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역시 곧 독감 주의보가 발령 수위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독감 발생이 1000명당 3.7명으로 집계돼 ‘유행 수준(1000명당 4명 발생)’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지난 11일 발표에 따르면 병원 방문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3주 전 2.9명에서 2주 전 3.3명, 지난 주에는 3.7명으로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하지만 현재 국내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 독감 예방접종은 미국·중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까지 생기도록 하는 혼합 백신이기 때문에 국내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다”며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2009년 76만명이 감염되며 대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치료제가 부족해 병원마다 환자가 줄을 섰지만, 올해는 약품이 충분히 확보됐고 전파 속도도 당시보다 느리다”고 말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미국 등 독감 유행 지역 여행객에게 ‘독감 감염 주의’를 당부하고 항공기와 선박 승객 및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도 검역소 직원이 승객들의 체온을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독감환자를 판별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미국이나 중국을 다녀와 독감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즉시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감기의 경우는 37도 이하 미열로 콧물·기침·인후통 등이 동반되고 2~3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독감은 38도 이상 고열이 발생하고 관절통·근육통 등 온몸이 쑤시는 듯 한 증세를 동반하는 게 보통임으로 독감 증세를 보이면 48시간 이내 의료 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최소 3주가량 지속된 미국 독감은 완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CDC는 최근 동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지역으로 분류된 주가 29개에서 24개로 줄어들었다고 밝혔으며 독감 발생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도 있는 만큼 앞으로 1~2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NN머니 인터넷판은 미국 노동통계국이 미국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인 4천170만 명이 병가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처럼 독감 감염자들이 출근함에 따라 독감 확산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