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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강남권 지역을 아우르는 복합 공연장이 올 가을 문을 연다.
성남문화재단(상임이사 이종덕)은 2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성남아트센터'가 10월 14일 개관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성남시가 출연한 비영리 독립법인이다. 분당구 야탑동에 들어서는 성남아트센터는 지상 3층, 지하 2층에 1천 805석의 대극장(오페라하우스)과 994석의 중극장(콘서트홀), 398석의 소극장(앙상블 시어터)을 갖추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역임한 이종덕 씨를 재단 상임이사 및 아트센터 사장으로 선임하고 공연계 전문가들을 재단 직원으로 대거 영입해 재단 출범 초기부터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분당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 예술인들도 상당수인 데다, 문화 수요계층이 타 수도권 지역에 비해 두터운 편이어서 개관하면 현재 예술의전당 한 곳에 집중돼 있는 관객 수요가 어느 정도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0월 15일부터 12월 25일까지 열리는 개관 기념 페스티벌 프로그램도 발표됐다.
대극장 11건, 중극장 19건, 소극장 11건 등 총 41건의 공연이 열릴 예정인데, 성남아트센터가 자체 제작하거나 한국 초연, 혹은 성남에서만 단독 유치한 공연들이 특히 눈에 띈다.
가장 주목되는 공연은 10월 15일 대극장에서 열리는 길버트 카플란과 KBS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회, 성남아트센터가 자체 제작하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다.
첫 내한하는 지휘자 카플란은 전문 직업 음악인은 아니지만 말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의 발행인이자 억만장자로, 40세가 될 때까지 정식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 지휘자다.
그의 레퍼토리는 오직 말러의 '교향곡 2번'뿐.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말러 '교향곡 2번' 해석 만큼은 세계 어느 지휘자에 뒤지지 않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젊은 시절 우연히 말러 2번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아 이후 이 2번 교향곡 연구에만 매달려 왔고, 1981년부터는 직접 이 곡을 지휘하기 위해 레슨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82년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자비로 개인 콘서트를 열어 말러 2번으로 지휘 데뷔(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하는 평생의 꿈을 이루게 된다.
87년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녹음해 17만 5천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뉴욕 타임즈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으며, 2003년에는 드디어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도 음반을 냈다.
이번 한국공연에서는 KBS교향악단과 소프라노 나경혜, 메조 소프라노 장현주, 성남시립합창단, 서울시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협연하게 된다.
11월 24-27일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구노의 '파우스트'는 성남아트센터가 개관과 동시에 선보이는 첫 오페라이자 국내에서 1995년 국립오페라단 공연 후 10년 만에 올려지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 이 오페라는 세계적으로도 자주 공연되지 않는 대작으로, 올 초 예술의전당 제작 '가면무도회'에 참여했던 지휘자 오타비노 마리노, 연출가 이소영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된다.
또 테너 김석철 나승서, 소프라노 김성은 김혜진, 베이스 강순원 사무엘 윤, 바리톤 김승철 이광근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이 밖에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독창회(10월 22일), 애크러배틱 서커스 '디아볼로'(11월 9-13일),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10월 27-29일), 정명훈&아시아 연합 오케스트라(11월 6일), 래리 칼튼&밥 제임스 재즈 콘서트(12월 20-21일), 토마추 스탄코 재즈 콰르텟(11월 3일) 등도 국내초연 혹은 성남 단독공연으로 기획됐다.
그 외의 공연들로는 마주어 지휘의 런던 필과 장영주(10월 19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백건우(10월 17일), 백혜선 피아노 독주회(11월 7일), 손열음 피아노 독주회(11월 11일), 유키 구라모토 크리스마스 콘서트(12월 25일) 등 인기 연주자들의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다.
연극 쪽에선 강부자의 '오구'(10월 15-16일), 오태석의 '로미오와 줄리엣'(10월 21-22일), 박정자의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10월 27-30일), '에쿠우스'(11월 2-3일),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12월 13-18일) 등이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용운 공연기획부장은 "분당은 서울 강남에 이어 두 번째로 공연 예매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세계성과 지역정서가 조화를 이룬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의 수요를 충족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전에 관객 리퀘스트를 받아 프로그램을 짜는 '우리 가곡의 밤' '황인용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 '인터랙티브 공연'도 선보이며, 성남시청 앞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오페라, 뮤지컬 영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입장권 가격을 서울시내 공연장 대비 평균 70% 선으로 정하고 좌석 등급과 상관없이 초.중.고등학생들에겐 입장권 가격의 50%, 대학생들에겐 20%를 할인해 주는 등 차별화된 티켓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이밖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nart.or.kr, 6월 30일 개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