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풍자극 '매일 자수하는 남자'
국보법 풍자극 '매일 자수하는 남자'
  • 전명희
  • 승인 2005.06.30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다룬 극단 쎄실(대표 채윤일)의 연극 '매일 자수하는 남자'가 7월 27-3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보법 논쟁으로는 크게 철폐, 개정, 존속 등 세 개의 시각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극단 측은 굳이 존폐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연극을 통해 가능하면 세 개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 했다고 한다. "택시에서 말 한 마디 잘못해서 간첩으로 몰리고, 막걸리 마시다가 말 잘못해 간첩으로 몰리던 법, 그래서 '막걸리 법'으로도 불린 국보법의 모순점을 이제 시대가 달라진 관점에서 희화와 풍자라는 연극 요소를 더해 파헤져 보자는 것"이다. 연극은 나이트클럽 웨이터 '박봉남'이 새로운 예명으로 '김정일'을 택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에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국보법상의 '찬양 고무 및 불법 제작물 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 억울한 나머지 감옥에서 국보법을 열심히 공부한 박봉남은 자신을 구속시켰던 형사들이 '통일원 산하 남북교류협력국 경호팀'으로 자리를 옮겨 북측 인사를 경호하는 장면을 TV로 보게 된다. 박봉남은 형사들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자신에게 판결을 내렸던 판사를 국보법상 불고지죄로 피고석에 세우게 된다는 설정이 더해진다. 다시 김정일이라는 예명의 웨이터로 돌아왔지만 법에 저촉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에 '위법 사실'이라고 매일 자수한다는 것이 연극의 줄거리. "중간자적 입장에서 국보법을 어둡고 무겁지 않게, 가볍게 경쾌하게 보고자 하는 작품"이라는 연출 의도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