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 왜 기용했나?
천정배 법무 왜 기용했나?
  • 김부삼
  • 승인 2005.06.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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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내부반발 돌파·정치력 겸비·과거사 청산 앞장
‘千·辛·鄭 카드’로 다시 뜨는 ‘개혁정부’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공석중인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신임 법무장관에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경찰 수사권독립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천 장관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며, 그런 측면에서 검찰과 이해관계가 얽힌 내부인사보다는 검찰에 정통하면서도 정치력을 갖춘 천 장관을 골랐다는 분석이다. ◆“검찰 정치적 중립은 대통령과 저의 신념” 천정배 신임법무부장관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밝히고 “참여정부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깨끗한 사회”를 추구한다며 그런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선진법치주의”를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노무현 대통령과 더불어 저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기도 하다”고 밝히고 앞으로 검찰의 “튼튼한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법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국민의 피부에 와 닿도록 법무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청와대의 장관 임명 발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국민이 법의 주인'이라는 정신에 입각해 국민에게 봉사함으로써 국민을 편안케 하고 국민의 든든한 힘이 되는 법무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은 "모든 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특히 민생과 관련된 학원폭력과 부동산투기, 식품위생관련 범죄 등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 등 현안과 관련해서 천 장관은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신은 있지만 의원이 아니라 법무장관으로서 업무를 보다 소상히 파악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다만 모든 개혁이 '법의 주인인 국민을 편안케 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국회가 주도해야” 천 장관은 검찰개혁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의 참여 속에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이익에 관한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천 장관 또 “수사권 문제는 입법사항인 만큼 국회가 매우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한다”며“국회를 존중하고 충분히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천 장관은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검찰은 사정·준사법기관으로 정치권 또는 다른 부당한 일체의 외부 압력에서 독립해 소신껏 수사하는 일과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며, “모든 형태의 거대권력을 차단해, 법앞의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고 내 신념이기도 하다”며 “검찰에 대한 어떤 외압도 있을 수 없도록 울타리가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검찰권 독립 문제에서는 참여정부 들어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고, 이제 검찰 스스로 권력을 통제하고 자제해 국민에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와 함께 “수사과정에서 기본인권과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인권을 옹호하고 신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임 장관 시절 해왔던 일들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법무부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왜? 경찰 수사권 독립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은 사개추위 개혁안도 원칙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검찰 출신 법무장관들은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 시각이다. 그래서 검찰 내부 반발을 감수하면서 돌파해야 할 사람으로 천 의원을 골랐다는 것이다. 천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 사람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내 현역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혈혈단신으로 노무현 후보 캠프에 뛰어든 개혁 인사다. 천 장관은 더구나 지난해까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17대 국회 초반 국회운영을 진두지휘하는 등 명실상부한 여당의 지도부 인사였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등 이른바 개혁입법이 무산되면서 올해 1월 1일 신년벽두에 원내대표직을 사임해 정치권 전면에서 일단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천 장관의 카드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로서 또한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를 해결할 개혁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 장관의 10대 과제 실제 천 장관은 지난 2003년 법무부 국정감사 때 검찰 문제에 대한 견해를 ‘10대 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천 장관은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검찰개혁이 미미하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천 장관이 내놓은 검찰개혁 10대 과제의 주 내용은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제한과 견제다. 판사가 변호사 등에게 수사를 맡기는 재정신청 대상 전면확대, 검사 불기소 때 판사의 동의, 검사 수사권 발동에 대한 재량권 축소, 시민의 검사의 불기소 심사 등이다. 10대 과제엔 수사권이나 사개추위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검찰 권한을 줄이는 쪽이어서 검찰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이밖에 검찰 인사위 외부인사를 과반수로 하는 것, 검찰 간부들의 개별 검사 수사지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천 장관은 “국민 참여에 의한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다. 천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과거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현역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지지선언을 할 정도로 관계도 돈독해 노 대통령의 ‘심중’을 검찰에 제대로 전달할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참여정부, 다시 뜨는 ‘개혁성’ 참여정부는 집권 초반에 개혁적 이미지 못지 않게 ‘강효리’라는 애칭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기용해 법조개혁을 추진했다. 강 전 장관은 최초의 여성장관이라는 프리미엄에 화사한 옷차림, 톡톡 튀는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1년4개월만에 장관직을 떠나며 “너무 즐거워서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에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같이 참석한 바 있어 개혁성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이후 검찰출신의 ‘관리형’ 김승규 장관을 기용한다. 김 장관을 통해 검찰내부를 추스르며 바꿔가겠다는 ‘조용한 개혁’을 지향했으며 김 장관은 취임 이후“어느 나라나 안보형사법은 필요하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업무수행에서 대과 없이 무난한 행보를 보였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사법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사형제 폐지 등 여권이 추진중인 주요 현안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정운영이 중·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은 다시 ‘천정배 카드’를 꺼냈다. 우리당 원내대표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주력했던 천 장관은 개혁성과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로 검경 수사권 문제나 사법개혁 문제를 마무리할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국정 자신감’ 회복한 노 대통령의 개혁인사 등용 경찰의 수사권독립은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사개추위 개혁안에 대해 현 정부가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천 장관의 입각은 사법개혁의 강행, 나아가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행정복합도시건설과 공공기관의 이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생각 밖으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여당지지자 대 야당지지자, 수도권주민 대 지방주민간의 갈등양상이 보이지만 청와대는 “수도권에서도 여론이 나쁘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최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중-한러-한미-한일정상회담 등을 연속적으로 거치며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정치·외교·경제·사회·통일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경험이 쌓이며 이해도가 높아진 점도 눈길을 모은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특사로 파견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난 점, 남북장관급회담의 가시적 성과 등도 자신감을 높여준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참여정부는 집권 3년차인 올 초부터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잇단 낙마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인사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검증절차를 거친 인사에 대해서는 조속히 인사를 실시해 어차피 있을 수밖에 없는 반대여론에 맞서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국정이란 최고지도자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23일 “정당과 관련된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기관을 맡기는데, 자신과 국정철학이 같은 사람을 써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배려차원이라고 해도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어떤 사람? 천 장관은 76년 사법시험 18회(노대통령은 17회)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될 예정이었으나 거부했다. 곧바로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를 했다. 17대 국회 출범 직후 거대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아 개혁입법 처리를 지휘한 개혁 성향의 3선 의원. 지난 93년 민변 활동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법률사무소‘해마루’에서 함께 일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2002년 노 대통령이 단기필마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현역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노 대통령 편에 섰다.‘대통령도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할 경우 뜻을 굽히지 않는 원칙주의자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말 당내 온건파가 한나라당과 도출해 낸 국가보안법 절충안을 거부하고 당초 제출했던 국보법 폐지안을 밀어붙인 것도 원칙주의적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96년 민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신기남 의원과 함께 정풍운동을 펼쳐 ‘천·신·정’이라는 애칭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전남 목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문계열에 수석합격,‘목포가 낳은 3대 수재’로 통한다. 수재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논리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협상력과 유연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천 장관은 김종빈 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검찰은 왜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냐”고 비판했었다. 검찰 과거사 청산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부인 서의숙(50)씨와 사이에 2녀. ▲전남 신안(51) ▲목포고 ▲서울대 법대 ▲민변 창립회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국회 운영위원장 ▲15·16·17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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