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을 찍으며 세상이 바뀌길 꿈꿨다
나는 노무현을 찍으며 세상이 바뀌길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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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어느덧 뜨거웠던 지난 18대 대선이 멀게만 느껴질 정도로 사람의 현실감각은 이토록 잔인하다.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대선 당시 한 사람, 한 사람의 멘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 후보들의 동선을 쫓으며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와 실제 국민들의 반응을 견주며 국민들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기자라는 내가 예상하는 결과 사이의 간극은 어느 정도인지 재보느라 피가 말랐다.

이제 대한민국은 박근혜 당선인이 당연히 대통령이라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드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감하고 있을까?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까? 피부에 와 닿을까? 가령 무언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든가,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힐 것이라는 기대라던가?

기자가 돼서 한 가지 잃은 감각이 있다면 나로서 세상에 부딪혔을 때의 느낌이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대학의 이름 하나에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거라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나, ‘이정도면 되겠지’하며 취업문을 두드리며 되돌아온 공허한 웅변이 되어버린 자기소개서에 절망하며 대한민국에 살던 평범한 청년, 그때는 적어도 모든 것이 실감났고 그 만큼 마음의 동요도 컸다.

때문에 군대 막 일병을 달았을 무렵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를 찍으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되어 그들 입장이 되어 세상을 보게 된 뒤로 예컨대 멀찍이서 바라보기 시작한 뒤로 대한민국은 온전히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저들이 사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쌍용차 사태의 실마리가 보이자 문득 대선 기간 중에 취재했던 대교눈높이 학습지 노조원이나 3M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2013년 1월은 어떨까? 그들 모두 세상이 불합리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힘을 보아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또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히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그들은 맨몸으로 세상에 뛰쳐나와 소리쳤기에 소위 높으신 분들이 나서줬으면 하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을 때도 비겁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나 역시도 그랬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새해 인사 겸 3M 노동자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똑같죠 뭐” 그들은 여전히 매일 같이 3M 본사 앞에서 추위에 떨며 시위를 계속하는 중이다. 인터뷰 당시 핫팩이라도 한 세트 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행여나 그네들 자부심에 상처를 입을까 망설였던 나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대답이다.

대교눈높이 임금피크제 악용 논란을 단독보도하며 만났던 노조위원장은 인권위에 진정을 거쳐 현재 조사관이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면서도 방송국에서 다뤄졌으면 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별 반응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은 저들에게 대한민국은 요지부동이다.

2013년 1월 이 순간에 대한민국이 변하길 꿈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고 전 노무현 대통령 때, 세상이 바뀌길 간절히 바라는 당시 내 심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당시 나는 노무현의 나라에서 세상의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체감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이제는 박근혜의 나라에서 사람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으로 ‘대한민국이 변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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